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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인비 "2016년 꿈은 올림픽 금메달"

[취재파일] 박인비 "2016년 꿈은 올림픽 금메달"
'골프여제' 박인비는 2015년 세계 골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시즌을 마치고 국내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 그녀는 이제 가족과 1주일 동안 해외 여행을 떠난 뒤 연말에 미국으로 건너가 새 시즌에 대비한 전지훈련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올시즌 LPGA 5승과 함께 단일 메이저대회 3년 연속 우승, 아시아인 최초의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 LPGA 명예의 전당 입성 조건 충족 등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박인비의 2016년 최우선 목표는 리우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그녀를 만나 2015 시즌을 돌아보고 내년의 계획과 꿈을 들어봤습니다. 지난 18일(금) SBS 8뉴스 스포츠뉴스에 1분 30초 분량으로 짧게 방송되었는데 여기에 다 소개하지 못했던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Q. 2015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올 한 해는 잊을 수 없는 한해였던 것 같아요. 특히 올 초에 세웠던 목표가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이었는데 
그것을 넘어서 올해 명예의전당 입성 포인트까지 다 채우고 단일 메이저 3연패도 하고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이뤘어요. 제 골프 인생의 최대 목표를 달성했으니 정말 축복받은 최고의 해였던 것 같아요."

Q. 리디아 고와 막판까지 치열한 타이틀 경쟁을 펼쳤는데…

"올해 중반 브리티시오픈이 끝날 때만해도 제가 모든 타이틀을 가져가겠구나 생각했어요. 2위와 차이도 많이 났었고..그런데 리디아 고가 하반기에 무척 경기를 잘하면서 치고 올라와 저에게 압박감을 많이 주었어요.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제가 최저타수상을 받았지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같은 다른 타이틀은 리디아 고에게 내줬기 때문에 저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었는데요, 올해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아니니까 제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경쟁자가 옆에 있다는 건 저한테는 좋은 플러스 요인인 것 같아요. 작년, 재작년에도 스테이시 루이스와 수잔 페테르센 이런 경쟁자들이 계속 있었단 말예요. 혼자 독주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해 한해 나아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고 제 한계를 항상 테스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지난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라운드때 14번 홀에서 7미터짜리 이글 퍼팅 성공했거든요. 그 때 그걸 넣으면서 우승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어요. 이제 내가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던 홀이기 때문에 그 이글 퍼팅이 아직도 많이 기억에 남아요. 우승할 땐 항상 마지막 몇 홀 안남기고 그런 중거리 퍼팅이 하나씩 들어가야 되는것 같아요."

Q.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 느낌을 돌아보면?

"2013년부터 계속 그랜드슬램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과연 몇년이 걸릴 지는 누가 약속해주는게 아니잖아요.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생각한지 3년만에 이뤘는데 정말 기대보다 빨리 이룬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그만큼 제가 압박감 속에 어렵게 플레이했었고 그래서 저에게는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아요.

브리티시오픈이라는 대회 자체가 그냥 실력만으로 우승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골프의 중요한 요소들, 운도 따라줘야 하고 날씨도 도와줘야 하고 골프 실력도 받쳐줘야 하니까 정말 가장 우승하기 어려운 대회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Q. 지난 4월 롯데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연장전에서 김세영에게 거짓말같은 샷 이글 한방을 맞고 얼떨떨해 하던 표정이 기억나는데 당시 느낌은?

"그 때는 제가 제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저는 항상 세영이 한테 이렇게 얘기해요. 세영인 정말 기적을 몰고 다니는 선수구나. 예전에 KLPGA투어 한화 금융클래식 때도 홀인원해서 우승했고 이번에도 기적같은 샷 이글..그런 샷들을 보면 정말 홀에 넣으려고 치는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세영이는 에너제틱하고 열정이 많고 승부욕도 강하고 그런 선수인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는 그저 항복하고 축하해줄 수 밖에 없었죠." 

Q. 내년 목표는?

"내년에는 브라질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있잖아요. 올림픽은 4년만에 한번 열리는거고  또 112년만에 골프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서 열리는거고  그래서 골프선수들에게는 정말 꿈 같은 무대죠. 

그런 기회 자체가 저희 세대에게 주어져서 너무 기분 좋고 영광스런 자리라고 생각하구요.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출전 자체도 영광이지만 그렇게 소중한 기회가 왔으니 기왕이면 메달을 따면 더 좋지 않을까요? 

올림픽 골프에는 개인전에 금메달이 1개만 걸려 있기 때문에 한국선수끼리 우승을 다툴 수도 있고 또 뉴질랜드 대표로 나오는 리디아 고와 메달 색깔을 놓고 경쟁할 수도 있는데 많은 선수들이 메달 욕심을 낼 것 같아요. 올림픽은 1년에 5차례나 열리는 메이저대회와는 차원이 다른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대이기도 하구요.

Q. LPGA 투어 스케줄도 올림픽 출전에 맞춰 조정하나?

"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경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올림픽 앞 뒤로 최소 한 대회씩은 쉬어야 할 것 같구요 너무 욕심부리기보다는 마음 비우고 투어 스케줄 소화하다 보면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라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년엔 LPGA대회도 더 많이 생겼고 이동거리도 더 길어졌기 때문에 스케줄 관리가 모든 선수에게 컨디션 조절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아요."

Q. 올림픽 다음으로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명예의 전당 입성 포인트를 채웠기 때문에 이제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는데 그래도 메이저대회 우승은 항상 탐나는 것 같아요. 메이저 5개 대회가 다 우승해 본 대회들인데 그중에서 가장 우승하고픈 대회는 US여자오픈이에요. 이 대회 우승은 이미 2번 했지만 해도 해도 또 우승하고 싶은 대회예요.

코스 세팅도 저와 잘 맞고 잘 준비한다면 가장 우승 확률도 높은 것 같아서 가장 기대가 되는 대회죠. US여자오픈은 매년 대회 코스가 바뀌는 데도 세팅이 비슷해요. 버디가 많이 안나오고 언더파도 잘 안나와요. 

이런 코스에서는 보기 위기에서 파 세이브하고 어려운 홀들에서 가끔 버디 잡아주고 하는게 정말 중요해요. 저는 위기관리 능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이 대회 코스에서는 항상 재미있고 즐겁게 플레이했던 것 같아요."

Q. LPGA 통산 17승을 하는 동안 공교롭게도 국내에서는 한번도 우승을 못했는데?

"한국 대회에서 그동안 2등, 3등 좋은 성적은 냈었는데 정작 우승은 한번도 못했어요. 선수생활 하면서 한국에서도 분명히 우승을 하고 싶고 한국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한국대회 나올 때는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준비를 많이 해야겠어요."

Q. 남편이 박인비 선수보다 골프 연습을 더 많이 한다던데?

"남편은 겨울에도 혼자 연습장 가서 2-3시간씩 연습하고 와요. 직접 쳐 보고 연구하면서 느낌이 오면 저에게 이렇게 쳐봐, 저렇게 쳐봐 하는데 남편이 저보다 제 몸 상태와 스윙을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저에게 최고의 스윙 코치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제가 스윙이 최악인 상태에서 오빠(남편)를 만났는데 오빠한테 코치를 받고 나서 워낙 효과를 많이 봤고  세계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거든요. 오빠한테는 제가 못찾아내는 부분을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Q. 남편에게 레슨 받고 싶어하는 후배들도 있다던데?

"네. 그렇게 요청하는 선수들이 몇명 있는데, 제가 현역으로 뛰는 동안에는 그게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남편이 제 스케줄에 맞춰서 같이 움직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을 레슨해 줄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이렇게 얘기해요. '오빠, 나 은퇴하고 나면 또 다음 세계 1등을 키워야지?'" (웃음)

Q. 아직도 국내에서는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많은데?

"사실 한국에서는 너무 오래 전부터 골프는 비싼 스포츠이고 사치 스포츠라는 인식이 많았죠. 이 생각이 바뀌는 데는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외국에 나가 국위를 선양하는 훌륭한 골프선수들이 얼마나 많아요? 무엇보다 내년엔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도 있기 때문에 골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좀 바뀌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따라주면 좋겠어요. 

저는 주니어 시절 미국에서 운동을 했는데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이 운동하는 걸 보면 여건이 참 안좋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숏게임 연습장이 턱없이 부족하고 비용도 워낙 많이 들잖아요. 이렇게 안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는 게 신기할 뿐이죠. 

미국 골프장의 경우 오후에는 선수들에게 많이 개방을 해주고 주니어 골퍼들에 한해서는 좀더 편하게 골프칠 수 있게 지원을 해주는데 한국도 그런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훨씬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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