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여전히 높은 소아과 항생제 처방률…크론병·성장장애까지?

[취재파일] 여전히 높은 소아과 항생제 처방률…크론병·성장장애까지?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도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내성이 높다는 문제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OECD 국가 평균보다 1.4배 정도 높다.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의 내성률은 74%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항생제는 보통 바이러스성 질환,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감기'에도 흔히 항생제가 처방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의원의 항생제 사용률은 여전히 상당하다. 지난해 의원(일반 지역 병원)에서 발급한 처방전에 항생제가 포함된 곳을 봤더니, 전체 탑10(top 10) 가운데 6곳이 소아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아과의 경우 항생제 처방률이 69.5%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처방전 10건을 내어주면, 그 가운데 7건에는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감기가 걸렸을 때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전체 감기의 5%도 되지 않는다.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세균성 목감기 정도에만 국한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반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38.42% 로, 감기 환자 10명 중 4명에게는 항생제를 처방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아이가 아프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소아과라는 것이다. 사실 감기에 걸렸다고 대학병원부터 가는 게 아니니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소아과를 찾는데, 이들의 항생제 처방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종합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21% 수준이다. 일반 지역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이 38%이니 무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이다. 특히 지역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소아과'(처방전 발행건수 기준)의 평균 항생제 처방률은 50~60% 수준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아이들이 가는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이 성인이 가는 내과의 항생제 처방률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소아과는 38%, 내과는 35%로 소아과가 내과보다 3%p 더 많이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었다. 

  빨리 낫는다는 장점이 있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아이들이 항생제를 많이 먹어도 되는 것일까. 덴마크 코펜하겐 스타텐 세럼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연구소는 8년 동안 어린이 58만여 명의 약 처방과 의학기록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다. 그 가운데 4살 때까지 한 번이라도 항생제를 먹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발생률은 1.84배, 크론병 발생률은 3.5배 높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식사 이후, 또는 가벼운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배가 살살 아프거나 부풀어 오르는 느낌, 소화 불량, 변비,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만성 질환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최근 유명 가수가 앓는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질병이다.

  연구진들은 항생제가 장 속에 있는 좋은 세균과 미생물을 죽이는데, 좋은 세균까지 죽으면 나중에 스트레스나 음식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져서 장 관련 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크론병이 걸릴 경우, 성장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크론병은 주로 소장에 생기는데, 소장은 영양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음식물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 이 의원은 항생제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와 관리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루 빨리 낫기를 바라고 찾은 병원에서 병을 더 얻어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