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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4차례 행정입법 통제 강화…강제성은 '제한적'

행정부의 '행정입법'에 국회가 제한을 가할지는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거리입니다.

입법부는 끊임없이 행정입법 통제를 시도했고, 행정부는 이런 시도가 삼권 분립에 어긋난다며 위헌 논란으로 맞선 것입니다.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은 '강제성'에 있습니다.

국회가 단순히 시정 요구만 할 수 있다면 의견 표명 수준에 그치겠지만, 행정입법 수정까지 강제할 수 있다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역시 오늘(1일) "개정된 국회법을 통과시킨 여당과 야당이 해당 조항에 강제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면서 강제성 여부에 주목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발의된 국회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강제한 법안은 심의 과정에서 폐기되거나 상당 부분 걸러졌습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5건의 국회법 개정안 가운데 강제성을 부여한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3건입니다.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에 "행정부가 처리 결과를 제출하고, 수정·변경이 어려우면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유성엽 의원)거나 "행정부가 수정·변경 요구를 처리하지 않으면 국회가 해당 시행령의 효력을 없앨 수 있다"(민병두 의원)거나 "행정부가 시행령을 수정·변경한 뒤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김영록 의원) 등입니다.

이들 법안은 그러나 매번 위헌 논란이 따라붙으면서 탄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2012년 7월 제출된 유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국회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국회법에서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의무화 하는 것은 헌법에서 부여한 중앙행정기관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또 지난달 1일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 중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처리한다'는 문구를 두고 "삼권분립에 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회의에 배석했던 구기성 국회 입법차장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견이 없는 안건부터 보고하고, 행정입법 관련 안건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개정안에 다른 안건을 병합 심사하려는데 마침 위헌 논란이 제기되니 다음에 하자고 미룬 채 회의가 끝났다"고 전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달 1일 운영위 소위가 위헌성 결론을 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행정입법 통제 부분은 위헌 논란을 감안해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의결대상에서 빠진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고, 회의에 참석했던 김 의원이나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도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한편, 국회법은 지난 18년 동안 여러 수준에서 행정입법에 손질을 가하려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4차례에 걸쳐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만 이뤄졌습니다.

지난 1997년 1월 행정입법에 새로운 내용을 도입할 경우 국회에 제출하게 한 제도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2000년 2월에는 새천년민주당 박상천 의원이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에서 시정을 요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시정 요구'가 아닌 '통보'로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2005년 7월에는 대통령령 입법예고안도 상임위 제출 대상에 포함하고, 상임위가 위법 여부를 검토하거나 통보한 대통령령 등에 대해 각 기관은 처리 결과를 제출토록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합의했던 초안은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수정·변경 요구를 받은 행정기관은 이를 '지체 없이'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서는 '지체 없이'란 표현이 빠졌다.

또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표현하지 않고 '처리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를 두고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체 없이'란 표현이 빠져 시간적 제약이 사라진 데다 '처리한다'는 말은 중립적인 표현이어서 행정부의 재량권을 뒀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처리한다'는 표현을 행정부가 반드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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