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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어가는 '귀이빨대칭이'…절박한 구조 손길

[취재파일] 죽어가는 '귀이빨대칭이'…절박한 구조 손길
가뭄 하면 떠오르는 그림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물이 말라 쩍쩍 갈라진 저수지나 논바닥일 겁니다. 물의 소중함과 가뭄의 심각성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상징물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북 등처럼 갈라터진 곳에서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멸종 위기종이어서 더욱 안타깝고, 걱정입니다. 환경부가 지난 2005년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한 ‘귀이빨대칭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름도 모양도 특이한 민물조개인데 다 자란 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큽니다.
지난 18일과 22일 이틀간 중부권의 대표적 저수지인 충남 예당 저수지와 탑정 저수지 두 곳을 둘러봤습니다. 저수율이 20%를 밑돌 만큼 가뭄이 심각하다는 소식에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찾은 것입니다. 먼저 간 곳은 예당저수지였습니다.

물이 가득 찼던 드넓은 호수는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습니다. 저수지 상류 바닥에는 봄부터 시작된 가뭄에 잡초가 허리춤까지 훌쩍 자랐습니다. 풀밭을 지나 들어가니 바짝 타들어간 진흙 밭에서 흙먼지만 날렸습니다. 땅 바닥은 손이 들어갈 만큼 갈라 터졌습니다. 진흙이 품고 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땅바닥이 쩍쩍 입을 벌리고 갈증을 호소했습니다.

곳곳에서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진흙 틈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했습니다. 꺼내보니 꽉 다문 입가에 아주 적은 물기를 머금은 채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상태였습니다. 조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 산 것입니다. 벌써 여러 날 째 비 소식은 없고 강렬한 초가을 햇살은 귀이빨대칭이의 생명수를 빼앗으며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저수지 물이 남아있는 근처에서는 귀이빨대칭이의 필사적 이동이 목격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물 있는 곳까지 가지 못하고 땅에 처박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습니다. 일부는 입밖으로 허연 조갯살을 내밀고 죽었습니다. 이미 부패가 진행 중 이거나 속이 텅 빈 채 죽은 것들도 상당수였습니다. 급한 맘에 살아있는 것 들을 진흙 틈에서 꺼내 근처 물속으로 서둘러 던져 줬습니다. 논산 탑정저수지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저수지 진흙바닥에 물기를 찾아 이동 중인 귀이빨대칭이가 널려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들까지 뙤약볕에 헐떡이는 모습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리 오래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위기에 처한 귀이빨대칭이를 만난 것은 3년 만입니다. 지난 2012년 5월 말 영농철을 맞아 찾아온 극심한 가뭄에 저수지가 말라 붙었고, 메마른 탑정저수지 진흙밭에서 귀이빨대칭이가 떼죽음을 한 것입니다. 어림잡아 수천 마리 가량 폐사했을 만큼 피해가 컸습니다.

말조개와 함께 민물조개 중 몸집이 가장 큰 귀이빨대칭이가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 또 금강 유역에서도 살고 있고,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것 등을 알게 된 것도 이맘때였습니다. 그 뒤 저수지나 강바닥 물이 말라 흙바닥이 갈라터진 곳을 보게 되면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혹시 귀이빨대칭이가 갇혀있지 않을까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모습을 3년 만에 또 목격했습니다. 1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었고, 광활한 저수지중 작은 지역에서 관찰한 것이기는 하지만 폐사하거나 죽어가고 있는 귀이빨 대칭이의 숫자는 100여 마리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귀이빨대칭이의 비명과 절규를 듣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3년 전에는 환경당국이 농어촌공사 및 일선 학교와 힘을 합쳐 대대적인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올해는 귀이빨대칭이의 위급상황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안 와 가둘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농사용 물을 내주면 수위가 낮아져 저수지 상류부터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예측가능한 일입니다. 환경부나 농어촌공사는 멸종위기종이 사는 저수지라는 사실을 불과 3년 만에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가을로 이어지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한 겁니다. 당장 물길을 낼 수도 없고, 물을 끌어올 수도 없다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물이 많이 필요한 농사철이 끝났다고 짐짓 모른 체 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이번 기회에 귀이빨대칭이의 서식환경에 다시 한번 눈길을 주고 깊은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민물조개 또한 생태계의 소중한 구성원입니다. 멸종위기종 1급 대우 치고는 너무 야박한 것 같아 귀이빨대칭이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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