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PGA 개막전 준우승 케빈 나, 드라이버에 웃고 울고

드라이버 덕분에 연장 승부…드라이버 때문에 연장 패배

[취재파일] PGA 개막전 준우승 케빈 나, 드라이버에 웃고 울고
재미교포 케빈 나가 2015-16시즌 PGA투어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개막전 준우승이면 시즌 출발이 꽤 좋은건데 오늘 최종라운드는 유난히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케빈 나는 12번 홀까지 선두와 3타 차로 벌어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13번과 14번 홀에서 연속으로 4미터 안팎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15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낸 아르헨티나의 신인 에밀리아노 그리요에 1타 뒤진 상황에서 케빈 나가 마지막 18번 홀(파5)에 왔습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올린 케빈 나는 깃대까지 274야드를 남기고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두 번째 샷에서 페어웨이 우드 대신 드라이버를 잡고 투온을 시도한 것입니다. 페어웨이에서 친 이 회심의 드라이버 샷은 오른쪽으로 살짝 밀려 그린 옆 러프에 떨어졌지만 핀까지 남은 거리는 33야드. 충분히 버디를 노릴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케빈 나는 여기서 런닝 어프로치로 세 번째 샷을 홀 1.7미터에 붙였고, 가볍게 버디를 잡아 그리요와 동타를 이루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드라이버 세컨 샷' 승부수가 통한 셈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케빈 나는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파를 기록해 1미터 버디 퍼트를 놓친 그리요와 연장 두 번째 승부에 돌입했습니다.

케빈 나의 드라이버 티샷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 잘 떨어졌고, 그리요의 티샷은  오른쪽 벙커에 떨어졌습니다. 
먼저 그리요가 숏 아이언으로 벙커를 탈출해 핀까지 139야드를 남겼습니다. 이제 케빈 나의 세컨 샷 차례가 됐습니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270야드. 안전하게 페어웨이 우드로 그린 근처까지만 보내면 어프로치 샷으로
충분히 버디를 노릴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케빈 나는 여기서 또 한번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습니다. 투 온을 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었는데 결과는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드라이버로 친 회심의 세컨 샷은 약간 뒤땅을 때리고 공이 왼쪽으로 감기는 바람에 나무 밑 러프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중계 방송의 느린 화면에서는 뒤땅을 칠 때 공 앞쪽에서 불꽃이 튀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케빈 나는 이후 세 번째와 네 번째 샷을 모두 실수해 보기를 범했고, 2미터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군 그리요에게 우승컵을 내줬습니다. '드라이버 세컨 샷' 미스가 두고 두고 아쉬운 대목입니다.

케빈 나는 경기 직후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드라이버로 세컨 샷을 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어서 자신있게 시도했었던 것이고, 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드라이버를 잡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드라이버를 또 잡는다?

4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아쉽게 날린 케빈 나가 혹시나 '욱'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도  다음에 정말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제발 다시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스포츠는 확률의 게임입니다. 아무리 드라이버를 페어웨이 위에서 잘 친다 하더라도 그 정확도에서 페어웨이 우드를 따라 갈 수는 없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