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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붕어가 토종 붕어…산천어가 송어 생산

수컷 생식줄기세포 이식 성공

[취재파일] 금붕어가 토종 붕어…산천어가 송어 생산
국립생물자원관에 가면 금붕어와 토종붕어가 한 수족관에서 동거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함께 살 수 있는 것이지만 두 종 사이에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부모와 새끼 사이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금붕어가 자기 자손이 아닌 토종붕어를 낳은 것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이승기 연구사는 2년 전 토종붕어의 정원줄기세포, 즉 수컷 생식줄기세포를 채취해 갓 부화한 새끼 금붕어복강에 이식했습니다. ‘어류 이종간 줄기세포이식’을 위해서는 사전에 거쳐야할 단계가 있는데, 우선 대리모로 사용할 물고기의 불임시술입니다. 고유의 생식기능을 없애고 다른 종의 알과 정자를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리모로 사용할 물고기의 불임처리는 부화하기 전 수정란 단계에서 시행되는데, 28도 수온에 수정란을 담가 놓으면 된다고 합니다.

대리모로 쓴 금붕어는 갓 부화해 겨우 1mm 크기의 아주 작은 새끼였습니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서 복강을 찾고, 미세한 바늘로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것은 고난도 기술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포의 직경은 20마이크로미터이고 이식에 사용하는 바늘 끝의 직경은 80마이크로미터라고 하니 현미경이 아니면 시술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지요.

토종붕어의 수컷 줄기세포를 복강에 이식한 금붕어는 지난4월25일 마침내 알을 낳았고, 수정을 거쳐 4일 뒤인 29일 부화를 했는데, 마침내 금붕어가 아닌 토종붕어를 낳았습니다. ‘어류 이종간 줄기세포 이식기술’의 성공을 확인해준 순간이었습니다. 금붕어 복강에 이식된 수컷 토종붕어 생식 줄기세포가 난자와 정자로 분화했음을 증명해 준 것입니다.
연구의 핵심은 영하80도 냉동고에 보관한 금붕어로부터 살아있는 정원줄기세포를 분리, 확보해 내는 것입니다. 이승기 연구사는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일본 동경해양대학에서 어류 정원줄기세포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포를 동결하게 되면 세포 내부의 물이 뾰족한 얼음 결정체가 되면서 세포막을 파괴하기 때문에 세포는 죽게 됩니다. 하지만 정원줄기세포는 물고기 중앙부분에 위치하고 있어서 세포의 생존에 유리한 완만 동결조건을 만족시켜 동결 억제제 없이도 세포가 생존할 수 있음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힌 것입니다.
앞서 이승기 연구사는 지난해 초 냉동 무지개송어의 정원줄기세포를 산천어의 복강에 이식해 무지개 송어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금붕어와 마찬가지로 대리모로 쓴 산천어 수정란을 불임처리했고, 갓 부화한 3mm크기의 산천어 복강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무지개 송어의 알과 정자를 얻어 복원한 것입니다. 산천어 한 마리당 무지개송어 정원 줄기세포 5천개씩 이식했다고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2일 발간된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고, 이승기 연구사는 제1저자로 소개됐습니다.
‘어류 이종간 줄기세포 이식기술’은 국내 멸종위기종의 증식과 복원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에는 미호종개,흰수마자 등 25종의 멸종위기종 어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류의 종 복원은 사육에 의한 인공증식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어류의 정원줄기세포를 동결보존한 뒤 알과 정자로 분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어류 유전자원의 장기보존 및 종의 복원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말부터 멸종위기종에 대한 증식과 복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수컷 줄기세포 이식기술은 포유류에도 적용될까? 그런 상상은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류에서는 수컷의 생식줄기세포가 알<난자>로 분화가 가능하지만 포유류에서는 암.수간 유전적 차이가 커서 분화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난생동물에만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어서 앞으로 양서, 파충류 쪽으로도 연구범위를 넓혀 가겠다고 이 연구사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어류 이종간 줄기세포 이식기술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소중한 생물자원의 증식과 복원에 값지게 쓰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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