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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냥 플라스틱 카드'를 쓰는 게 가장 안전할까? ①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

[취재파일] '그냥 플라스틱 카드'를 쓰는 게 가장 안전할까? ①
"그냥 플라스틱 카드 쓰세요. 우리나라 기술 전혀 믿을 수 없습니다. 해킹 당하면 정말 쫄딱 망할 수도 있어요.책임은 오로지 개인이 다 져야 할 겁니다."

최근에 모바일 카드를 비롯해 제가 이른바 '핀테크' 관련해 보도했던 리포트들에 달린 댓글 중, 위의 의견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던 의견이었습니다. 비슷한 댓글들도 많았습니다. 이른바 '핀테크'라고 하는, 최근의 IT융합금융 트렌드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불안이 아닐까, 저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불안이야말로, 혹시, 기존의 금융환경에서 우리가 길들여지도록 강요당한 정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결제수단 몇 개가 새로 생기냐 마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릴 수 있는 금융 권리와 선택의 폭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가, 또는 어디까지 넓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에선 '핀테크'에 대한 정책적 논의와 모색이 활발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이런 불안을 제대로 풀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라는 이슈는 지난해 대통령의 이른바 '천송이 코트' 언급 이후 급속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카드사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 은행 계좌 억대 해킹 사건 등 금융 보안에 대한 불신을 심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한 시점에 그 이름도 생소한 '핀테크 활성화'가 정부 주도 하에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으니, 보통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핀테크 발전을 위한 규제나 환경 개선이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속도전으로만 밀어붙여져선 안 되겠죠. 그러나 더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결제수단이 등장한다면, 고객인 내가 부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다면,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도입돼 전엔 기대할 수 없었던 혜택이 내게 주어진다면, 기존의 금융보안에 대한 불안에 더해 '핀테크'라는 것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불안이 현실화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금융환경이 발전해 내가 혜택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핀테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들은 갑자기 많이 나왔어도, 도대체 핀테크란 게 왜 발전해야 한다는 건지, 그러려면 무엇을 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 건지, 제대로 얘기가 나온 적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 댓글의 의견을 바탕으로 같이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1. 그냥 플라스틱 카드 쓰세요.

저는 '핀테크'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바로 '핀테크'라는 단어 자체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핀테크는 Finance와 Technology를 결합시켜 만든 신조어입니다. 발달된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금융권은 제공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산업을 가리키는 말이죠. 주로 최근 "IT 기술이 주도해 만들어 내고 있는 새 금융시장"을 한 마디로 얘기할 때 쓰이는 단어이긴 하나, 일단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 카드도 도입 시점에선 '핀테크'였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카드는 전기통신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결제수단이니까요. 통신기술의 발달이 기존 금융과 결합돼, '카드'라는 수단이 나오면서 그전까지의 '지불'에 대한 개념 자체를 통째로 바꿔버리게 된 거죠.

여기서 '기술'을 'IT기술'로 한정해서 얘기한다 해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인터넷뱅킹 자체가 '핀테크'입니다.우리나라의 간편결제 발달을 방해하는 주적처럼 거론되곤 하는 '액티브X'도 핀테크죠.

"그냥 플라스틱 카드를 쓰라"고 하지만, 그 플라스틱 카드 자체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마그네틱 카드는 복제하기 쉽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커, IC칩 카드가 도입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카드가 사용되면 휴대전화에 문자가 바로 오는 것도, 전에 없던 모바일 환경을 이용해 카드 이용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고요. "네티즌이 설치류(설치 또 설치하다 시간이 다 간다고...)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액티브X'도 십여 년전 도입 시점에선 최첨단 핀테크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카드를 긁는 기계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나 태블릿PC에 연결해 사용하는 모바일 카드단말기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선 개념인데) 고객의 신용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기존의 VAN사들과 매우 다릅니다. 플라스틱 카드를 쓰는 '핀테크 환경' 자체도 계속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관건은 1)더 편리하고, 2)과거엔 누릴 수 없었던 혜택이 있는 서비스를 3)다양하고 4)안전하게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지, 플라스틱 카드, 즉 우리가 기존에 익숙한 결제수단이냐 아니냐 하는 점이 아니지 않을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기술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기존에 익숙한 수단과 보안방법만 고집하는 건 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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