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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리비아, IS의 '제 2 근거지' 되나?

[월드리포트] 리비아, IS의 '제 2 근거지' 되나?
● 리비아, IS에겐 너무 매력적인 땅

북아프리카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 IS (다에쉬)의 표적에 한국이 기어이 포함됐습니다. 지난 12일 리비아 트리폴리의 한국 대사관이 IS로 보이는 무장괴한의 총격세례를 받았습니다. (▶ 리비아 한국 대사관 피습…IS "우리가 했다") 정말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숨진 2명의 경비원이 IS말대로 ‘미국의 첩자’ 라서 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리비아의 수사력으로 볼 때 범인의 신원과 행방은 커녕 ’테러 동기도 밝혀낼 지 알 수 없다는 게 주리비아 대사관측의 설명입니다. 하나 분명한 건 초기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살라피즘’과 이슬람적 ‘종말론’에 빠진 광신도집단인 IS의 무차별 테러에 ‘대한민국’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입증된 셈입니다.
[월드리포트] 정규
▲ 지난 12일 IS의 총격을 받은 주리비아 한국대사관
 
리비아는 최근 들어 중동(시리아.이라크)을 벗어난 지역 가운데 IS의 새로운 근거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트리폴리 호텔 습격사건, 콰바 차량폭탄테러, 이집트 콥트교도 집단 참수를 통해 IS는 리비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리비아에 IS가 언제 어떻게 둥지를 틀게 됐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시리아 내전에 참가했던 리비아인들의 무장조직 ‘알 바타르(BATTAR) 여단’이 시초로 보입니다.

2012년 조직된 알 바타르 여단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이 기원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2014년 봄 알 바타르 여단 가운데 많은 리비아인들이 조국에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극단주의 이슬람 성향이 강한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 터를 잡습니다. 이들은 이슬람 청년 슈라(합의) 위원회(IYSC0를 조직합니다. 이들은 IS에 다시 충성을 맹세하면서 리비아 동부를 IS의 영토로 선언하죠. 그 지명 ‘바르카’라고 자기 맘대로 바꿔버립니다. 이들은 지난해 말 데르나에서 IS의 깃발을 흔들며 시가 행진을 벌였습니다.

한편,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독재가 붕괴된 이후 군벌 세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대충 1천700개의 무장세력이 준동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자신의 이익과 주장에 따라 서로 연계하고 반목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IS와 북아프리카 알카에다를 뺀 대표적인 군벌은 강경 이슬람주의인 ‘안사르 알 샤리아’ 와 카다피 독재 축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아부 슬림 미스트라 여단(ASMB)’, 퇴역 장성 출신인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세속주의 성향의 ‘국민군’입니다.

벵가지에 근거를 둔 ‘안사르 알 샤리아’는 2012년 IS의 초기 조직인 ISYC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다 현재는 많은 조직원들이 더 강경하고 극단적인 IS로 빠져나가면서 세가 많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말 그대로 리비아 북중부 미스라타에 뿌리를 둔 ‘미스타라 여단’은 이슬람 근본주의인 무슬림형제단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은 카다피 축출 이후 치러진 2012년 선거에서 성립된 총국민회의(GNC)를 통해 성립된 정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리비아의 수도이자 한국대사관이 있는 트리폴리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정규
  ▲ 트리폴리 공항을 놓고 교전중인 이슬람 대 세속주의 민병대
 
리비아에는 또 하나 정부가 있는데 지난해 여름 새로운 선거로 탄생한 정부입니다. 세속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성향인데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프타르가 이끄는 국민군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세속주의 정부는 지난해 말 트리폴리에서 이슬람 세력과 세력 다툼에서 밀려나 이집트 국경 부근인 토부룩로 피신한 상태입니다. 제가 한 20줄 정도로 간략히 줄여서 그렇지 이렇게 나뉜 속사정까지 더하면 리비아 정세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엉켜있습니다. 그야말로 전국적인 통제력을 가진 정통 정부가 없는 상태입니다. 혼란을 먹고 자라는 IS에게 리비아는 더 없이 좋은 토양인 셈입니다.

여기서 IS가 더 세력을 뻗칠 수 있는 계기에서 앞서 언급한 하프타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프타르는 카다피시절 육군 참모총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서아프리카 차드와 전쟁을 벌였는데 대패하고 자신도 포로로 붙잡힙니다. 그런데 믿었던 카다피가 차드에 리비아 병력을 보낸 적도 없다며 안면 몰수를 하면서 서로 등을 돌리게 되죠. 하프라트는 우여곡절끝에 1987년 미국으로 탈출했다 카다피 축출이후 리비아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카다피 추종세력을 결집해 거사에 나섭니다.  ‘존엄한 작전’ 이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이슬람세력 척결’에 나섭니다. “이슬람 과격분자들로부터 리비아를 구하겠다”는 명목아래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정부 타도에 나선 겁니다. 의회의사당을 장악해 의회중단을 선포하고 이슬람 무장조직 안사르 알 샤리아의 근거지인 벵가지도 폭격합니다. (그러다 결국 미스르라 여단이 주도한 이슬람 세력에 밀려서 토브룩으로 밀려나지만요.)

이 사건을 계기로 리비아에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는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하프타르의 공격을 받은 이슬람세력은 더욱 강경해지고 극단적인 이슬람사상에 빠져듭니다. 이런 적대관계는 IS가 성장하는데 중대한 전환점이 됩니다. 오랜 혼란 상황에서 지친 나라의 주민들은 정국을 통제할만한 힘있는 주체에 기대기 마련입니다. 이런 점에서 돈 많고 지칠줄 모르는 전투력으로 무장한 IS는 내전에 마침표를 찍어줄 구원자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정규
▲ 지난해 말 데르나에서 시가행진을 벌인 IS

현재 리비아의 IS 세력은 데르나를 중심으로 북중부인 시르테까지 퍼져 있습니다. 트리폴리에서 잇단 테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전투를 수행할 만큼 성장한 조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IS가 리비아에 뿌린 내린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리비아내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직접 건너오기보다 북아프리카의 IS 추종자들이 자생적으로 모여드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전선이 격화되면서 사실 북아프리카로 조직원을 이동시킬 여유가 없을 겁니다.

IS는 최근 자신들의 선전잡지를 통해 추종자들에게 리비아나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로 올 것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터키의 국경봉쇄 강화로 추종자들이 시리아와 이라크로 유입이 어려워지자 내놓은 대안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북아프리카는 IS 조직원의 최대 해외공급처입니다. 리비아와 튀니지. 이집트, 모로코 등에서 IS에 가담한 조직원만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귀국한 상태입니다. 또한, 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에는 엘시시 군사정권에 의해 테러 단체로 규정된 무슬림형제단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상당수입니다. 이들에게 리비아는 이슬람의 근본주의를 실현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질 겁니다.

리비아에서 IS의 세력 확장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물론 IS가 이라크나 시리아처럼 세력을 유지하고 조직원을 끌어들일만한 자금력을 과연 확보할 수 있느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우리 교민의 안전입니다. 리비아에는 32명의 교민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리비아 건설수주와 관련된 인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리비아 대사관 인력은 총격 사건을 계기로 튀니지로 철수한 상탭니다. 언제 돌아올 지는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교민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위협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IS가 세력 확산의 첫 단계로 무차별 테러와 납치. 살해를 자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입니다. 외교부가 전임 리비아대사가 귀국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데 교민을 안전하게 보호는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교민 신변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적극적인 철수 권고는 넘어서 강제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교민의 안위를 최우선 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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