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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지도 맞춤형? "나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취재파일] 복지도 맞춤형? "나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2015년 7월부터 개편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었다. 지난해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15년 만의 개편이다. 7월 20일 처음으로 이 제도에 따른 '맞춤형 급여'가 지급되었다. 기존의 기초수급대상자 131명은 별도의 신청 없이 받게 되고, 신규 수급자 1만 1천 명이 포함되었다.

고작 1만 1천 명 늘어난 걸 가지고 생색을 내는 건가 싶다. 정부는 7월 20일 첫 수급을 받는 신규 대상자가 1만 1천명이라고 강조한다. 6월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지난 7월 17일까지 모두 42만 명이 이 맞춤형 급여를 신청을 했다고 한다. 사실 초기에 메르스의 여파로 신청이 저조해 정부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서 기존 기초수급 신청 탈락자, 차상위계층에게 전화를 돌려 신청을 독려했다고 한다. 신청을 하면, 소득과 재산 조사를 하는데 40~50일 정도가 소요된다. 지금까지 초기 신청자 가운데 2만여 명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고, 그 가운데 1만 1천 명이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계속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5만 명 정도에게 7월분 맞춤형 급여를 더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정부는 맞춤형 급여 수혜자가 76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거, 생계, 의료 급여 대상자 25만 명, 교육 급여 대상자 51만 명이다. 수혜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선정 기준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었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계시다 하자. 이 할머니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이 아들은 부인과 자녀 1명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은 할머니의 부양의무자이다. 할머니가 아무 소득이 없어도, 부양의무자인 아들의 월 소득에 따라 기초생활을 보장받느냐, 못 받느냐가 결정이 된다. 만약 아들의 월 소득이 200만 원이라고 해보자. 기존 제도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기초연금 20만 원(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에게 제공되는 연금) 외에 다른 복지 혜택은 받을 수가 없다. 부양의무자의 기준(3인 가구)이 176만 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부양의무자의 기준이 344만 원이다. 이에 따라 할머니는 기초연금 외에도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소득 기준 자체가 달라진 점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기존에는 최저생계비로 소득 기준을 정했다. 2015년 최저생계비는 4인 가구 기준 169만 원. 169만 원 이하인 가정만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기준이 중위소득으로 바뀌었다. 중위소득이란, 모든 가구의 소득을 금액 순으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금액이다. 2015년 4인 가구의 중위 소득은 422만 원이다. 422만 원 이하로 버는 가구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주거, 생계, 의료, 교육 급여를 각각 나누고, 기준도 따로 적용하면서 수혜 대상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기존에는 최저생계비 하나로 모든 급여를 결정했다. 이제는 각각의 기준이 다르다.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28% 이하, 주거급여는 43% 이하, 의료급여는 40% 이하이면 받을 수 있다. 주거 급여의 경우에는, 전월세 비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낡은 집을 고쳐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특히, 교육급여는 기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책정되어 가장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앞서도 언급했듯, 무려 51만 명일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급여는 초중고교생들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고등학생의 경우 수업료와 입학금도 실비 지원이 가능하다. 공립·사립학교는 물론, 대안학교도 지급 대상에 포함이 된다. 교육급여는 7월 20일 지급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학사 일정에 맞추어 9월 25일에 첫 지급될 예정이다.

기존 기초수급대상자 가운데에서는, 이번 맞춤형 급여를 받게 되면 이 금액이 소득으로 잡혀서 기존에 받던 것보다 적게 받게 되거나, 한두가지 급여에서 탈락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정부는 불가피하게 급여가 줄어들 수는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총 급여액이 이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오히려 중위소득이 반영되면서 평균 급여액은 늘었다고 강조하였다. 기존이 40만 7천 원이었는데, 개편 이후 45만 9천 원으로 4만 9천 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맞춤형 급여 신청은 언제나 가능하다. 주민센터를 찾으면 상담과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서, 재산과 소득을 증명할 자료(전월세 계약서, 통장 사본, 금융정보 조사 동의서 등)와 부양의무자 서류를 작성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한다고 바로 결정이 되는 건 아니고, 조사 기간 40~50일 이 지난 뒤 최종 결정이 난다. 급여 지급은 신청일 기준이기 때문에 대상이 될 것 같다 싶으면 하루라도 일찍 신청하는 게 유리하다. 만약 7월 31일에 신청을 하면, 급여 지급은 9월부터 받게 되더라도 7, 8, 9월 급여를 다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지난해보다 1조 원 정도의 예산을 더 투입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수혜자가 증가한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단 증가했다는 수혜자의 대부분이 교육급여 대상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양의무자 조항,  재산소득과 추정소득 조항 같은 기초보장제도의 독소조항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취재파일을 마치면서 '첫날 급여 지급이 잘 이뤄졌을까' 궁금해하던 찰나, 맞춤형 급여 지급에 차질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급여를 지급하는 지방재정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50여 곳 지자체에서 생계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상자들의 계좌 가운데 '압류 방지 계좌(차압을 걸렸더라도 본인이 아니면 돈을 빼갈 수 없도록 한 계좌)'를 등록할 때 전산상의 오류가 있었다는 거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실을 지난 15일 오후에 발견하고 232개 지자체에 통보를 했다 한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가 이미 계좌 등록 작업을 끝내놓고 수정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복지부의 변명이다. 어쨌든,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그만큼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7개 지자체는 20일 당일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담당 공무원들이 이미 퇴근을 한 이후라 처리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간단한 계좌이체, 말 그대로 '클릭'만 하면 될 일인데,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하루를 넘긴 것이다. 복지부의 준비 부족과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태만 때문에 7개 지자체의 1691명은 제때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취지는 좋았으나 시작부터 불안한 맞춤형 급여 제도, 앞으로는 삐끗하지 않고 잘 운영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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