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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태풍이 몰고 온 20일 만의 단비…해갈에는 미흡

[취재파일] 태풍이 몰고 온 20일 만의 단비…해갈에는 미흡
하늘에 물기가 말랐는지 좀처럼 쏟아지지 않던 비가 드디어 전국의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는 지난 9월 11일 이후 20일 만입니다. 10mm 안팎의 굵은 빗줄기로 한정하면 9월 3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내리는 단비입니다.
 
비의 양도 적지 않아 일부 남해안이나 지리산, 한라산 같은 산지에는 100mm를 넘겠고 그 밖의 지방에도 적게는 20mm에서 많게는 80mm에 이르겠습니다. 급한 불은 끈 셈이죠.
 
이번에도 해결사로 나선 것은 태풍이었습니다. 타이완 섬을 강타해 큰 피해를 남긴 21호 태풍 ‘두쥐안’은 중국에 상륙해 열대저압부로 소멸됐지만 태풍이 남긴 비구름이 방향을 우리나라로 틀면서 단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을 겪은 지난 94년과 지난해 그리고 올해 모두 태풍이 직접 비를 뿌리거나, 태풍 전면에 생긴 비구름이나 태풍이 남긴 비구름이 영향을 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막았는데, 올해도 태풍이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태풍은 누구나 알고 있듯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기는 무시무시한 상대입니다. 그 태풍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못마땅한데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다. 한꺼번에 몰고 오는 수증기의 양은 태풍에 견줄 것이 없거든요. 그저 피해를 주지 않고 잘 넘어가기만을 기도할 수밖에요.
 
문제는 태풍이 약해져 생긴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 동해로 이동하면서 다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비가 시작될 때는 힘이 약해 조용히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고 벼락이 치고 돌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죠.
 
해안에서는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 정도면 가히 작은 태풍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닙니다. 바람에 약한 시설물들을 미리 잘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심할 것으로 강풍 뿐 만이 아닙니다. 해일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가뜩이나 달이 지구에 가까이 지나면서 해수면을 크게 높인 상태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해수면을 더욱 높일 수 있어섭니다. 밀물 때 해수면이 높아지면 일부 저지대에서는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비로 가뭄이 해갈되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올해 강수량이 워낙 적어 이번 비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극심한 가뭄해갈은 어렵습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이번 비를 더해도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번 비가 용수 확보 측면에서는 큰 힘이 될 듯합니다, 현재 다목적 댐 수위가 평년의 2/3 수준인데 이번 비가 수위를 높이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번 비로 저수율이 좋아진다고 해도 봄까지 내릴 비의 양이 많지 않아 걱정인데요, 물을 아껴 쓰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번 비는 타는 갈증을 해소할 뿐 아니라 늦더위를 몰아내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서 연일 30도 가까이 오르던 낮 기온이 20도 가까이 떨어지겠는데요, 아침 기온 역시 10도 가까이 내려가면 매년 이맘때 쯤 나타나는 가을 날씨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갑자기 기온 변화가 생기면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반팔 옷을 즐겨 입던 분들이 갑자기 긴팔 옷을 입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이럴 경우 감기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옷은 따뜻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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