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시한 앞둔 노사정 대타협…'합의초안' 이끌어낼까

입장차 여전…알맹이 없는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취재파일] 시한 앞둔 노사정 대타협…'합의초안' 이끌어낼까
이달 말 합의시한을 코앞에 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합의 초안'을 빠르면 이번주 중 이끌어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비록 강요되기는 했지만, 외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1998년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낸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제법 오랜 기간 동안 노사정 간 불신과 반목이 쌓이면서 합의다운 합의는 시도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또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 증가와 같은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노동개혁 원칙에는 '공감'

지난해 말 합의 이후 진행된 논의로 노사정 각 대표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를 나타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하며,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거기까지입니다. 방향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지를 놓고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 통상임금 범위 노사합의로?

정부가 이른바 '개방조항'을 들고 나온 상태입니다. 다양한 형태로 지급된 급여가 과연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법원에 묻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기업 단위로 노사가 합의하면 이를 그대로 통상임금 범위로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사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근로자 측이 끌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상임금의 취지나 그간의 법원 판례 등을 뒤엎는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간 합의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
일자리 근로 노동
내년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됩니다. 단, 임금피크제와 같은 필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노사간 임금피크제 실시에는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가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 시점과 방법에 대해서는 간극이 큽니다.

정부와 경영계는 60세 정년 이전에 점차적으로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56세부터 임금을 10%씩 감축하는 방식입니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 법정 기한인 60세를 넘어설 경우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자고 말합니다. 61세부터 임금을 줄여나가자는 것입니다. 방식도 임금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근로시간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61세부터는 근로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임금은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고 근로자는 은퇴 후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됩니다.

● 근로시간 주 52시간으로 단축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입니다. 노사간 합의에 의해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총 52시간인 것입니다.

'주' 단위를 어떻게 해석하냐를 놓고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가 주의 단위로 보고 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애초에 포함 안 되니, 각각 8시간씩 16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두 68시간으로 늘어납니다.

노동계는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를 '주' 단위로 봅니다. 따라서 52시간의 근로시간을 더 늘릴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주 단위를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보되, 8시간을 추가해 60시간으로 볼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현재의 법정 근로시간 상한을 '52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경영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이행하는 과정 동안에는 '68시간'을 인정해달라는 게 경영계의 요구입니다.

● 휴일근로 수당 이중 할증 여부

법정 근로시간을 넘는 시간외 근로에 대해서는 임금이 50% 할증됩니다. 휴일 근로도 50% 할증됩니다. 논쟁의 촛점은 토요일과 일요일과 같은 법정 휴일에 일했을 때 할증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입니다.

노동계는 휴일근무가 연장근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두 100%의 할증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이중 할증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휴일근무가 8시간을 초과하는 부문에 대해서만 이중 할증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 노동시장 이중구조 "경제민주화가 답"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에 노동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가 함께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원청 업체 노사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 구성을 원청 뿐만 아니라 하청 또는 협력업체 노사도 참여시켜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괄적인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 하청단가 등을 논의할 수 있어야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기간제' 계약 연장


기간제는 지금은 2년으로 계약 기간이 제한돼 있습니다.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재계약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부는 근로자가 합의할 경우 최대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노동계는 이런 방안이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근로계약 해지기준
직장인 근로자 노동
이른바 '일반해고' 문제입니다. 경영상 어려움이 있으면 '정리해고'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근로자를 해고 또는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정부는 해지 기준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노동계는 지금도 각종 수단을 동원해 해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해고기준까지 둔다면 고용불안은 더 악화될 것으로 봅니다.

● 사회안전망 강화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노동계는 근로자 평균임금의 50%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실업급여도 턱없이 낮은 급여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대상기간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동계는 노동유연성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해고로 인한 불안감이 줄어들 데 자연스럽게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며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 "기업 대상 세금 인상"

아직 제대로 의논조차 못했지만 쟁점이 될 이슈도 있습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조세정의의 실현이 대표적입니다.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세제도를 종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쟁점에 대한 노사정 간 입장차가 여전하면서 이달 말 시한까지 과연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어떤 수준의 내용이 들어가는지가 관건입니다. 시한에 쫓겨 알맹이 없는 선언 수준의 합의가 나올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정이 녹록지 않겠지만 한국 경제가 가야 할 큰 그림을 그려놓고 양보와 타협으로 실효성 있고 미래지향적인 합의안을 만들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