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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묻지마 징계' 논란…이상한 나라의 카카오

[취재파일] '묻지마 징계' 논란…이상한 나라의 카카오
● 쫓겨난 상인

한 상인이 있습니다. 기술은 있지만, 충분한 자본이 없습니다. 소상공인입니다. 임차인 신분으로 가게를 열었습니다. 상인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입소문이 났습니다. 돈이 생겼습니다. 직원을 늘리고 가게 규모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어느 날, 건물을 비워달라는 건물주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금껏 월세 한 번 밀린 적 없었습니다. 이유는 듣지 못했습니다. 상인은 절망했습니다./

● 채널 속 상거래 시스템

꾸며낸 이야기지만, '한 상인'들은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제보 한 통을 받은 건 몇 주 전, 제보자는 카카오 스토리 채널의 운영자였습니다. 스토리 채널은 카카오 스토리 내에서 관심사에 따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구독기반의 SNS 입니다. 예컨대, 레시피 채널이면 요리에 대해 이야기가 이뤄지는 공간이며, 이용 주체는 이를 관리하는 운영자와 채널 소식을 받아보는 구독자로 나뉩니다. 인터넷 '카페'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카카오는 재작년 9월, 스토리 채널 사업을 하면서 이 공간을 소상공인과 (일부) 개인들에겐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른바 '성과형 광고'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운영자가 카카오 측에 광고비를 내면, 카카오는 해당 채널의 정보를 채널 타임라인에 노출해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겁니다. 돈을 내면 구독자가 늘어납니다. 이어 채널에서는 공동구매 같은 상거래도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채널운영자들은 '박리다매' 식 공동구매를 통해 수익을 남깁니다.

구독자가 많은 인기채널은 박리다매식 상거래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래서 운영자들이 카카오에 돈을 내고 광고를 합니다. 제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소 10만 명의 구독자 채널을 만들기 위해선 3억 원 정도를 투자금 명목으로 카카오에 내야 합니다.

● 채널 운영자들 "이유라도 듣자!"

광고비도 충분히 냈고, 채널 성향에 맞는 양질의 정보도 제공했다고 합니다. 또 (공동구매를 통해) 시중가보다 싼 값의 물건을 제공했다고 설명합니다. 만나본 피해 채널 운영자들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카카오로부터 날벼락을 맞습니다. 채널운영을 영구 정지시킨다는 내용입니다. 342만 명이 구독하는 메이저 채널 15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피해가 컸습니다. 설맞이 공동구매를 대비해 준비해뒀던 물건은 팔지 못해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수입이 끊기니, 일하는 직원들도 줄였습니다. 피해 채널 운영자들이 모였습니다. 징계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입을 닫았습니다.
● 카카오 "징계는 했다…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징계 일주일 째, 취재진이 직접 카카오에 문의했습니다. 보도 직전의 시점입니다. 운영원칙을 위반했다고 합니다. 많은 원칙 가운데 무슨 항목을 위반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문제의 운영자들이 징계 이유를 잘 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있다고 하니, 그럴 리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기사가 지난 4일 <카카오/이유도 없이…"공동구매 문 닫아라" 논란> 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전화를 받았습니다. 왜 카카오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하지 않았냐는 겁니다. 기사에 해명을 덧붙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제야  "알려줄 수 없다"에서 진일보한 해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문제의 채널들이 운영원칙 중 '광고/홍보성 게시물'에 대한 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 - 스토리채널 운영정책>

가. 이용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게시물

광고/홍보성 게시물

- 운영목적과 관계없는 제3자 광고/홍보성 내용을 게시하는 경우
- 타 스토리 채널을 홍보하는 게시글을 게시하는 경우
- 스토리 채널 내 상업/홍보 활동이 현행 법률(의료법, 학원법, 대부업법, 부가가치세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등)을 위반하는 경우
* 채널 내 상업/홍보 활동은 해당 운영자의 책임과 판단하에 진행하는 것으로 그 자발적 거래행위 등에 대해 회사는 책임지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분쟁에 관여하지 않으니 신중한 이용 부탁합니다.

● 해명에 대한 두 가지 의문점

위의 원칙을 위반해 이용자 신고가 잦았고, 그동안의 경고 조치에도 문제의 채널들이 바로잡지 않아, 칼을 빼든 것이라고 카카오는 설명했습니다. 그 이상의 설명은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습니다. 카카오의 설명은 원칙론에 입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운영목적과 관계 없는 광고 및 홍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 운영자에게 물어보니 대략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레시피 채널이 있습니다. 요리와 관련된 채널이죠. 유행하는 집밥 레시피 등을 소개합니다. 종종 식료품 공구(공동구매)도 진행합니다. 더불어 애독자들의 요청도 있습니다. 식기류 공구도 필요하다고요. 음식을 예쁘게 담을 그릇, 포크 등도 필요하다는 요구 말입니다. 우리가 이런 물건을 준비하는 건 채널 운영의 취지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공구를 몇 차례 진행했습니다만, 카카오는 이러한 행위를 지나친 홍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설정한 원칙을 해석하는 데서, 사측과 운영자의 시각이 다른 겁니다.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나서서 모호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운영자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운영자들은 '을'이 아닙니다. 돈을 내고 합법적으로 일하는 만큼, 카카오와 상생하는 사업 동료입니다.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묵묵부답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상인들에게 홍보활동을 자제하라는 합리성을 이탈한 겁박"이라고 채널 운영자는 전했습니다.

또 카카오 설명한 '소비자 신고'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제재를 받은 채널들은 이른바 메이저 채널입니다. 구독자가 40만 명에 이르는 채널도 있는데, 규모가 클수록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신고 건수도 소규모 채널에 비해 많은 건 당연합니다. 

단순히 신고의 물리적 양만으로 제재를 가했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예컨대 한 상품의 공구(공동구매)가 진행됐고 공구에 응한 사람의 80% 이상이 물건 하자 등의 이유로 신고했다면 카카오의 설명에 수긍이 갑니다. 이러저러한 반론에도 카카오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 영구제재는 풀렸지만…

보도 다음날, 15개 채널 운영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풀렸습니다. 선처가 아닙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 조치였습니다. 운영자들은 카카오가 내민 확인서에 서명하고서야 채널 운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확인서>
하기 서명자는 주식회사 카카오(이하 '회사')의 스토리 채널을 운영함에 있어 금번 회사로부터 스토리 채널 영구 이용제한 및 퍼브리싱 30일 금지의 조치를 받은 건(이하 '본 건')과 관련하여, 회사로부터 금번 조치를 영구이용제한의 경우 퍼블리싱 30일 금지로, 퍼블리싱 30일 금지의 경우 15일 금지로 완화해 주는 경우 다음의 사항을 이행할 것을 확인하는 바입니다.

1. 본인은 본 건을 계기로 회사의 스토리 채널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였고, 향후 동 약관과 운영정책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
2. 본인은 본 건과 관련하여 향후 어떠한 이의 제기 내지 제3자에 대하여 회사를 비방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3. 본인은 향후 제1,2항을 1회라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하여 회사가 영구 이용제한을 포함한 어떠한 조치를 취더라도 그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 운영자는 기존의 광고비를 모조리 날리게 된 작금의 상황, 그리고 사태를 미루다간 도산할 것 같은 위기감에 확인서에 서명했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확인서는 강요된 각서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카카오는 피해 채널의 대표자와 합의한 뒤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대표는 사측과 만난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주체 사이의 엇갈리는 진술의 진위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확인될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사태가 봉합된 것 같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채널 운영자의 과실은 없는지도 수시로 자문하고,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또 다른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카카오가 채널 공동구매를 문 닫는 것은 운영자들의 문제입니다. 운영자들이 공동구매로 판매하면서 폐쇄 몰이라는 장점 때문에 위법을 많이 했습니다."

설득력 있는 반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누리꾼은 필요하다면 위법행위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이들의 과실을 카카오로부터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입을 닫은 카카오로부터 '사이다' 같은 시원한 해답을 지금까지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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