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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보다 어려운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바늘구멍 뚫기'…꾸준히 골고루 잘해야 한다!

[취재파일] 올림픽보다 어려운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한국 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입니다. 그런 만큼 국내 대표 선발전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월드컵에서 금메달 따기보다 국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올해 주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지난 월요일(20일) 종료됐습니다.

올해 가장 큰 대회인 7월 덴마크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남녀 대표 3명씩도 확정됐습니다. 여자부에서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3명이 모두 탈락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던 정다소미는 지난달 1차 선발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했고, 장혜진과 이특영도 이번 최종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대신 올해 19살인 대학생 신예 최미선이 1위, 동갑내기 강채영이 2위로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가 3위로 턱걸이했습니다. 여자부에서는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물갈이가 이뤄진 셈입니다. 반면 남자부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였던 김우진, 오진혁, 구본찬이 올해에도 1∼3위로 선발돼 변화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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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하고 복잡한 평가요소…골고루 꾸준히 잘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 양궁은 대표 선발전에서 옥석을 가리고 경쟁력을 갖춘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선발전 과정이 길고 복잡하기로 유명합니다. 평가 항목들이 참 많습니다. 간단히 말해 여러 번 경기에서 꾸준하게 잘 해야 하고 다양한 전형에서 골고루 잘 해야 합니다. 현재 국제대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트제는 기본이고 한 발 한 발의 기록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이번에 새로 슛오프까지 평가항목에 포함됐습니다. 슛오프는 세트제 점수가 동률일 경우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것입니다. 그만큼 살 떨리는 슛오프에서는 '강심장'을 갖춰야 이길 수 있습니다.

● 기록 경기+슛오프 → '배점 합계'로 순위 결정 → 동률일 경우 '평균 기록'으로 순위 가림

출전 선수 8명 가운데 세계선수권 대표 3명을 가리는 이번 최종 선발전은 나흘 동안 진행됐습니다. 진행방식은 이렇습니다. 선수마다 75발씩 쏴서 기록을 합산합니다. 그리고 기록 순위에 따라 배점을 부여합니다. '1위→8점, 2위→7점, 3위→6점, 4위→5점, 5위→4점, 6위→3점, 7위→2점, 8위→1점'입니다. 이렇게 나흘 동안의 배점을 합산해 배점 순위를 가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나흘 동안 매일 출전 선수 8명이 1대1로 슛오프 경기를 치러 슛오프 순위를 가리고 여기에 또다시 배점을 부여합니다. '기록 경기+슛오프 배점'이 같을 경우 '평균 기록'으로 순위를 가립니다. 이렇게 복잡하니 양궁협회 직원들은 기록을 계산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잘못된 계산 하나가 선수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극도로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선발전에서 점수 집계가 잘못됐는데 다행히 검수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해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몇 번씩의 검수 과정을 거쳐 결과를 발표합니다.

선발전 마지막날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기록실에서는 그동안의 기록과 배점을 합산하는 작업이 30분 넘게 걸렸습니다. 선수들은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경기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는 확실히 잘 했을 때 또는 아예 못 했을 때 어느 정도 결과는 예상하고 있지만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선수들 입장에서는 피 마르는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실제로 이번 선발전에서 세계선수권 대표 커트라인인 '3위' 자리를 놓고 동률이 나와 평균 기록으로 3-4위가 갈렸습니다. 여자부에서는 기보배와 장혜진이 배점이 11점으로 똑같았은데, 평균 기록에서 기보배가 2.94점 앞서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남자부에서도 구본찬과 이승윤이 배점이 11점으로 동률을 이뤘는데, 구본찬이 2.25점 앞서 세계선수권 대표로 선발됐습니다. 그만큼 한 발 한 발이 얼마나 중요하고 허투로 보아서는 안 되는지 입증한 셈입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선발 방식에 대해 장영술 전 양궁대표팀 총 감독은 "다른 나라의 거센 도전에 맞서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선수를 뽑기 위한 과정"이라며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정신력과 집중력을 갖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양궁연맹은 우리나라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그동안 경기 방식을 지속적으로 바꿔왔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양궁은 훈련방식과 선발전 방식에 변화를 줘왔고, 아직까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바늘구멍을 뚫고 2015년 한국 양궁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이 올해에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돌아온 '양궁 여왕' 기보배…국가대표로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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