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신문에서 일제히 '설탕 범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자 두유 업계는 크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자기들 제품이 달지 않은데 달다고 해서 당황한 게 아니라, 이제서야 해묵은 지적을 받으니 그랬을 거라 생각됩니다.
해묵었지만, 이제라도 소비자원이 소위 '건강음료'라고 알려진 두유 속에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해 알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과 선택 기준이 바뀌면, 더 건강한 두유를 마실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덜 달고, 덜 짜고, 덜 취하는 이른바 3저(低) 먹거리가 유행하면서 식품업계도 당류나 나트륨이 덜 함유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선호가 그렇게 바뀌고 있으니까 그들 입장에선 조금 더 어려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거겠죠.
특유의 비릿하고 텁텁한 맛 때문에 그간 순수한 두유는 환영받지 못했고, 달짝지근한 두유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조금 더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더 달아서인지 검은콩 두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았는데요, 당류만 따지고 보면 검은콩 두유가 흰콩 두유에 비해 30% 이상 더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검은콩 특유의 텁텁한 맛을 희석시키려다보니 그랬다는 얘깁니다.
기본적으로 유제품에는 유당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액상과당이나 정백당을 추가로 넣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겠지만, 부연설명을 하자면 액상과당은 단 맛이 나는 사탕수수 추출물이요, 정백당은 흰설탕입니다.
아니 둘 중에 하나만 넣으면 되지, 둘 다 넣은 제품은 뭐냐 하시는 분도 계신데요, 저두 궁금해서 물어보니 단 맛이 다르답니다. 그래서 액상과당을 넣었음에도 추가로 정백당을 넣는거래요. 혹시 비용 절감을 위해 설탕을 넣는 거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는 오히려 액상과당보다 설탕이 더 비싸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수(의사)님은 "두유에 당류가 다량 포함돼 있더라도, 탄산음료 안에 든 당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탄산음료의 당류가 말 그대로 물에 설탕을 탄 것이라면, 두유의 당류는 식물성 단백질 등 다른 영양성분과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흡수 과정에서 탄산음료의 당류처럼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두유만 한 팩 마시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유처럼 건강음료로 알려진 농후발효유(진한 야쿠르트) 역시 상당한 양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 맛에서도 느낄수 있지만 두유보다 당류가 더 많이 들어있는데요. 이런 저런 걸 먹다보면 당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된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대신 두유 한 팩을 먹고(최대 10그램), 간식으로 농후발효유(최대 20그램) 한 병을 마시면 이미 섭취한 당류는 30그램이 됩니다. WHO,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1일 당류 섭취량이 50그램인데,
유제품 2개만 마셔도 그 절반을 훌쩍 넘기는 것입니다. 여기에 과일, 과자, 탄산음료, 커피음료까지 먹거나 마실 경우 권고량은 말그대로 권고량일뿐 지키기 쉽지 않은 수치가 되는 거죠.
특히 어른보다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들은 그만큼 당류를 덜 섭취해야하는데 어디 그런가요, 단 걸 좋아하다보니, 당류 섭취를 많이하기 마련인데, 건강음료라고 생각하는 두유나 농후발효유에 만이라도 좀 덜 들어있어야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을까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언론의 이런 기사가 마음에 안 들 가능성이 높지만,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으니 언론을 너무 원망마시길.. 굳이 소아 당뇨니, 소아 비만이니 심각한 질병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치아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하니 적절한 선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탄산음료 수준이다', '설탕 범벅이다'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근 유제품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식약처도 당류 저감화 캠페인에 나서면서 업계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죠.
그래서 열심히 연구해 덜 달면서도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너 왜 이렇게 달아"라고 자꾸 혼을 내고 있으니 기업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공부 안하느냐며 야단을 맞을 때의 기분이겠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면 검은콩 두유에 정작 검은콩 함량은 1%가 채 안된다는 부분. 흰콩 두유액에 아주 조금 검은콩 두유 농축액 또는 추출액을 섞은 제품입니다. 마케팅이나 광고가 일정 부분 과장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두유 드실 때는 꼭 뭐뭐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성분 표시를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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