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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이 감추고, 물은 더 타고…'뻔뻔한' 위스키 가격

[취재파일] 나이 감추고, 물은 더 타고…'뻔뻔한' 위스키 가격
새우깡이 처음 출시된 게 1971년이니까, 사람 나이로 치면 올해로 46살입니다. 긴 세월 동안 새우깡의 맛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어릴 적엔 한 봉지만 얻어도 무척이나 행복했는데, 이제는 술 집에서 기본 안주로나 먹는 정도니, 그동안 입맛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술에 대한 기호도 달라져서, 어릴 적엔 소주 한가지만 즐겨 찾았다면 지금은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종류의 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술 얘기 좀 하려 합니다.

소주를 필두로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위스키 시장에서도 '정통'을 벗어나 40도 보다 알콜 함량이 낮은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술 역시 기호식품이라 각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즐기면 되긴 하는데, 문제는 가격입니다. 저도주에는 기존 제품보다 더 적은 양의 알코올이 들어가고 그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게 맞는것 같은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겁니다.

특히 위스키 시장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위스키 시장엔 최근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36도 저도수 위스키와 무연산 위스키가 그 핵심입니다.

먼저 저도수 위스키는 부산지역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가 36.5도짜리 제품을 내놓으면서 촉발됐습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40도 이상의 위스키 출고량은 2014년 기준으로 2010년보다 31% 가량 줄어든 반면, 40도 미만의 위스키는 43%나 증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 폭음과 독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현상이 트렌드를 바꿨다는게 주된 분석입니다. 그런데 가격은? 가격은 왜 변하지 않았을까요.

따져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무연산 즉, 과거에는 늘 위스키 병에 12, 15, 17, 21, 30처럼
해당 병에 들어간 가장 젊은(?) 위스키 원액의 숙성 년도를 넣는게 일반적이었는데요. 요즘은 아예 연산 표시를 없앤 경우도 많습니다. 

오래 숙성된 원액을 사용할수록 가격이 비싼 이유는 원액이 숙성되는 동안 불가피하게 증발되는 부분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 것인데, 무연산 위스키에까지 우리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3년 이상만 숙성되면 원액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그 차이가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는 걸까요.

조사 결과, 모든 무연산 위스키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무연산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낮춘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비교적 양심을 갖춘 회사도 있었습니다.

500년 역사의 스키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병입을 하고, 최소 40% 이상의 알코올 농도 즉, 원액의 함유량을 갖춰야 그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합니다. 소주나 맥주에 비해 가격도 비싼데, 덜 숙성되고, 물을 더 탄 위스키를 예전과 똑같은 가격에 사서 마시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애주가들이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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