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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량진 상인들…'새 집' 준다는데도 싫다 하는 이유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가다 보면, 노량진 수산시장 옆에 번듯한 건물이 하나 들어선 게 눈에 띈다. 지난 2012년 첫 삽을 뜬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의 결과물이다. 현재 시장 바로 옆에 지어진 이 건물로는 내년 1월 상인들의 이주가 예정되어 있다. 

  오래된데다, 여름에는 질척거리고 냄새가 나고, 겨울에는 춥디 추운 낡은 집을 벗어나, 깨끗하고 산뜻해 보이는 새 집이 생겼지만, 노량진 상인들은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고 있다. 심지어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마다 '이사갈 수 없다'며 집회까지 열고 있다. 이들이 새 집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조감도 (사진=수협중앙회)
  일단 새 건물에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점포의 면적이 턱도 없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건물에서 한 개의 점포의 면적은 5㎡(1.54평)이다. 여기에 점포와 통로 사이 전시 진열 공간까지 포함하면 11㎡(3.5평) 정도가 된다. 결국 한 점포가 17㎡(5평)는 사용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새 건물에서 한 점포에 주어지는 면적은 4.9㎡(1.5평)쯤이다. 사실 지금의 점포 면적과는 0.4평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문제는 새 건물은 통로가 좁아서 사실상 물건을 전시하고 진열할 공간, 적치할 공간, 작업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보다 점포도 통로도 좁아서 고객이 와도 물건을 보고 고를 공간도 없다고 한다. 이래서는 무슨 장사를 하라는 거냐고 울상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사진=게티이미지)
  공간은 좁아지는데, 반대로 임대료는 오른다. 현재 점포별로 3개 등급이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한 점포당 보증금 3천만 원에 달마다 29만 원 정도씩 임대료를 내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 수도료, 관리비 등등을 합치면 70~80만 원이 나간다. 그런데 현대화된 새 점포에서는 임대료만 71만 원이 된다. 제반 비용까지 따지면 200만 원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점포 크기는 작아졌는데, 한 달 사용료는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러니 상인들은 속이 터진다.

  애초 건물 이주 계획을 세웠을 때, 수협과 상인들은 점포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지난 2009년 7월 수협과 상인들이 맺은 약해각서에는 전용면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착공식 (사진=수협 홈페이지)
  수협은 이후 2012년 11월 상인들에게 '전용면적은 1.5평'이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09년 사업설명회를 할 때 경매장과 판매장을 1층과 2층으로 나눈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당시 상인들이 반대를 해서, 현재와 같은 구조로 '수평이동' 하기 위해 땅 2000평을 새로 사들여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면적 부분은 현재와 달라진 게 전혀 없고, 상인들의 요구도 다 들어주지 않았냐는 것이다. 게다가 통로 사용은 사실상 '무단 점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당시는 '복층'에만 신경을 썼을 뿐 면적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평이동'이라고 해서 지금 '있는 그대로' 옮겨가는 줄로만 철썩같이 믿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로 사용은 지금까지 엄연히 수협 측이 용인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임대 연장 계약서에 점포 면적과 통로 면적을 합친 공간을 명시해놓고 사인을 해왔다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사진=게티이미지)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애초 1월로 예정되었던 '현대화된 수산시장'의 개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상인들은 현 시장을 리모델링해서 제2의 사업장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협 측은 현 부지에는 해양수산 복합테마센터를 조성할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40년 역사를 지닌 수산시장의 '헌 집 새 집' 갈등…  단순히 상인과 수협의 이익 다툼이기 이전에, 오랜 세월 시민 곁에 있었던 추억과 역사의 장소가 이런 일에 휘말렸다는 걸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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