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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한 언론에 극히 민감한 북…경직된 분위기 탓?

[취재파일] 남한 언론에 극히 민감한 북…경직된 분위기 탓?
북한이 우리 언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남북 회담이 진행될 때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가면 다음날 회담에서 우리 언론의 기사를 언급하며 항의하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그런데, 요즘은 남한 언론에 대한 북한의 민감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다.
 
● 북, 남한 언론 보도에 “악수 안했다”며 항의
 
지난 11일 개성공단에서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이 열렸다. 회담이 시작되는 부분만 언론에 공개되고 본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은 개성에서 보내 온 공동취재단의 취재 내용에 기반해 오전 전체회의에서의 남북 수석대표 모두 발언과 회담장의 분위기를 보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들어 북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언론의 기사를 문제삼았는데, “북측 수석대표가 남한 기자들과 악수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일부 언론이 북측 수석대표가 남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것처럼 잘못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북측 수석대표가 남한 기자들과 악수를 하며 “잘 보도해달라”고 얘기한 것처럼 보도된 것이, 북측이 이번 회담에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해석됐다.
 
실제로 오전 회담에서 북한 수석대표와 남한 기자들 사이에 악수는 없었다. 남북의 수석대표들이 촬영에 응하기 위해 여러 차례 악수를 했는데, 이 내용이 메모 형식으로 전달되다 보니 일부 기자들이서 북한 수석대표가 남한 기자들과 악수를 한 것처럼 오해한 것이었다.

‘사실관계’가 틀린 이상 기사를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악수를 했다 안했다는 기사가 남북회담에서 몇 시간만에 정식으로 항의까지 해야 될 사안인지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의아하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 남한 내에 당대회 개최 시기 놓고 논란 일자 바로 해명 기사
 
오늘(16일)은 약간 해프닝성 사건이 발생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삼천 메기공장을 현지 지도한 소식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 내년 5월로 예정된 노동당 7차대회의 개최 시기와 관련해 애매한 언급이 나온 것이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비서가 메기공장의 현대화를 지시했다고 전하면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삼천 메기공장의 방대한 현대화 공사를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10월 10일까지 얼마든지 끝낼 수 있다고 말씀하시였다.” (조선중앙통신)
 
여기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은 “열리는”이 수식하는 말이 “다음해”에만 걸리는 지 “10월 10일”까지 걸리는 지 하는 부분이다. “열리는”이 “다음해”까지만 수식한다면 노동당 7차대회가 예정대로 내년 5월에 열리고 메기공장의 현대화는 내년 10월 10일까지 완수해야 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열리는”이 “10월 10일”까지 수식하게 되면 노동당 7차대회가 내년 5월에서 10월 10일로 연기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노동당 대회는 1980년 이후 36년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당대회 개최 시기를 전격적으로 연기했다면 북한 내부 사정이 좋지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된다.

일부 언론과 대북단체들이 ‘당대회 연기’ 기사를 내보낸 상황에서, 7차 당대회의 연기 여부는 북한 담당 기자와 당국자 사이에서 하루 종일 관심을 모은 사안이었다.
 
답변은 북한으로부터 신속히 나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후 들어 ‘세계적 수준으로 전변될 삼천 메기공장’이라는 기사를 새로 내보내면서 7차 당대회가 내년 5월에 예정대로 열린다고 명시했다. 중앙통신 원문을 잠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들은 공장의 방대한 현대화 공사를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뜻깊은 다음해의 10월 10일까지는 무조건 끝내고 더 많은 메기를 생산하는 것으로써 경애하는 원수님의 숭고한 뜻을 충정 다해 받들어갈 것이다.

우리 당력사에서 특기할 사변으로 될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는 주체 105(2016)년 5월 초에 열리게 된다” (조선중앙통신)
 
기사가 삼천 메기공장의 현대화 계획을 소개하는 내용인 만큼, 사실 위 인용문에서 두 번째 문장은 불필요하다. 그런데도 중앙통신이 7차 당대회의 날짜를 명시하는 문장을 첨가한 것은 누가 봐도 남한 언론의 보도를 의식한 것이었다.

7차 당대회가 내년 5월에 예정대로 열린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추가 기사를 썼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북한의 민감도는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 반영
 
북한이 우리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언론의 보도가 당사자들에게는 비판의 소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 언론에 이렇게 보도됐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라는 추궁이 행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요즘 그 민감도의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마도, 북한 내부 조직이 예전보다 훨씬 경직되고 엄혹한 분위기에 놓여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괜히 잘못 걸리면 죽는다”라는 것이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 분위기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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