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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설탕 범벅"…유제품은 억울하다(?)

[취재파일] "설탕 범벅"…유제품은 억울하다(?)
유제품을 컵에 따르는 영상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한 박스를 샀습니다. 마트에서는 박스 단위로 밖에 팔지 않는지라.. 촬영을 마치고 한 잔을 마셔보니 정말 달고 맛나더군요. 회사에 가져와 동료들에게 나눠줬는데, 반응 한결 같았습니다. 두유가 원래 이렇게 달았어?!...

방송과 신문에서 일제히 '설탕 범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자 두유 업계는 크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자기들 제품이 달지 않은데 달다고 해서 당황한 게 아니라, 이제서야 해묵은 지적을 받으니 그랬을 거라 생각됩니다.

해묵었지만, 이제라도 소비자원이 소위 '건강음료'라고 알려진 두유 속에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해 알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과 선택 기준이 바뀌면, 더 건강한 두유를 마실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덜 달고, 덜 짜고, 덜 취하는 이른바 3저(低) 먹거리가 유행하면서 식품업계도 당류나 나트륨이 덜 함유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선호가 그렇게 바뀌고 있으니까 그들 입장에선 조금 더 어려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거겠죠.

특유의 비릿하고 텁텁한 맛 때문에 그간 순수한 두유는 환영받지 못했고, 달짝지근한 두유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조금 더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더 달아서인지 검은콩 두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았는데요, 당류만 따지고 보면 검은콩 두유가 흰콩 두유에 비해 30% 이상 더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검은콩 특유의 텁텁한 맛을 희석시키려다보니 그랬다는 얘깁니다.

기본적으로 유제품에는 유당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액상과당이나 정백당을 추가로 넣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겠지만, 부연설명을 하자면 액상과당은 단 맛이 나는 사탕수수 추출물이요, 정백당은 흰설탕입니다.

아니 둘 중에 하나만 넣으면 되지, 둘 다 넣은 제품은 뭐냐 하시는 분도 계신데요, 저두 궁금해서 물어보니 단 맛이 다르답니다. 그래서 액상과당을 넣었음에도 추가로 정백당을 넣는거래요. 혹시 비용 절감을 위해 설탕을 넣는 거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는 오히려 액상과당보다 설탕이 더 비싸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약간 두리뭉실하게 설명드리면, 보통 각설탕 하나가 3그램 정도 됩니다. 200ml 두유 한 팩에 당류가 10그램이 넘는다는 얘기는 각설탕이 3개 넘게 들어간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설명드리니 조금 이해가 쉽죠? 커피에도 2개 넣으면 무지 달달하니까, 어느 정돈지 짐작이 되실겁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수(의사)님은 "두유에 당류가 다량 포함돼 있더라도, 탄산음료 안에 든 당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탄산음료의 당류가 말 그대로 물에 설탕을 탄 것이라면, 두유의 당류는 식물성 단백질 등 다른 영양성분과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흡수 과정에서 탄산음료의 당류처럼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두유만 한 팩 마시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유처럼 건강음료로 알려진 농후발효유(진한 야쿠르트) 역시 상당한 양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 맛에서도 느낄수 있지만 두유보다 당류가 더 많이 들어있는데요. 이런 저런 걸 먹다보면 당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된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대신 두유 한 팩을 먹고(최대 10그램), 간식으로 농후발효유(최대 20그램) 한 병을 마시면 이미 섭취한 당류는 30그램이 됩니다. WHO,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1일 당류 섭취량이 50그램인데,
유제품 2개만 마셔도 그 절반을 훌쩍 넘기는 것입니다. 여기에 과일, 과자, 탄산음료, 커피음료까지 먹거나 마실 경우 권고량은 말그대로 권고량일뿐 지키기 쉽지 않은 수치가 되는 거죠.

특히 어른보다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들은 그만큼 당류를 덜 섭취해야하는데 어디 그런가요, 단 걸 좋아하다보니, 당류 섭취를 많이하기 마련인데, 건강음료라고 생각하는 두유나 농후발효유에 만이라도 좀 덜 들어있어야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을까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언론의 이런 기사가 마음에 안 들 가능성이 높지만,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으니 언론을 너무 원망마시길.. 굳이 소아 당뇨니, 소아 비만이니 심각한 질병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치아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하니 적절한 선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탄산음료 수준이다', '설탕 범벅이다'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근 유제품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식약처도 당류 저감화 캠페인에 나서면서 업계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죠.
그래서 열심히 연구해 덜 달면서도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너 왜 이렇게 달아"라고 자꾸 혼을 내고 있으니 기업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공부 안하느냐며 야단을 맞을 때의 기분이겠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면 검은콩 두유에 정작 검은콩 함량은 1%가 채 안된다는 부분. 흰콩 두유액에 아주 조금 검은콩 두유 농축액 또는 추출액을 섞은 제품입니다. 마케팅이나 광고가 일정 부분 과장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두유 드실 때는 꼭 뭐뭐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성분 표시를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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