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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에 홀린 날…100년 전 '경술국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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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용하다. 여우에 홀린 것 같다."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서울 특파원-

1910년 8월 29일. 105년 전 오늘.한 일본 특파원은 그날 보았던 대한 제국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105년 전 오늘. 사실 그날은 펑펑 울어도 억울함이 가시지 않을 그런 날이었습니다. 대한 제국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날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날 강제로 한일병합조약을 공표했고 사실상 이름만 남아있던 대한 제국은 국가 통치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경술년에 일어난 이 치욕스러운 하루는 그렇게 경술국치일이 됐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빼앗긴 이 날, 거리에는 몸을 던져 저항하는 사람도 주저앉아 펑펑 우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습니다.왜 이렇게 조용하고 허망하게 지나가야 했을까요? 경술국치일을 앞두고 더욱 심해진 일본의 통제 때문입니다. 거센 저항이 두려워 조항 체결은 철저히 숨겼고 선동을 막기 위해 미리부터 강력한 단속에 나섰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공표 당일 일본 경찰들을 서울 시내에 대거 배치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때문에 저항세력은 위축됐고 백성들은 겁을 먹거나 이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의병들이 일본의 대토벌 작전으로 수만 명 전사하자 일본은 저항세력이 적은 틈을 타 강제 합방을 시행했습니다."

압과 단속으로  조용했던 경술 국치일.하지만 이 날은 거리뿐만 아니라 궐 안도 조용했습니다. 백성들에 대한 일제의 강력한 탄압과 단속으로 조용했던 경술국치일. 하지만 이 날은 거리뿐만 아니라 궁궐 안도 조용했습니다. 조정 대신들에게도 이 날은 아무 탈 없이 조용하게 넘어가야 하는 하루였기 때문입니다. 조약을 체결한 대한 제국의 관료들은 한일병합 조약 8개 조항 가운데 5개 조항을 자신들의 신분과 안위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일제의 탄압에 쓰러지고 공포에 질렸던 백성들과 자신의 안위를 챙기느라 숨죽였던 친일 관료들. 대한제국이 나라를 뺏기고도 조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랬습니다. 그날이 더 치욕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입니다. 이 날로부터 정확하게 105년 지난날은 2015년 8월 29일 오늘입니다. 나라를 잃은 가장 치욕스러운 이 날. 하지만 너무 조용하게 보낼 수 밖에 없던 이 날. 그래서 더 치욕스러웠던 이 날.  오늘도 우리는 105년 전 그 날처럼 너무 조용히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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