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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내가 중국의 패리스 힐튼"…재벌 2세의 엽기 망나니 행각

[월드리포트] "내가 중국의 패리스 힐튼"…재벌 2세의 엽기 망나니 행각
두 사진을 한 번 비교해 보시죠. 위 흑백 사진 속 맨 왼쪽에 털실로 짠 모자를 쓴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꼬마 아이는 5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을 넘어 아시아의 최고 부자로 꼽히는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이 됩니다. 아래 컬러 사진 속 흰색 패션 모자를 삐딱하게 돌려 쓴 채 살짝 숙인 채 어딘가를 응시하는 꼬마 아이는 중국 최고 부자인 아버지를 둔 왕 회장의 외동아들인 왕쓰총(王思聰)입니다.

마치 데자뷰라도 되는 양 비슷한 나이 또래의 두 아이는 흡사한 포즈로 비슷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자가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정말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순자산 386억 달러(약 41조 7500억 원)를 보유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 10위에 올라 있는 왕젠린 회장은 1954년 쓰촨(四川)성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인민해방군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왕젠린은 24세 때인 1978년부터 1년 간 동북지방의 다롄(大連)육군학원을 다녔습니다. 30살 무렵까지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하던 그는 뒤늦게 학업을 시작해 32살에 랴오닝(遼寧)대학에서 경제관리학사을 취득합니다. 대학 공부를 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운 왕젠린은 무일푼에서 시작해 절치부심 끝에 38살에 지금의 완다그룹을 창업합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 붐에 힘입어 부동산 그룹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완다그룹은 지금은 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최고의 기업집단으로 진화했습니다.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무장한 왕 회장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오늘날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연구소'는 왕 회장의 이 같은 이력을 평가해 주저없이 그에게 자수성가 등급 중 최고인 ‘5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며 밤낮 없이 일에 매달리던 30대 초반 얻은 외동아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보물이었습니다. 아들이 복덩어리였는지 아버지의 사업도 승승장구했습니다. 일찌감치 싱가포르로 아들 쓰충을 유학 보낸 아버지 왕회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아들을 영국 귀족학교로 보내 명문대인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UCL)에 입학시킵니다.

아버지는 이 성과에 만족해했지만 아들은 전형적인 망나니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로 커가고 있었습니다. 아들에게는 일찌감치 완다그룹 주식 1천만주를 증여했고 대학 졸업 후 귀국한 아들에게 5억 위안(약 880억 원)을 출자해 투자회사와 전자게임회사를 차려줬습니다.
[월드리포트] 임상범
거대 그룹의 후계자가 확실시되던 아들, 쓰총의 밑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엔 도통 수완을 보여주지 못했고 슬슬 중국판 패리스 힐튼 코스프레에만 열중한 겁니다. 볼썽사나운 환락과 여색은 기본이고 유치한 돈 자랑과 엽기행각을 웨이보를 통해 생중계하는 악취미까지 겸비했습니다. 1천만 명이 넘는 그의 팔로워들은 쓰총이 올리는 엽기 사진과 기상천외한 글들을 퍼 나르며 막돼먹은 푸얼다이의 만행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월드리포트] 임상범
[월드리포트] 임상범
최근 입방아에 오른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리죠. 자신의 애완견인 왕커커(王可可)의 앞 두 다리에 시가 1천4백만 원짜리 애플 워치를 하나씩 채운 사진을 애완견의 웨이보 계정에 올리고 왕쓰총이 적은 글입니다.

"또 신제품 시계를 받았어. 다리가 4개라서 4개를 착용해야 하는데, 너무 졸부로 보일 것 같아서 2개만 착용했어. 더 적으면 신분에 어긋나니까 2개는 착용해야 해. 니들은 있냐?"

"아빠가 나는 썰매개니까 작업견으로써 노동자에 속한다고 말했어. 그래서 5월 1일 노동절에 펜디(FENDI) 새 가방을 사줬어. 니들은 있냐?"

[월드리포트] 임상범

이 애완견과는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엽기 사진을 올리기도 해 정신이상자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혼자 말처럼 올린 글도 가관이긴 마찬가집니다.

"난 친구를 만날 때 돈이 많든 적든 상관 안 한다. 어쨌든 다들 나보단 돈이 없기 때문이야."

얼마 전에도 여자친구 선택기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가슴이 크면 되며 나머지 다른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고 답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중국산 휴대폰 혁명을 이끈 샤오미(小米) 레이쥔(雷軍) 회장의 영어 발음을 지적하며 “영어 못하는 기업가는 해외에 나가지 마라”고 비꼰 일도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젊다보니 치기어린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철부지 상속자 정도라고 넘길 수 있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온갖 추문과 기행에도 불구하고 패리스 힐튼이 건재한 미국과 허울뿐일 망정 분명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사정은 다릅니다.

왕젠린 회장은 구설에 오른 아들에 대해 처음엔 “아들이 외국 생활을 오래해 서구식 생각대로 말하는 편이다. 시간이 좀 지나야 ‘중국화’가 될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가 자꾸만 반복되며 여론이 냉랭하게 흐르자 화들짝 놀라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실수를 해도 두 번까지이고, 세 번째 실패하면 곧바로 완다로 데려와 샐러리맨 생활을 시키겠다."

자신들 역시 권력을 세습받은 이른바 '관(官)얼다이', '홍(紅)얼다이'인 중국 지도부는 왕젠린 회장의 엉망진창이 된 아들 농사를 불구경 하듯 볼 수만은 없는 처지입니다. 세습 부자, 세습 권력자에 대한 중국 민중들의 반감과 분노가 날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왕씨 부자의 사례가 뇌관이 되어 언제 지도부 교체 운동으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재벌 기업 한 곳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닌 중국 엘리트 계층 전체에 대한 전복으로 번져 다시금 중국 대륙 전체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서둘러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경고음이 완다그룹에 전해지는 건 시간 문제였습니다.

중국 지도부의 심중을 대변해 애드벌룬을 띄우는 역할을 해온 관영 신화통신이 나섰습니다. 신화통신은 "모 재벌2세가 이같이 말했다면서 도덕의 최저선을 넘었다"고 직접적으로 왕쓰총을 비난했습니다. 신화통신이 포문을 열자 다른 중국 언론들도 "왕쓰총은 공적인 인물로서 보통 사람보다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고 앞 다퉈 지적했습니다. 많은 투자사 애널리스트들은 완다그룹의 미래 가치를 하향조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월드리포트] 임상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왕 회장은 “(아들이) 5~8년 정도 시간을 두고 (완다그룹의) 모든 임직원으로부터 (경영자로서) 인정을 받는다면 후계자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이어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왕 회장은 66세가 되는 2020년이 은퇴 시점이라고 누누이 말해 온 바 있습니다. 이제 5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 몇 년 사이에 왕회장이 망나니 아들을 개과천선 시킬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지난 30년 간 사업세계에서 겪은 그 어떤 난관보다 어려운 아들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앞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약 복용 혐의로 아들이 구속 수감되는 모습을 지켜봤던 성룡이 얼마 전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차라리 아들 놈이 일년에 6개월 정도는 감옥에 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죽했으면 자기 분신인 아들을 두고 이런 말까지 했을까요! 자기 한 몸 성공하기보다 자식 제대로 키우기가 더 힘든 세상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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