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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꾀돌이' 윤정환 감독의 '수첩 축구'

윤정환 감독의 비장의 무기는 '수첩'?

[취재파일] '꾀돌이' 윤정환 감독의 '수첩 축구'
지난주 토요일인 3월 21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울산과 전남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윤정환 감독은 J리그 사간도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K리그 명가 울산의 지휘봉을 잡아 축구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저도 윤정환 감독의 축구 색깔은 무엇인지, 지휘 스타일은 어떤지 등등 궁금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바로 윤정환 감독의 '수첩'이었습니다. 윤정환 감독은 경기 내내 오른손에 수첩을 쥐고 경기를 지휘했습니다. 경기 도중 간간이 수첩을 들여다보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저는 그동안 축구 경기를 현장에서, 그리고 TV 중계로 많이 봐왔지만 경기 내내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고 경기를 지휘하는 축구 감독은 처음 보았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윤정환 감독에게 수첩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서 수첩에 대해 궁금증이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화 통화를 통해 윤정환 감독에게 수첩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 J리그 사간도스 감독 시절부터 수첩 들고 지휘…내용은 비밀!

윤정환 감독의 수첩 축구는 일본 J리그 사간도스 지휘봉을 잡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고 하더군요. 수첩을 갖고 경기를 지휘하는 것이 본인에게 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첩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까요? 윤정환 감독은 그것까지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해 저를 살짝 실망시켰습니다.

그래도 집요한 질문에 입을 열었습니다.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귀띔해줬습니다. 상대 팀 선수들보다는 주로 자기 팀(울산)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적어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편 선수들의 장단점을 기록해 경기 흐름에 따라 대처하고 교체 투입 여부를 판단하는데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대 편의 플레이 스타일과 이에 대한 주의사항, 그리고 전술 요약 등도 수첩에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매 경기 전 미리 수첩에 적어놓는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때 상대에 따라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경기 내내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지시할 내용도 적어놓는다고 했습니다.
니폼니시 일회용

● 니폼니시 감독의 '전술상황판' 데자뷔?

윤정환 감독하면 1990년대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 축구팀을 이끌었던 러시아 출신 명장 니폼니시 감독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죠. 잘 아시다시피 윤정환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의 애제자였습니다. 니폼니시 감독은 당시 국내 축구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전술 상황판을 들고 선수들에게 세세하게 전술을 지시했는데 윤 감독도 이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첼시의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스 판 할, 리버풀의 브랜든 로저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등이 수첩과 노트에 꼼꼼이 메모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윤정환

● 윤정환 감독의 가세로 더욱 다양해진 라이벌 구도

윤정환 감독은 K리그 초반 3경기에서 2승 1무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2승이 강팀인 FC서울과 포항을 상대를 거둔 것이어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윤정환 감독은 아직 K리그 팀들에 대해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모든 팀들과 한 번씩 경기를 해봐야 어느 정도 파악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K리그가 J리그에 비해 경기 템포와 스피드가 빠르고 몸싸움이 심하고 거칠다고 말했습니다.

윤정환 감독의 가세로 K리그는 더욱 다양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팀 시절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서울 최용수 감독과의 '꾀돌이' vs. '독수리' 라이벌 대결, 포항 황선홍 감독과의 전통의 '동해안 더비', 제주 조성환, 광주 남기일 감독과의 '니폼니시 제자 맞대결' 등 흥미진진한 카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모처럼 K리그에 흥행 봄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K리그가 더욱 다양한 스토리와 라이벌 구도로 흥행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비축구보다는 공격축구를 지향하고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야겠죠. K리그에 부는 봄바람이 한낱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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