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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심판대 선 네타냐후, 이스라엘 민심의 선택은?

[월드리포트] 심판대 선 네타냐후, 이스라엘 민심의 선택은?
이스라엘이 술렁입니다. 우리시간으로 오늘 오후 1시부터 총선 투표가 펼쳐집니다. 이스라엘 전체 유권자 588만 명이 전국 1만 119개 투표소에서 제 20대 이스라엘 의회 의원을 뽑습니다. 이스라엘은 철저한 비례대표젭니다.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정당에 투표합니다. 전체 120석의 의석을 당 지지율에 따라 각 정당이 나눠가집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서 총리를 배출하는 게 관롑니다.

최대 관심사는 베냐민 네탸나후 총리의 재집권 여붑니다. 6년째 집권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하면 1990년대 중반 3년과 앞으로 4년의 임기를 더해 재임기간을 13년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역대 최장수 총리인 벤구리온의 12년 5개월을 뛰어넘게 됩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네타냐후의 4선 총리 역임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2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도좌파인 시오니스트 연합이 2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시오니스트 연합은 54살의 변호사이자 이삭 헤르조그가 이끄는 노동당과 치피 리브니 전 법무장관이 이끄는 하트누아 당이 뭉친 것입니다. 여론조사대로라면 네타냐후의 4선 총리 꿈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큽니다.
정규진 취파
▲ 네타냐후에서 헤르조그로 넘어가는 광고판이 이스라엘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 같다.

사실 이번 총선은 베냐민 네타냐후가 자청한 겁니다. 지난해 말 이른바 ‘유대국가 기본법’ 제정을 놓고 연립정권 안에서조차 티격태격 갈등을 빚자 의회를 조기 해산 시키는 강수를 두고 초기 총선을 시행하게 된 겁니다. ‘유대국가 기본법’은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민족국가로 규정하는 상위법으로 자칫 인종과 종교적인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비난과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의 15%는 아랍계입니다.) 이러자, 네타냐후가 그렇다면 강경우파에 등을 기대겠다며 연정을 해체한 것이죠.
정규진 취파
▲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에 도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네타냐후는 지지도가 하락하거나 정치적 위기에 놓일 때마다 늘 안보 관련 이슈를 터트렸습니다. 보수 성향의 이스라엘 민심을 자극하며 총리직을 지켜왔습니다. 2008년 가자전쟁이 그랬고 지난해 여름 2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이 희생된 50일의 가자교전도 그랬습니다. 그때마다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하락세에서 급등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서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강행했습니다. 이란과 IS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공을 들여온 이란 핵 협상을 한마디로 ‘나쁜 협상’, ‘끔찍한 협상’ 이라고 공개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영원한 우방으로 여겨진 미국 정부와 갈등이 (가자교전 문제로 최근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죠)한층 격화될 걸 뻔히 알면서도 네타냐후는 또 한번 강경 일변도의 정치행보로 보수파의 표를 끌어 모으는 히든 카드로 꺼내든 겁니다.

효과는? 그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이스라엘 민심은 네타냐후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안보 위기가 표심 잡기에 효력을 발휘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큰 생활고가 이스라엘에 직면한 듯 합니다. 네타냐후가 집권한 지난 6년간 이스라엘의 주택가격은 55%이상 상승했고, 국민의 41%가 높은 물가로 인해 채무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년간 2번의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을 국방비에 쏟아 부은 탓입니다. 지난해 가자 교전으로 이스라엘 교육예산이 1/4이나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주택난 해결을 위해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팔레스타인 거주지를 강제 철거하고 정착촌을 짓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의 테러와 시위 여파로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총선이 Bibi (네타냐후의 애칭, 비비) 대 Rack lo Bibi (비비비만 아니라면 누구든지라는 뜻의 히브리어) 의 양상을 띄고 있다고 전합니다. 사실상 네타냐후의 재신임 평가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CNN 방송은 이번 총선의 이슈로 5가지를 꼽았습니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오바마 미 대통령과 갈등으로 벌어진 양국 관계 복구, 이란 핵 문제 해결, 팔레스타인 관계, 빈부. 유대 VS 아랍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스라엘 내 불평등 해소, 세계 정치 무대에서 외톨이가 되는 이스라엘의 지위 회복 입니다.

이런 점에서 강경 일색인 네타냐후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동좌파의 이산 헤르조그가 매력적인 건 사실입니다. 시오니스트 연합을 구성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당수 헤르조그는 정치 명가의 아들입니다. 아버지 하임 헤르조그는 1983년부터 10년간 이스라엘 6대 대통령으로 재임했습니다. 삼촌인 아바 에반은 외무장관을 지냈습니다. 변호사인 이산 헤르조그 역시 주택건설부와 관광부 같은 장관직을 거쳤습니다. 네타냐후가 비교적 소홀히 다룬 민생 공약에 집중하면서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나이도 네타냐후보다 11살이나 적은 54살입니다. 나름 네타냐후에 비교해 세대교체의 기치를 내걸 만 합니다.
정규진 취파
▲ 중도좌파 노동당 당수 이삭 헤르조그

네타냐후는 마지막 유세에서 ‘좌파가 집권하면 예루살렘은 분열된다”며 우파의 세 집결을 호소하며 안간힘을 썼습니다. 자신의 리쿠르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극우파인 유대인 가정당을 연정에 포함시키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결국 안보중심 보수 VS 민생중심 좌파의 대결구돕니다. 여론조사대로라면 헤르조그의 시오니시트연합과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의 의석수는 26대 22, 4석차입니다. 지금까지 어느 정당도 과반을 넘긴 적이 없기에 이번 총선 이후 어느 쪽이 최다 의석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연정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스라엘의 미래는 여전히 보수 우파일지 아니면 새로운 중도 좌파 일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현재로서는 역시 우파 계열이 50석 정도로 40석 정도에 머물 좌파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꾀가 많은 네타냐후가 정치력을 발휘해 기막힌 연정으로 총리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변수는 바로 사상 처음으로 4개의 아랍계 정당이 하나로 합쳤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이번에 13~14석 정도로 제 3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분명 보수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자행하는 네타냐후쪽에는 붙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오니스트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중도좌파와 아랍보수파의 연정 시나리오도 그려 볼만 합니다. 저 뿐이 아니겠죠. 세계의 많이 이들은 팔레스타인을 무작정 억누르기보다는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변화된 이스라엘의 모습을 기대할 겁니다. 내일 18일 새벽이면 대충 윤곽이 나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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