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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세영 아버지가 털어놓은 우승 뒷 얘기 "세영이는 세상을 호령할 장사"

김세영 스승, "처음 세영이가 나를 찾아왔을 땐 스윙 견적도 안나왔다"

[취재파일] 김세영 아버지가 털어놓은 우승 뒷 얘기 "세영이는 세상을 호령할 장사"
"세영이 아기일 때 지나던 비구니가 '세상을 호령할 아이'라고 귀띔해 줬어요."

미국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기적같은 칩샷과 연장전 샷 이글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하며 시즌 2승을 달성한 김세영 선수의 아버지가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습니다.

김세영은 롯데챔피언십 우승 다음 날 하와이를 떠나 다음 대회 장소인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하루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씨(53세)는 국내에서 운영하던 태권도장을 후배에게 맡겨둔 채 딸의 투어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대회에 길조가 연속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대회 전날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세영이가 하와이 해변에서 친구인 재미교포 선수 켈리 손(Kelly Shon)과 벤치에 기대 쉬고 있었는데 날아가던 새가 세영이 얼굴에 똥을 싸고 가더래요. 옆에 있던 친구가 새 똥 맞은면 좋은 일이 생긴다며 웃고 넘어갔고 세영이도 얼굴 씻으면서 싫지 않은 표정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은 길조가 저한테도 찾아왔습니다.

대회 첫날이라서 아침에 세영이를 대회 코스에 내려주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있는데 빨간 머리를 가진 예쁜 새 한마리가 날아와서 테이블에 앉더라구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새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과자 부스러기 줬더니 몇 점 먹다가 날아갔어요. 그런데 몇분 만에 그 새가 다시 돌아와 놀다 가기를 몇차례 반복했는데 기분이 묘하게 좋더라구요.

세영이가 그 날 5언더파 쳐서 공동 2위로 출발했잖아요. 2라운드에는 공동선두, 3라운드에 단독 선두, 최종라운드에서는… 하하(웃음). 빨간 바지 입고 나가서 정말 대박이 터진거죠. 18번 홀 '칩인 파', 연장 첫 홀 '샷 이글'. 지금도 그 장면은 세영이도,저도 믿기지가 않아요."
김세영
-(기자) 김세영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적같은 장면은 처음이 아니잖아요. 2013년 K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할 때도 18번 홀에서 짜릿한 이글로 역전드라마를 썼고 같은 해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유소연에 3타 차로 뒤지다 17번 홀에서 기적같은 홀인원을 기록해 연장전 역전승을 만들어냈고… 정말 엄청난 기운을 받고 태어난 선수같아요.

"세영이가 태어나고 100일쯤 지날 무렵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세영이 엄마가 어린 세영이를 안고 길에 서 있는데 지나던 스님이 걸음을 멈추고 세영이를 한참 쳐다보더래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놈이 고추만 달고 태어났으면 세상을 호령할 녀석인데…수 천만 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장사가 될 녀석입니다' 하셨대요.
그리고 엉덩이를 까 보더니 튀어나온 꼬리 뼈를 보고는 '잘 키우세요.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릴 아이입니다'라고 귀띔해 주고 가셨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님의 그 말씀이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요즘들어 새삼 자꾸 생각나네요"

-(기자) 김세영이 어릴 때부터 힘이 세긴 셌나요?

"타고 났어요. 세영이 할아버지가 광주일고 시절 럭비선수였는데 힘이 장사였죠. 저도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했고 힘에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았어요. 세영이도 그런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세영이가 태권도 공인 3단인데 어릴 때부터 힘을 쓰는 법을 잘 알았어요. 격파 실력이 뛰어났죠. 태권도 그만둔 지가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태권도 자세가 그대로 나와요. 얼마 전 재미 삼아 360도 회전 돌려차기 격파 동영상을 찍어서 페이스 북에 올렸는데 이게 화제가 돼서 미국 골프채널과 ESPN이 이 동영상을 방송에 내보냈어요.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때는 현지 중계방송에 이 격파 장면이 나와서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기자) 운동신경도 타고 난 거네요?

"세영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한여름에 너무 더워서 세영이 데리고 목동 아이스링크에 놀러갔었죠. 세영이는 그 때까지 스케이트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었어요. 처음엔 스케이트 신고 얼음판 위에서 뒤뚱 뛰뚱하면서 한 두 번 넘어지더니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링크 반대편까지 혼자 갔다가 돌아오는데 아주 싱싱 달려오는거에요. 그 때 알았죠. 이 아이 운동신경이 탁월하다는 것을요."

김세영은 중학교 때부터 괴력의 장타 소녀로 주목받았습니다. 2006년 중학교 2학년 때 최연소로 한국 여자아마추어 골프 선수권과 익성배 아마추어 선수권 대회를 잇달아 석권해 두각을 나타냈고 2007년과 2009년 국가대표를 지내며 2009년 전국체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종합 우승 등 3관왕에 올랐습니다. 2010년 프로로 전향했고 2011년 KLPGA투어 데뷔 첫 시즌만해도 상금 랭킹 40위에 머물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세영이가 2011년 훅이 심하게 나서 극심한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어요. 세영이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김성수 프로님한테 레슨을 받아왔는데 김 프로님이 세영이한테 이것저것 새로운 변화를 주려고 주문을 많이 하셨는데 세영이가 이걸 못따라가더라구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레슨을 한동안 안받고 그냥 혼자 투어 생활을 했어요.
그랬더니 이제 공은 똑바로 가는데 거리가 안나는거에요. 하도 훅이 나니까 OB 안내려고 살살 하프 스윙만 하다보니까 270야드 나가던 드라이버 거리가 220~30야드로 확 줄었어요."

-(기자) 슬럼프를 극복한 반전의 계기가 있었나요?

"2011년 겨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님 소개로 최경주 프로의 친구인 이경훈 프로를 찾아갔어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죠. 이경훈 프로가 처음에 세영이 스윙을 보더니 '견적이 안나온다'는 거에요. 그립부터 숏게임 어드레스까지 다 흐트러져 있었는데 공을 맞히는게 신기하다고 했어요. 이경훈 프로가 딱 2가지 포인트를 집어서 고쳐주더라구요. 먼저 '훅 그립'을 '정상 그립'으로 교정하고, 그 다음에 백 스윙을 풀 스윙으로 가져가면서
있는 힘껏 공을 때리라고 주문했어요. 그런데 이게 세영이한테 딱 맞는 거에요. 한 달도 안돼 샷 거리를 모두 되찾았고 방향성도 좋아졌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2012년 상금랭킹 32위로 뛰어올랐고 2013년 3승, 2014년 2승을 하면서 탄력을 받게 된 거죠. 이경훈 프로와 세영이는 한마디로 케미(chemistry, 호흡)가 맞아요."
김세영
-(기자)캐디와 호흡도 아주 좋아보이던데요?

"캐디 폴 푸스코 덕을 많이 보고 있죠. 지난해 12월 LPGA 퀄리파잉스쿨 때 처음 만났는데 캐디 경력 25~6년 된 베테랑이에요. 최경주,노승열,비제이 싱, 폴 케이시의 캐디도 했었고 최나연,청야니와도 우승을 합작했던 사람이라 아주 경험이 풍부하죠. 지난번 바하마대회에서 '덤불 로브샷' 할 때도 세영이가 처음 치는 샷인데 푸스코가 치는 요령을 잘 알려줘서 우승을 할 수 있었고 이번 롯데챔피언십에서도 세영이가 최종라운드 18번 홀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 '멘붕'에 빠졌을 때 '정신차려라.아직 승부가 안 끝났다.다음 샷만 생각하고 집중하자'며 세영이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줘서 기적적인 '칩인 파'도 나왔구요, 연장 첫 홀 샷이글 장면도 그래요. 세컨 샷을 할 때 세영이가 7번 아이언과 8번 아이언을 두고 고민하자 뒷바람 감안해서 과감하게 8번 아이언을 선택하라고 조언한 것도 기막히게 적중했죠. 세영이는 운도 좋은 아이입니다."

-(기자) 스승인 이경훈 프로가 "김세영은 공을 예쁘게 치는 선수가 아니다. 물에 빠지든 옆에 러프로 들어가든 무서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지르는 공격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던데 동의하세요?

"정확한 말씀이죠. 지난번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때가 딱 그랬습니다. 세영이가 최종라운드 앞두고 3타 차 선두였는데 코스가 어려우니 지키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치다가 역전을 당한 거죠. 그 경험이 약이 됐어요."

-(기자) 데뷔시즌에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달성하면서 올해의 선수와 상금, 신인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다음 목표는?

"사실 올해 세영이가 5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ANA인스퍼레이션과 US여자오픈을 우승하고 싶어했어요. 이제 ANA 대회는 지나갔으니 7월에 열리는 US여자오픈에 포커스를 맞춰 스케쥴 관리나 체력 관리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5월 4일에 이경훈 프로도 미국으로 건너오기로 했어요. 스승님이 오시면 세영이가 더 날개를 달겠죠."

-(기자) 재능있는 딸을 두셔서 참 행복하시겠습니다.

"하하(웃음).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웃지요. 제가 태권도 시범단으로 전국 순회 공연 다닐 때 '세상이 참 넓다' 생각 했는데 지금 세영이 따라다니면서 아시아,유럽,미국 전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세상이 참 좁아 보이더라구요. 견문은 점점 넓어지구요. 지금 쌔근쌔근 자고 있는 세영이가 이렇게 이쁠 수가 없네요."  

(사진=LOTTE/박준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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