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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 마음으로 보는 세상

사진을 흔히 '빛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피사체를 정하고, 빛의 방향을 선택하고, 구도와 노출을 맞추는 과정을 눈을 통해 마치고 나면 손가락은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선택된 빛의 파장들이 필름의 각 감광층을 흡수하든, 디지털 카메라 센서에 감지되든 이미지는 정착되어 사진이 됩니다. 우리는 그 사진을 다시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이 작업을 시각장애인 윤성미 사진작가는 5년째 도전하고 있습니다. 윤 씨는 불빛만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가진 저시력 1급 지체장애인입니다. '본다.'라는 행위조차 경험한 적이 없지만, 본 것을 기록하고 보여주는 작업을 오랜 시간 해온 것입니다. 윤 씨에게 이러한 작업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저는 한 번도 부모님을 본 적이 없어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요. 만약에 나중에 수술을 통해서라도 앞을 볼 수 있게 되면 부모님 사진을 꼭 보고 싶어요."

카메라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기만 해도 자동으로 초점과 노출이 맞는 카메라도 있고, 요즘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찍기'는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작품들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 사진들은 그녀에게는 가장 보고 싶은 대상입니다. 노출과 초점이 맞지 않더라도 희미하게 보이는 그 대상들은 그녀가 평생 가장 간절하게 보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사진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다리도 불편하고 앞이 안 보이니깐요. 방 안에서 컴퓨터만 하던 제가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윤성미 작가는 5년 전 지인의 소개를 통해 처음으로 사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촬영 기술, 사진 이론 등을 가르치고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전시까지 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올해 9회째 맞이하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통해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해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들이 윤성미 작가의 활동을 보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윤성미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영상취재 : 하 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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