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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1000년 묵은 갈등인가?…수니파와 시아파

[월드리포트] 1000년 묵은 갈등인가?…수니파와 시아파
종파적 갈등, 수니파 극단주의 IS, 시아파 맹주 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요즘 중동 뉴스를 접하면서 수니파, 시아파란 말을 참 많이 듣게 됩니다. 중동 사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슬람에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있는 데 둘 사이가 아주 나쁘고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고 있구나 정도는 느끼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고 중동이 혼란에 빠진 원인을 그저 종파적 갈등으로만 보는 건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종파 갈등 이면엔 정치적 목적과 이득을 위해 종파간 대립을 조장한 집단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종파간 대립은 자신의 권력과 정권 유지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모든 원인이 종파 갈등으로 덮어버리는 현상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래야 짧은 시간에 짧은 문단으로 표현하기 쉬우니까. 저도 그런 오류에 종종 빠지곤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런 오류 수정은 아니고요. 일단 중동 관련 뉴스에서 수없이 나오는 수니와 시아가 도대체 뭐길래, 또 어떻게 다르길래 그렇게 반목한다고 하는 건지 이유를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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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의 대부분은 시아파입니다

● 무함마드의 진정한 후계자는?

수니(SUNNI)냐 시아(SHIA)냐의 갈림길은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63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사망합니다. 그런데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원로들이 모여서 차기 지도자인 칼리프를 선출했습니다. 1대는 무함마드의 절친이자 장인이었던 아부 바크르, 2대 우마르, 3대 우스만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4대 칼리프로 알리라는 인물이 선출됐습니다. 이 4대 칼리프 시대를 이슬람에선 '라쉬둔' 이라고 해서 무함마드의 교리가 가장 충실하게 이행된 이슬람 초기 시대로 명명합니다.

여하튼 수니파와 시아파를 구분하는 가장 큰 줄기는 도대체 누구를 무함마드의 후계자로 인정하느냐입니다. 4명의 칼리프 모두를 선지자 무함마드의 합법적 후계자로 인정하는 게 지금의 수니파인 반면, 시아파는 4대 칼리프인 알리만을 유일한 후계자로 인정합니다.

알리만이 무함마드의 직계라고 보는 거죠. 왜 그러냐? 하면 알리는 무함마드보다 30살이나 어리지만 어쨌거나 사촌형젭니다. 그리고, 무함마드의 딸과 결혼한 사위이기도 합니다. 아들이 없던 무함마드에겐 가장 가까운 인척이 알리라고 자타가 인정을 했을 겁니다. (무함마드가 반대 세력에 쫓겨 메디나로 도망을 갈 때 잠자리에 남아 목숨 걸고 탈출 시간을 벌어준 것도 알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알리가 칼리프는 밀리고 밀려서 4대째, 무함마드가 죽고 24년 뒤에 임명됩니다. 656년이죠. 알리를 지지했던 이들(알리의 권력에 매달렸던 이들?)은 답답하고 원통했을 겁니다. 그것도 모자가 칼리프 재위 5년 만에 알리는 한창 세력을 키우던 우마위야 가문 세력과 패권을 놓고 다투다 살해당합니다. 알리가 숨진 뒤 우마위야 가문은 지금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새로운 왕조를 세웁니다.

이후 알리 가문은 그야말로 초토화 됩니다. 670년엔 알리의 큰 아들 하산이 독살당하고, 10년 뒤엔 다른 아들 후세인도 우마위야 왕조의 군대에 이라크 카르발라 전투에서 패해 숨집니다. (말이 전투였지 그 당시 후세인의 추종자는 여성과 노약자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우마위야의 군대에게 사실상 도륙을 당한 거죠.) 그때 후세인은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시아파는 매년 이슬람 달력으로 첫 번째 달의 10번째(아쉬라) 날이면 채찍과 사슬로 자신을 학대하는 고행을 벌이며 이라크 카라발라까지 순례를 벌이며 알리와 후세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후세인 죽음은 역사적으로 수니파와 시아파가 첫 번째로 충돌한 사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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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니 8 시아 2

우마위야 왕조가 4대 칼리프의 지위를 이어받게 되면서 수니파는 이슬람 역사에서 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됩니다. 반면 거의 몰살당한 알리의 후손과 그들을 추종하는 시아파 세력은 7세기부터 16세기 초까지 소주 종파로서 소외 받는 삶을 이어갑니다. 역사의 흐름이 말해주듯 이슬람에서 수니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19억명의 이슬람 신자 가운데 85%가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15%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수니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가 많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이집트, 예멘, 아프가니스탄, 튀니지 등이 대표적인 수니파 국가입니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수니파는 아닙니다. 시아파도 섞여 있습니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나라는 시아파 맹주라고 불리는 이란과 이라크 정도입니다. 레바논은 수니파와 시아파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나라고요.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시아파 입니다.)

수니와 시아는 코란을 경전으로 삼는 건 똑같습니다. 다만 명칭이나 종교의식, 교리 해석이 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이슬람 교단의 지도자를 말하는 '이맘'의 의밉니다. 수니에서 이맘은 이슬람 사원 모스크에서 기도나 집회를 인도하고 설교하는 사람을 가르킵니다. '이맘'이라는 말 자체가 '앞'이란 의미로 그저 예배 인도를 위해 앞에 선 사람의 의밉니다. 시아에서 이맘은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절대적 권위를 가지는 최고 성직자를 의미합니다. 한국 외국어대의 서정민교수는 "오랜 탄압을 받아온 시이파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성직자 계급을 만들고 이들이 시아파의 정치,경제, 사회의 모든 건에 관여하게 만들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알리의 경우 수니에서 4대 칼리프로 불리지만 시아에선 초대 이맘이라 칭송 받습니다.

● 수니와 시아, 공존의 역사

수니와 시아는 기도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성지순례나, 라마단, 단식처럼 종교의식에서 서로 다른 양식을 취해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코란의 근본 교리를 해석하는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유한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도 매주마다 수니와 시아 사람들이 함께 예배를 드립니니다. 지금도 레바논을 가면 시아와 수니 마을이 구분은 돼 있어도 서로 활발히 교류를 하며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카르발라 전투 이후에 소수에 머물렀던 시아가 수니의 탄압을 받으면서 지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반목하고 투쟁하지는 않았습니다. 시아가 한 나라의 대세로 인정받은 건 1501년 이란의 사파비드 왕조가 시아파를 국교로 삼은 게 처음입니다. 이런 사실로 비춰볼 때 수니와 시아의 반목은, 서구 강대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조장이 원인이며, 지금의 유혈충돌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1916년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가 눈 감아 주는 조건으로 아랍권을 자로 긋듯이 자기 편한 대로 나눠놓고(사이크스 피코 협정) 부족간 단합을 막아 수월한 통치를 위해 종파가 갈등을 부추긴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도 냉전시대부터 중동과 아랍권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파간 갈등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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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라크의 8년 전쟁으로 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 반목의 시작, 8년 전쟁

현대사에서 수니와 시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은 1979년을 기점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라크는 가장 먼저 시아파가 정립된 곳으로 당연히 시아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런 와중에 1979년 수니파의 사담 후세인이 집권에 성공합니다. 이라크는 소수의 수니파가 다수의 시아파를 지배하는 뒤틀린 상황이 되죠. 같은 1979년 이웃한 시아파 국가 이란에는 호메이니라는 걸출한 성직자 겸 정치가가 오랜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합니다. 그 해 이란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을 비롯해 이른바 '이슬람 혁명'의 폭풍이 불어 닥칩니다. 시아의 침범을 경계한 이라크와 시아혁명을 전파하려는 이란이 국경을 맞대면서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1980년 이라크는 이란을 침공합니다. 명목은 석유지만 사실은 중동지역에 시아파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이라크가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이란으로서도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웃나라 이라크가 이슬람혁명 수출 제 1 대상이었을 겁니다. 테헤란 대사관 인질 사태로 이란과 돌아선 미국이 은밀히 이라크를 지원했고, 사우디와 요르단 같은 많은 수니파 국가들이 이라크를 도왔습니다. 수적 열세에도 이란은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했습니다. 뒤집고 뒤집히는 전세를 반복한 이란과 이라크는 전쟁을 8년이나 끌다가 10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사망자를 남긴 채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8년 전쟁은 현대사에서 시아와 수니가 적대적으로 돌아선 첫 번째 유혈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수니와 시아의 반목과 대립을 넘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면서 생기는 독재자의 위기의식과 시아파 혁명을 중동으로 확산시키려는 호메이니의 속셈, 그리고,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정치적 계산이 만든 비극이었습니다.

● 권력 투쟁 = 종파 분쟁?

이후 수니냐 시아냐는 중동 정세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됐습니다. 중동의 독재자들에게는 종파 갈등은 정권 유지를 위한 더없이 좋은 소재였습니다. 반대파를 탄압하고 수구파에 위기감을 조장하는 수법으로 종파 갈등을 써먹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서방 강대국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독재자들을 지지하는 방편으로 때로는 정권 교체를 유도하는 방편으로 종파 갈등을 묵인하기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시리아.이라크 사태도 이런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라크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면서 미국은 시아파 세력의 알 말리키 총리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후세인 잔당은 찬밥이 됐죠. 알 말리키 총리는 당한 만큼 준다고 수니파를 정치에서 배제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시절 군과 경찰을 강제로 해고 해산했습니다. 갈 곳 없는 구 정권의 군경(대부분 수니파)의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 시리아에서 벌어집니다. 아랍의 봄이 몰고 온 시리아 내전입니다. 2011년 3월 시리아는 시아 분파인 알라위트 파를 이끄는 알 아사드 부자의 세습 독재에 항거하는 민중봉기가 일어났습니다. 알 아사드 정권은 학살로 대응했습니다. 민중은 총을 들었습니다. 시아파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민중은 수니파가 다수였습니다.

튀니지 재스민혁명을 주도한 수니파 무슬림 형제단도 있었고, 이라크에서 넘어온 수니파도 많았습니다. 미국은 화학무기까지 동원한 알 아사드 정권을 비난하며 반군을 지원했습니다. 미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 가운데 알 카에다 분파인 ISIS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도 끼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얼마 후 IS로 이름을 바꾸죠. 어찌 보면 IS는 미국이 키운 악마일지 모릅니다. 알 카에다는 수니파였고 IS는 그 분파였던 관계로 IS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이라고 칭하고 있는 겁니다.

사담 후세인 시절 군경 세력이 대거 합류한 IS는 경험부족과 부패로 만연한 이라크로 눈을 돌립니다. 지난 해 6월 이라크로 세력 확대에 나선 겁니다. 알 말리키 총리의 편향적 정치에 불만을 품어왔던 이라크 북부의 수니파 세력이 동조하면서 IS는 급속도로 영역을 확대합니다. 그러면서 가는 곳마다 시아파를 철저히 학살했습니다. 아니 이슬람 수니파가 아니면 기독교인 이건 소수 민족이건 모조리 학살했습니다. 이라크에서 가장 먼저 장악한 곳도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였습니다. 여기서 시아파를 1천명이나 학살했습니다. IS 역시 자신의 정통성과 기득권 확보를 위해 종파 갈등을 이용한 셈입니다.
IS 튀니지_640

지금 이라크 군이 티크리트 탈환을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라크 군의 주력부대는 시아파 민병댑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습니다. 이라크 군은 IS나 수니파 주민에 대한 구타와 학살을 가는 곳마다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수니라는 이유로 포로 구타를 넘어 감시탑에서 떨어뜨려 살해하고 민간인도 수니라는 이유로 총살하는 관련 영상은 이미 온라인에 퍼져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라크의 한 주민은 IS가 마을에 들어 왔을 때는 도망가지도 않았는데 이라크 군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산으로 도망쳤다고 증언하겠습니까.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이용된 종파 분쟁이 이제는 목적과 이유는 사라진 채 오로지 반목과 갈등, 대립을 위한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수니와 시아파는 지금 자신들이 왜 서로를 죽이려 하는 지, 그  이유라도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IS라서? 아니면 이라크 군이라서? 아니면 그저 나와 같은 종파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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