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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보미 "올림픽 출전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

[취재파일] 이보미 "올림픽 출전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
지난해  JLPGA투어에서 7승을 올리며 일본 남녀투어를 통틀어 사상 최초로 시즌 상금 2억 엔을 돌파한 '보미짱' 이보미는 비시즌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2~3일 간격으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각종 스폰서 행사 등에 참가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도 만나면서 클럽을 놓은 채 한 달을 보냈습니다.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이보미는 2014년 작고한 아버지의 추모관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운전은 어머니가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유골함을 고향인 강원도 춘천의 한 성당에 모셨어요. 지난 시즌 끝나고 아빠한테 못가봤었는데,  미국으로 전지 훈련 떠나기 전에 인사드렸어요. 올해는 올림픽이 있잖아요. 아빠 살아계실 때 꼭 올림픽 같이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너무 허망하게 빨리 가셨어요.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 호흡기 달고 계셨는데, 제가 아빠한테 '같이 브라질 가자고 해놓고 먼저 가시면 어떡하느냐'고  막 울었더니 아빠 얼굴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반응을 하셨어요. (울먹) 저는 그때 그 아빠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저라도 아빠와 한 약속을 지켜야죠. 올림픽에 꼭 가고 싶어요." 


현재 이보미의 세계랭킹은 15위입니다.

톱랭커들을 다수 보유한 한국은 4명까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데 15위 안에 무려 8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해 이보미가 태극마크를 달려면 오는 7월까지 세계랭킹을 많이 끌어올려 한국의 경쟁 선수들부터 제쳐야 합니다.

현재 박인비(세계랭킹 2위)만이 출전 안정권에 있고 유소연(5위), 김세영(7위), 양희영(8위), 김효주(9위), 전인지(10위), 장하나(13위)는 모두 이보미와 올림픽 티켓을 다툴 경쟁자들입니다.

이보미는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기 위해 올해는 랭킹 포인트 배점이 높은 미국 LPGA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다음 달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 스폰서 초청 출전 신청을 해놓았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이번 주 중으로 답이 올 거예요. 그런데 스폰서가 일본 기업 '혼다'라서 일본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더 출전시키려고 저한테까지는 초청 순서가 안 올 수도 있어요. 아무튼, 저는 올해 LPGA 메이저대회 2개는 무조건 나가려고 해요. 지난해 일본 상금 랭킹 1위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어요.

4월 초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와 7월 열리는 US여자오픈 모두 출전하려고요. 제가 일본 투어 뛰는 5년 동안 미국 본토 대회는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었는데 꼭 우승을 못하더라도 상위권에 올라서 세계랭킹을 높여봐야죠. 다른 선수들도 LPGA투어 뛰면서 세계랭킹 높이는데 저만 가만히 있으면 올림픽 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하게 되잖아요." 


이보미는 지난해 일본 JLPGA투어에서만 32개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올해는 일본 대회 수를 25~6개로 줄이고 미국 대회 3개(혼다 대회 포함), 한국 대회 1개, 이렇게 총 29~30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 대회 중에서는 인천 스카이 72GC에서 열리는 BMW챔피언십에 가보고 싶어요. 그 코스가 저와 잘 맞거든요. 올해는 일본과 미국, 한국을 오가면서 대회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거예요. 전지훈련 장소를 일부러 팜 스프링스로 잡았어요. ANA 대회가 열리는 란초미라지와 가까우니까 코스 답사하기도 좋잖아요. 여러 번 치다 보면 코스가 익숙해져서 좋은 성적 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이보미는 원래 퍼팅이 약한 선수였습니다.
2010년 K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을 때도 퍼트 순위는 34위(31.17개)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에 가서도 2014년까지는 온 그린 시 퍼트 수가 16위(1.7922개)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5년 1위(1.7589개)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처럼 약점이던 퍼팅을 보완하고 나니 '보미짱'에겐 적수가 없었습니다. 무려 7승을 몰아치고 사상 처음 한 시즌 상금 2억 엔을 돌파하며 일본 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갑자기 그녀의 퍼팅이 이렇게 좋아진 비결을 물었습니다.

"연습 방법을 바꿔봤어요. 그동안은 연습그린에 가면 10미터 연습하다가 5미터, 1미터 왔다 갔다 하면서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체계 없이 연습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아무리 연습을 해도 거리감이 잘 안 생기더라구요. 작년부터는 한 자리에서 느낌이 올 때까지 계속 굴려보고 자신감 생기면 거리를 바꿔서 또 느낌 올 때까지 쳐보고, 그다음에 또 자리 옮기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 효과가 바로 나타났어요. 자연스럽게 거리감이 좋아지고 아무리 먼 퍼팅이라도 홀 근처에 붙여서 쉽게 홀아웃하게 됐어요. 골프가 쉬워지기 시작한 거죠. 특히 7~15m 거리의 연습을 많이 한 덕을 톡톡히 봤어요."


이보미는 대회에 나서기 전에 하는 자신만의 연습 루틴도 공개했습니다.

1. 티샷 시간 55분 전에 대회장 도착한다.

2. 연습 그린에서 10분 동안 10보~20보 거리의 퍼팅 연습을 집중적으로 한다.

3. 레인지에서 20~30분간 샷을 가다듬는다.

4. 숏 게임 연습장에서 10분간 어프로치와 병커샷을 연습한다.

5. 연습그린으로 돌아와 남은 시간 동안  3~5미터, 1미터 거리의 퍼팅 연습을 반복한다.


이보미는 올해도 이런 루틴을 유지하며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예정입니다. 그 시발점이 될 미국 전지훈련은 오는 15일 떠납니다.      

(사진=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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