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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즌 첫승 안선주 "남편 만나 행복…긍정 에너지 솟아"

" '한미일 메이저 정복' 전인지는 배울점 많은 착한 후배"

[취재파일] 시즌 첫승 안선주 "남편 만나 행복…긍정 에너지 솟아"
전인지가 KLPGA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단일 시즌 '한·미·일 3국 메이저대회를 석권했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던 날 일본에서는 안선주의 시즌 첫 우승 (JLPGA투어 센튜리21 레이디스 골프)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안선주의 승전보는 전인지의 대기록 달성 소식에 묻혀 국내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중계방송에서 안선주는 1타 차 우승이 확정된 순간 캐디인 남편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모진 시련 끝에 생애 첫 우승을 한 선수처럼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JLPGA 통산 19승을 일궈낸 베테랑선수가 저토록 감정이 복받치는 데는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안선주선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대한민국은 그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안선주 선수와 일문일답을 소개합니다.

Q: 이번 우승하고 많이 울었는데 첫 우승도 아니고 왜 그렇게 감정이 복받쳤나요?
고생했다.다 끝났다'는 오빠(남편)의 말 한마디에 울컥했어요. 오빠랑 결혼하고 처음 해낸 우승이고 그동안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 생각도 나고요. 올해 목 디스크 때문에 대회에 많이 나오지 못했고 성적도 나지 않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수군대더라구요. 역시 남자 만나니까 안되는거라구요. 그래서 더 빨리 우승을 해야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는데 오빠랑 해낸 거 잖아요. 그래서 후련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나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Q: 우승한 날 남편과 파티했나요?
파티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한국 음식점 가서 김치찌개, 삼겹살 같은 한국 음식 실컷 먹었어요. 우승 축하주도 한잔 하려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음료수만 마셨어요. 최종 라운드에 신경을 너무 썼더니 긴장이 풀리면서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Q: 요즘 중계화면에 나오는 얼굴 표정이 예전보다 훨씬 밝고 좋아보이던데?
요즘 주변에서 그런 말씀들 많이 해주세요. '얼굴이 화사해졌다. 잘 웃는다. 편안해 보인다.' 이게 다 오빠가 옆에 있기 때문이겠죠.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요.

예전에 저는 늘 혼자였어요. 타지에서 참 외로웠죠. 이젠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샷이 안맞을 때 같이 고민하고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고 정말 든든해요.

사랑을 받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한결 여유가 있어졌어요. 긍정 에너지가 나와서 아픈 곳도 없어지고 신기하게 공도 더 잘 맞아요.

Q: 남편과는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작년(2014년) 6월 지인의 소개로 오빠를 만났어요. KPGA투어 멤버 김우찬 프로님의 친동생이라고 소개받았는데 처음부터 편하고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Q: 프로포즈는 누가 먼저 했나요?
작년(2014년) 12월 9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리는데 오빠가 갑자기 휴대 전화를 꺼내서 노래를 들려주는 거에요.

이승기의 '나랑 결혼해줄래?" 라는 곡이었어요.
그리고 반지를 주더라구요. 그렇게 프로포즈를 받고 눈물이 났어요. 12월 31일 혼인 신고를 했죠.

Q: 아직 정식 결혼식은 안한거죠?
정식 결혼식은 3년쯤 후에 은퇴하고 할 생각이에요. 웨딩드레스 입으려면 살을 빼야하잖아요. 투어생활 하는 동안은 살 빼면 안되니까 은퇴하고 지금보다 15kg 정도 줄여서 결혼 사진 찍을거에요. 나중에 자식들에게 예뻤던 엄마의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Q: 한국 투어로 복귀할 계획은 없나요?
저는 일본투어가 편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음식도 잘 맞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무엇보다 외모에 대한 편견같은 게 없어요. 한국에는 은퇴 후에 돌아갈 거에요.

Q: 한국투어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이런 말 하기 거북하지만 제가 KLPGA투어에서 활동할 때 '외모 지상주의'가 너무 강했어요. 예쁜 선수들과 비교되고 차별받는 게 너무 싫었고 슬펐어요.

제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KLPGA투어에서 7승을 했는데 프로암 대회에 불러주질 않는거에요. 예쁜 선수들은 저보다 성적이 안좋아도 단골로 자주 불려 나갔는데…

20대 초반에 큰 상처를 받았죠. 무조건 한국을 떠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까운 일본으로 가게 됐고,  오직 실력으로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버려야겠다는 오기와 독기가 생겼어요.

일본 진출 첫 해(2010년)  체중 10kg을 뺐고 이를 악물고 골프에만 매달렸죠. 지금까지 19번 우승이 이렇게 나온 기록이에요.

지금은 한국에서 나쁜 기억 다 잊고 명랑하게 잘 살고 있어요. 일본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되고, 오빠도 옆에 있구요.

Q: 요즘 한국 골프선수들이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는데 전인지 선수와 같은 날 우승을 했네요. 전인지 선수 잘 아세요?
네, 대회에서 몇 번 봤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말을 해보니 참 예의 바르고 착한 후배였어요. 큰 덩치에 비해서 말투는 아직 어린 아이 같았어요. 호기심 가득한 아이같은 느낌?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어요.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의 골프 수준은 정말 세계 최고인 것 같아요. 선수들의 정신력,승부욕, 경기 운영 능력 모두 최고죠. 여기에 '골프 환경'만 더 좋아진다면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 같아요.

Q: 골프 환경이라면?
일본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아직 선수들의 골프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4일짜리 대회를 하면 그 주 월요일부터 코스를 완전히 비워서 일반 손님을 안받고 선수들이 연습라운드를 할 수 있게 해주죠.
3일짜리 대회면 화요일부터 비우고요.

또 연습 시간도 제한 없이 선수가 원하는대로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대회 수나 상금 규모는 이제 한국투어도 많이 커져서 일본과 별로 차이가 없는데 대회 코스 내에 갤러리 플라자(관중을 위한 휴식,식사,쇼핑 공간)같은 시설이 차이가 좀 나죠. 이런 여건만 좀 개선된다면 KLPGA투어는 실력과 환경 모두  세계 최고가 될 것 같아요.   

Q: 2010년 한국선수 최초로 J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2011년까지 2년 연속 상금왕 기록도 최초로 작성했고, 지난해까지 통산 3차례 상금왕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올해 목표는?
이제부터는 은퇴할 때까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투어 자체를 즐길거에요. 오빠(남편)랑 같이 투어 다니는게 신혼여행이죠. 즐기다보면 우승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따로 설정한 목표는 없습니다."

28살  '새댁' 안선주는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6년 전 '찢기는 가슴'을 안고 한국을 떠날 때의 독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독기가 빠진 자리를 따뜻한 사랑과 넉넉한 웃음이 대신하면서  '긍정의 에너지'가 전화기 너머로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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