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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메이저 퀸' 박성현 "통뼈에 태권도 3단 엄마 힘 타고났죠"

"280야드 장타의 비결은 '골반 턴'"

[취재파일] '메이저 퀸' 박성현 "통뼈에 태권도 3단 엄마 힘 타고났죠"
"앞으로 큰 대회에서 2승 더 하면 상금왕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성현(넵스)은 '볼매'입니다. 볼수록 매력이 넘칩니다. 그녀 때문에 4번 놀랐습니다. 호리호리한 몸에서 뿌려대는 280야드의 폭발적인 장타에 놀랐고, 모자를 벗었을 때 생각보다 귀엽고 여성스런 얼굴에 놀랐고, 그렇게 가녀린 얼굴에서 나오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또 놀랐고, 말을 조리있게 너무 잘해서 다시 놀랐습니다.

박성현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최나연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김새도, 목소리도, 플레이 스타일도,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도 6년 전의 최나연과 아주 비슷합니다. 최나연은 1987년생, 박성현은 1993년생입니다.

박성현은 '신데렐라'입니다. 보통 잘 나가는 스타급 선수들이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것과 달리 그녀는 시련과 사고, 불운을 딛고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생애 첫 우승을 가장 권위있는 내셔널타이틀 대회(한국여자오픈)에서 따내며 드라마 같은 인생의 반전을 이루어냈습니다.

171cm, 60kg. 작은 얼굴에 긴 다리. 언뜻보기에 '모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몸매에서 280야드의 무시무시한 장타가 나옵니다. 비결을 물어보자 대답도 시원시원합니다.

"제가 좀 통뼈에요. 몸이 유연하지는 않은데 히팅(공을 때리는)하는 능력이 좀 좋은 편이에요. 태권도 공인 3단인 엄마를 닮아서 힘을 쓸 줄 아는 것 같아요. 가장 큰 제 장타의 비결은 골반인 것 같아요. 내려올 때 골반 턴이 충분히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돼서 임팩트 순간에 그런 폭발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진짜 거리가 많이 난다는 건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많이 나가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많이 나가는 건 정말 축복 받은 일이죠."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성현은 2007년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 서울 대청중학교에서 구미 현일중학교로 전학을 갔고,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 처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습니다. 2010년 현일고 2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는데 갑작스럽게 드라이버 샷 입스(yips)가 찾아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들었습니다. 이 때 시작된 드라이버샷의 입스가 이듬해(2011년)  프로 데뷔 후에도 계속됐고
2012년까지 무려 3년 동안 그녀를 짓눌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맹장수술과 교통사고까지 이어져
정규투어 입성이 계속 늦어졌습니다.

2013년 2부투어 상금왕에 오르면서 지난해 1부투어 시드를 따냈고 1부투어 입성 2년 차에 마침내 '메이저 퀸'에 등극하며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훌훌 털어버렸습니다.     
박성현 연합

"힘들었던 그 시간을 되돌이켜 보면 너무 답답하고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티샷 어드레스를 하면 안맞을 것 같은 생각부터 들었어요. 가장 큰 거는 멘탈인 것 같아요. 마음에서 오는 게 크기 때문에 스윙이 멀쩡하더라도 임팩트 순간에 손을 돌린다거나 아예 공을 못 치고 떠민다거나 말도 안 되게 오른쪽으로 가는 샷도 나오고, 오른쪽으로 안가기 위해서 손을 써서 왼쪽으로 훅 감기는 샷이 나오거나 그런게 대부분이었죠. 대회 중 한 홀에 O.B(out of bounds)가 서너개씩 나고, 파 5홀에서 12타, 13타 치고 그런 일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손바닥이 까지고 부르트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샷이 똑바로 잡혀갔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골프 시켜달라고 한 건데 그렇게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걸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힘들었던 시기에 저의 가능성을 믿고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았고요, 저는 언젠가는 잘 될 거라고 분명히 믿음을 갖고 있었어요. 아직 앞날이 창창한 나이잖아요. 분명히 저는 성공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우승은 실력 50%, 운 50% 라고 생각해요. 운도 따라야 우승도 하는 거죠. 그 때 운이 없었던 게 지금 터지는 게 아닐까요?(웃음)"

박성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레슨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이 운동했던 1년 후배 남학생의 아버지가 박성희 프로님이었는데 제가 치는 걸 보시더니 돈도 안받고 레슨을 해주셨어요. 아들 가르칠 때 같이 봐주신거죠. 그 후로도 박 프로님과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고 제가 힘들 때마다 전화로 상담을 하죠. 작년부터는 레슨 안 받고 저 혼자 연습했어요. 지난 겨울 엄마와 단둘이 미국 캘리포니아 쪽으로 전지훈련 갔는데 이 때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0야드 정도 늘었어요. 임팩트 때(공을 때릴 때) 힘을 주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됐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어요."

박성현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공은 찰 치는데 멘탈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7일 롯데 칸타타 대회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1m 퍼팅을 놓쳐 연장전으로 끌려간 뒤 이정민에게 우승컵을 헌납한 사건(?)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롯데 칸타타 대회 이후 매일 잘 때마다 아쉬움이 머릿 속에 맴돌았어요. 그걸 빨리 떨쳐내려고 했는데 그 시기가 2주 만에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도 마지막 라운드 때 후반에 흔들린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정민이 언니가 편하게 플레이 하면 된다는 말을 해줘서 그 부분이 정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1타 차로 쫓기고 있을 때 정민이 언니가 저에게 다가와서 긴장되냐고 물어봤어요. 긴장된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신경쓰지 말고 캐디와 말을 많이 하면서 긴장을 풀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다른 선배라면 이런 얘길 해줬을까? 박빙의 승부처에서 상대 선수가 이런 말을 해주다니…정말 정민 언니가 존경스럽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박성현은  외모가 '보이시'하다는 말에 살짝 발끈했습니다.

"제 헤어스타일이 다른 사람보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그렇게 보시는 것 같은데 저는 보이시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보시는 분마다 다 다르겠지만요. 지금 이 짧은 머리가 어린 시절부터 죽 해온 헤어스타일인데 앞으로는 좀 바꿔볼 생각이 있긴 있어요."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자,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슴없는 대답이 튀어나왔습니다.

"지금은 박성현하면 공격적인 플레이, 남자같이 친다는 말들을 많이 하시고 멘탈이 약한 선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앞으로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고 시원시원하지만 멘탈도 강한 선수다 라는 말을 많이 듣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40살까지 투어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박성현 연합

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거둔 그녀는 벌써 더 큰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시즌 시작 전 목표가 일단 첫 승이었는데 그 목표는 이뤘으니 앞으로는 시즌 3승을 하는 게 목표에요. 큰 대회에서  2승을 더 추가하면 상금왕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올시즌 KLPGA투어는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김효주, 김세영, 백규정, 장하나 등 스타들이 미국 무대로 빠져나가 흥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우였습니다. 2015 KLPGA투어는 전인지와 이정민, 고진영의 트로이카 체제에 폭발적인 장타자 박성현의 등장으로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해졌습니다.  

(참고: 박성현의 클럽구성. 괄호 안 숫자는 평균 샷거리 (m)

드라이버(250),  3번 우드(210~220), 19도 유틸리티(195~205)
4번 아이언(180~185),  5번 아이언(170), 6번 아이언(160), 7번 아이언(150),
8번 아이언(140), 9번 아이언(130), 피칭(120),
50도 웨지(90~110), 54도 웨지(80~90), 58도 웨지(80 이하, 그린사이드 벙커)
퍼터 (이상 총 13개 모두 Ping 제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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