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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곤돌라 운행 18년…스트레스1위 덕유산

[취재파일] 곤돌라 운행 18년…스트레스1위 덕유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올해 초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 스트레스 지수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전국 15개 산악형 국립공원 내 144개 탐방로를 조사했더니 전북 무주에 있는 덕유산 설천봉에서 향적봉구간, 6백미터 산길이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조사는 국립공원연구원에서 맡았고, 8개 지표를 사용해 분석했다고 합니다. 탐방객수, 단체 탐방객수, 정상 탐방객수, 탐방로 훼손정도, 샛길 길이, 쓰레기 발생량, 생물종 다양도 등을 토대로 분석, 평가 한 것입니다.
1천5백20미터인 설천봉과 1천6백14미터인 향적봉은 덕유산의 정상 봉우리이고, 소백산맥 중심부에 우뚝 솟아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왜 이 봉우리들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 보도자료가 나온 뒤 현장 확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이런저런 일을 핑계로 가을이 저물고 있는 얼마 전에서야 덕유산을 찾았습니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 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걸어 올라가면 3시간 30분이나 걸리는데 불과 20분만에 설천봉에 도착했습니다. 곤돌라는 쉴새없이 탐방객을 실어 날랐습니다. 멀리 가야산이 운무속에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구상나무와 주목의 고사목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었습니다. 눈이 시원할 만큼 경관이 멋졌습니다.
그러나 발을 딛고 서있는 설천봉 정상은 풀 한 포기없이 황량한 들판이었고, 간간이 부는 바람에 흙먼지만 날릴 뿐 이었습니다. 물론 스키장 제일 꼭대기 출발점이고,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서 훼손이 불가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곤돌라에서 내려 향적봉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까지 2천㎡나 되는 산 정상에 풀 한 포기 없다는 것 은 이해가 안 됐고, 생채기 난 채 방치돼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향적봉을 오르는 등산길은 탐방객들로 붐볐습니다.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산을 오르기에 힘들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탐방로 주변은 조릿대가 군락을 이뤘습니다. 조릿대 사이로 곳곳에 샛길이 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드나들어 생긴 샛길에는 조릿대 한 그루 없이 휑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탐방객이 밟고 지나갔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샛길이 난 곳을 따라가 보니 대부분 구상나무, 주목 등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출입금지구역을 드나들어 결국 조릿대를 밟고 길을 낸 것입니다.
덕유산
들어가지 말도록 밧줄을 쳐놓고, 출입금지 표지판을 달아 놓기도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탐방로를 따라 양쪽으로 나무울타리를 치는 방법도 생각중이라고 했습니다. 탐방로 6백미터 구간에는 거의 목재를 깔아 놓았습니다. 밀려드는 탐방객들로 인해 등산길 흙이 패여 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특히 향적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목재위에 폐타이어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타이어 매트까지 덧씌웠습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녀 목재까지 파손되자 이런 방법을 썼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국립공원 탐방로에 폐타이어 등장은 정말 안 어울렸습니다. 시커먼 폐타이어 조각은 탐방길의 경관을 망쳤고,수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며 타이어가 조금씩 닳을 경우 미세한 고무가루가 근처 산림뿐 아니라 탐방객들의 건강도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유산 탐방객은 연간 70만명에 이릅니다. 단풍철인 지난달에만 6만7천명이 다녀갔는데, 평일기준2~3천명, 주말에는 7천여 명이 찾아옵니다. 탐방객 가운데 80%가량은 걸어 올라가는 대신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까지 손쉬운 등산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는 곤돌라 운행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힙니다.

굳이 등산 장비 챙기지 않고 가벼운 트래킹 복장을 하고 와도 해발 1천5백미터가 넘는 아고산지대까지 간편히 올라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유산에 곤돌라가 들어선 것은 18년전입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르면서 스키 리프트 시설이 생겼고, 대회를 마친 뒤 소형 케이블카인 곤돌라로 활용하면서 부터입니다. 쇠줄을 타고 쉴새 없이 오르내리는 곤돌라덕에 덕유산에는 일년내내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잠시 쉴 틈조차 없으니 덕유산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곤돌라를 뜯어낼 수 없다면 지친 덕유산을 위해 탐방객수 조정이 우선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조언합니다. 지리산 노고단 등에서 하고 있는 탐방예약제를 도입하거나 휴식년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하나는 탐방문화개선입니다.

나 하나쯤이란 생각으로 출입금지 구역을 버젓이 드나들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생태계에 어떻게 피해를 주는지 되돌아 봐야합니다.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아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유산은 대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입니다. 잠시 쓰고 잘 보존해 넘겨줘야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산은 걸어서 오르라고 있는 것입니다. 쇠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통속에 갇혀 끌려 올라오는 것은 인간의 욕심입니다. 그칠 줄 모르는 탐욕에 산들이 지쳐 흐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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