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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뒤바뀐 승자와 패자…우리카드와 러시앤캐시의 '새옹지마'

[취재파일] 뒤바뀐 승자와 패자…우리카드와 러시앤캐시의 '새옹지마'
  '새옹지마'(塞翁之馬).. 흔히 "인생사는 새옹지마다"라는 말을 합니다. 어떤 일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나중에 가봐야 안다는 뜻이죠. 최근 프로배구 OK저축은행(러시앤캐시)과 우리카드 구단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창단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OK저축은행은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최강 삼성화재를 상대로 1, 2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이제 우승까지 1승만 남겼습니다. 오늘(1일) 저녁 안산에서 열리는 3차전을 이길 경우 안방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립니다. 반면 올 시즌 최하위에 머문 우리카드는 어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결국 배구단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모기업이 손을 떼기로 하면서 구단은 연맹의 위탁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2년 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2013년 3월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KOVO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안건은 당시 러시앤캐시의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 V리그에 참가하고 있던 드림식스 구단의 인수기업을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러시앤캐시와 우리금융지주가 경쟁했는데, 승자는 우리금융지주였습니다. 배구단 스폰서 효과에 고무된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 구단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추진했지만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우리금융지주에 밀렸습니다.

 자산 규모 400조 원이 넘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과 자산 2조 원도 안되는 대부 업체의 인수 경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에 비유됐고,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우리금융의 승리였습니다. 당시 러시앤캐시가 우리금융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기존 구단들의 반대에 막혀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체 위기에 몰렸던 드림식스의 스폰서를 맡아 '구원 투수' 역할을 했던 러시앤캐시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분명히 승자는 우리금융, 패자는 러시앤캐시였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행보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인수에 실패한 러시앤캐시는 아예 팀을 새로 창단해 의욕적으로 V리그에 뛰어든 반면, 우리 금융은 불과 석 달 만에 인수 백지화 움직임으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이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깨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원안대로 팀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선수들은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취재파일] 서대원
  신생팀 우리카드와 러시앤캐시가 나란히 데뷔한(엄밀히 말하면 우리카드는 '무늬만' 신생팀이었지만) 2013-2014 시즌 성적은 우리카드가 4위, 러시앤캐시가 6위였지만, 두 번째 시즌은 완전히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OK저축은행으로 팀 이름을 바꾼 러시앤캐시는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이어간 끝에 삼성화재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차지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창단 첫 우승까지 눈 앞에 뒀습니다. 반면 우리카드는 3승 33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채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모기업이 배구단 운영을 그만둔다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선수들은 시즌 내내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카드는 2년 만에 배구판을 떠나게 됐습니다. 떠나도 아주 안 좋은 모양새로 떠납니다. 우리카드가 현재 군 복무 중인 국가대표 출신 센터 신영석을 지난해 7월 현대캐피탈에 현금 트레이드해 구단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신영석이 군에 입대한 신분이라 KOVO에 선수 등록을 할 필요가 없어 두 구단 외에는 알 수가 없었고, 구단 간 트레이드 사실을 바로 공개할 필요도 없는 만큼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팀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선수를 팔아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고, 이를 숨긴 채 구단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 배구계의 반응입니다.
[취재파일] 서대원
  만약 2년 전 우리금융이 드림식스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또는 KOVO 이사회에서 러시앤캐시의 손을 들어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다른 기업에서 신생팀을 창단했을까요? 신생팀이 생기지 않았다면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돌풍 주역인 송명근, 이민규, 송희채 등 이른바 '경기대 출신 트리오'는 아마도 각기 다른 팀에서 뛰었을 겁니다. 남자배구의 전력 판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물론 '가정'이라는 건 의미가 없지만. 

  2년 전 KOVO 이사회가 끝난 뒤 호기롭게 '승자 인터뷰'를 했던 우리금융과 패배의 아픔을 곱씹었던 러시앤캐시의 모습, 그리고 지금 배구계의 '먹튀'가 돼버린 우리카드와 챔프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OK저축은행의 모습을 비교하면 세상사는 참 모를 일, 새옹지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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