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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수 있는 곳이 통로…사라지는 중국인들

<앵커>

지난 2006년부터 제주를 찾는 중국인들은 비자가 없이도 30일 동안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조치였죠. 그런데 이를 악용해서 제주를 거쳐서 다른 섬으로, 또, 육지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돈만 내면 육지로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신분증까지 만들어 주는 전문 밀입국 알선 조직까지 활개 치고 있습니다.

최우철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매일 육지 여객선이 드나드는 제주항 부두.

지난달 19일 새벽, 여기서 완도행 여객선을 기다리던 택배 차량 한 대를 해경이 압수했습니다.

경찰들이 짐칸을 열자, 젊은 남성 5명이 줄줄이 내립니다.

[한 사람씩 내려와. 천천히. 천천히.]  

단체 관광객 틈에 섞여 제주로 들어온 뒤 육지로 밀입국하려는 중국인들입니다.

[션모 씨/중국인 밀입국 피의자 : (무슨 이유로 한국에 왔습니까?) 일하러요. 계속 일할 생각이었어요.]  

앞서 지난 1월에는 제주에서 여객선으로 완도에 도착한 승합차의 루프 박스에서 중국인 2명이 발견됐습니다.

길이 1m 80cm, 폭 1m 남짓한 루프 박스에는 숨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숨기에는 턱없이 비좁습니다.

[이정형/완도해양경비안전서 수사관 :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자신이 죽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저희한테 진술했었습니다.]  

루프박스 외에 활어차 내부나 택배차 짐칸 등 숨을 수 있는 모든 곳이 밀입국 통로로 쓰입니다.

우리말을 모르는 중국인들은 관광객들과 함께 움직이다 불시에 이탈한 뒤 주변 모텔에 머물며 육지로 밀입국을 시도합니다.

[중국 단체관광 가이드 : (관광하다) 도망가는 일이 많은 거예요. 제주에서 그런 일이 (갈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거예요. 젊은 20대들이…]

[밀입국자 투숙 모텔 주인 : 완전히 외국 사람이죠. 한국말도 못 한다고 하고. 새벽에 나간 거죠.]  

이들은 중국 송출조직의 스마트폰 지시를 따라 움직였고, 송출조직은 조직원을 수시로 바꿔 추적을 어렵게 했습니다.

[밀입국자 제주 운반책 : 저는 모집책이 아닙니다. (완도에 가면 누가 나오나요?) 네. 저는 그냥 넘겨만 주면 끝납니다.]  

이들이 밀입국에 성공한 뒤엔, 반드시 필요한 게 있습니다.

단속을 피하고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한국인 신분증입니다.   

밀입국자가 송출조직에 준 600만 원 정도의 비용에는 가짜 한국인 신분증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옌 모 씨/중국인 밀입국 피의자 : 모두 3만 5천 위안(약 600만 원) 줬어요. 제가 (완도에) 오면 한국인 주민등록증도 만들어준다고 했어요. 그러면 본토(육지)에서 일할 수 있대요.]  

경찰이 추적 중인 신분증 공급업자에게 취재팀이 가짜 주민증을 주문했더니, 사흘 만에 서울 시내 한 여행사에서 신분증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 내 위조 신분증 공급책 : 3시 30분까지 물건을 받으시러 가면 됩니다. '김 실장'이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보냈고.]  

발급 일자에 홀로그램까지 진짜 같은 가상의 주민등록증입니다.
 
밀입국 시도자들은 주로 중국 농촌 지역의 한족들.

제주에 들어왔다 이렇게 사라지는 중국인 숫자는 지난해만 1천400명을 넘었습니다.

[오정은/IOM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 : 여기 이미 동향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죠. 불법이든 합법이든 일단 국내에 오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거든요.]  

중국인 밀입국이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한중 양국의 공조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화면제공 : 제주해양경비안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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