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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왜 현금이 없나?"…이게 우문(愚問)인 나라

[월드리포트] "왜 현금이 없나?"…이게 우문(愚問)인 나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공항에 내렸다. 어느 공항에나 있는 환전소가 보였다. 순간 고민했다. 환전을 할까 말까? 그런데, 환전소 앞에 줄 선 사람이 없었다. ‘현금 없는 사회’라고 하더니 여행객들도 스웨덴 화폐인 크로나로 바꾸지 않는 모양이다.

남들처럼 환전하지 않고 신용카드만 사용해보기로 했다. 시내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 요금은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가 모두 가능했다. 택시 기사는 현금을 선호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카드든 뭐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교회를 찾아갔다. 매주 천 명이 넘는 신도가 예배를 보는 대형 교회다. 예배당 입구에 카드 결제기가 놓여 있다. 터치 스크린 방식이다. 금액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를 넣고 비밀번호 입력하면 교회로 헌금이 입금된다. 교회 측은 “신도들이 현금을 들고 다니는 않아 카드 결제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현금도 내지만 현금 없는 신도를 위한 옵션이라는 것이다.

십일조는 매달 자동이체로 해결하는 신도도 많다고 했다. 교회엔 현금이 거의 없는 셈이다. 더구나, 카드 결제기도 조만간 치우겠다고 했다. 교회에서 유지 관리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모바일페이 시스템을 도입해 신도 각자가 스마트폰으로 헌금을 송금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예배당 입구에 놓인 결제기
소액 결제하면 떠오르는 게 노점상이다. 시내에 있는 노점을 찾아갔다. 꽃, 땅콩, 기념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었다.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를 했다. 상인들은 솔직히 카드 수수료 때문에 현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을 받겠다고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현금이 없는 손님에게 현금자동인출기에 가서 돈을 찾아오라고 했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며, 손님을 잃기 싫어서 카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과류를 파는 상인은 지금은 하루 매출의 40%가 카드 결제라고 했다.

현금을 전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커피숍도 있었다. 커피 한 잔에 우리 돈 4천원 쯤 하는데 소액이라 현금 결제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커피숍은 6개월 전부터 매장에 현금 출납기를 없애 현금 결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커피숍은 현금을 거래하려면 매일 거스름돈을 준비해야 하고, 종업원들도 잔돈을 주고 받아야 하니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카드 결제보다 못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손님도 종업원도 불만이 없다고 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선 스웨덴 식 더치페이(dutch pay)가 이뤄졌다. 대부분 각자 신용카드로 밥값을 결제했다. 하지만, ‘n분의 1’로 나누기 모호한 경우 한 사람이 신용카드로 총액을 결제하고, 나머지는 그 사람에게 자기가 먹은 만큼 모바일페이로 송금했다. 송금은 실시간이라 현금을 꺼내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개인 간 송금이 간편하니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대중교통도 현금을 내고 탈 수 없다. 버스 안이나 지하철 역사에서 현금을 주고 표를 살 수 없다. 미리 전자결제를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준 카드로 용돈을 쓴다. 부모가 결제 한도를 정해 놓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니 현금이 없어지는 게 당연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물었더니 지갑이 없거나 지갑이 있어도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랬다.

“왜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느냐?” “현금이 없으면 불편하지 않느냐?”라는 질문 자체가 우문이었다. 시민들은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순간 헤매는 듯 했다. 그들에게 ‘현금 없는 사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인데, 기자가 이유를 물으니 그게 더 이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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