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난민 재산 몰수…인권은 나중에 일단 각자도생

[월드리포트] 난민 재산 몰수…인권은 나중에 일단 각자도생
대규모 난민 사태에 직면한 유럽 각국이 난민 재산 몰수라는 대책을 시험하고 있다. 덴마크 의회는 압도적 찬성으로 이른바 ‘보석법’을 가결했다.

‘보석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보석을 압수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난민이 덴마크 국경을 통과할 때 1만 크로네(175만 원) 이상의 현금과 귀중품을 갖고 있을 경우 경찰이 압수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다만, 결혼반지나 기념 메달 등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은 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계, 휴대전화, 컴퓨터가 압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압수한 물품으로 난민에게 들어가는 주거비와 식비를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에서 신원검사하는 난민들
덴마크에 온 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난민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석이 있었다면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서 덴마크까지 왔겠느냐”, “우리 대부분이 가진 게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법을 만든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의 보석을 빼앗은 사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덴마크 정부는 억울하다고 밝혔다. 자국민도 사회복지 혜택을 보려면 1만 크로네 이상의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며, 난민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는 자국민이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소유 자산에 대해 수색을 당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꼬았다.

지난해 1백만 명이 넘는 난민이 들어온 독일도 난민의 물품을 압수하고 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난민이 350유로(46만 원)가 넘는 현금과 귀중품을 가졌다면 압수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에른주는 압수 기준이 750유로(98만 원)이라고 한다.

바이에른 주는 모든 난민을 수색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규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국은 난민 1인당 한 달에 400유로(52만 원)가 필요한데, 난민이 그 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압수해서 충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난민들의 재산 몰수는 스위스에서 시작했다. 스위스는 1990년대부터 난민이 1천 스위스 프랑(118만 원) 이상 소지할 경우 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망명 신청자가 일정 재산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거처 마련 등에 들어간 비용을 난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덴마크 정부는 또 자국에 정착한 난민이 고국에 있는 가족을 불러 재결합하는 조건을 거주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임시 체류 조건도 까다롭게 만들겠다고 했다. 덴마크 정부는 난민 관련 규제 강화로 난민 유입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난민 문제는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유럽이 공동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덴마크도 뭔가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도 “덴마크의 매력을 떨어뜨려 난민 유입 규모를 다른 유럽 국가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동조했다.

덴마크 인구는 560만 명인데, 지난해 2만1천 명이 망명을 신청했다. 올해도 2만 명의 난민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인구 대비 망명 수용 비율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며, 인권 모범 국가이다. 유엔이 덴마크의 난민규제 행보를 국제조약 위반이라며 비판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유럽연합은 뾰족한 공동 대책이 아직 없다. 일단 각자도생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