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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1인 1닭' 시대?…닭 크기에 얽힌 불편한 진실

* 대담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한수진의 SBS 전망대] ▷ 한수진/사회자:
어제 인터넷상에서 ‘요즘 치킨 한 마리 왜 이렇게 작을까’ 하는 기사가 화제였습니다. 치킨 하면 한국인들에게 ‘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요새 치킨 크기가 작아졌다는 사실, 눈치 채셨습니까? 치킨 크기에 숨어 있는 사실들과 치킨 인기에 얽힌 약간은 불편한 진실, 오늘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연결돼 있습니다. 황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예.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우리 국민들 치킨 사랑 정말 대단한 거죠?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그렇죠. 이게 ‘치느님’이라고 이렇게 부르는 그 말에 대해서부터 느껴질 수가 있는데요. 이게 ‘사랑’이라는 말과 ‘치느님’ 이런 말이 아마 우리 산업에 의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 그러니까 보통 뭐 커피 많이 마신다고 ‘커피님’이라든지, 밥 많이 먹는다고, 짜장면 많이 먹는다고.. 인칭을 넣어 이렇게 얘기하지 않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그래서 보통 치킨산업 자체가 TV에서 보면 유명 탤런트라든지 개그맨, 아이돌, 뭐 여배우도 광고를 하죠. 그러면서 치킨에 대해서 국민들한테 이런 환각을 불러 넣어 놓은 게 아닐까. 그렇게 해서 ‘치느님’이란 말까지 나온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아니 근데 저 선생님,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어제 기사 때문에 이 닭 크기에 대한 논란이 좀 있었어요. 닭 크기가 작아졌다는 건데, 선생님 그런 느낌 받으셨어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이게 물론 작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업체들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유독 작은 영계를 좋아하고 그걸 또 더 맛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업체들은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큰 게 더 맛있고요. 이건 종자 문제가 아니고 얼마만큼 키우느냐의 문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30일 채 겨우 맞춰서 내는 1.5KG 정도 짜리로 내고요.

우선 육계는 종자 거의 같거든요. 전 세계 다 비슷비슷한 종자들을 키웁니다. 근데 보통 서양이나 외국에서는 보통 한 2.9kg까지 키웁니다.
이렇게 크기를 달리 하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사육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에, 사육장에서 기르니까 폐사율이 높아지고요. 질병에 대한 우려가 있죠. 그래서 빨리 잡는 거고요.

근데 이렇게 1.5kg 로만 잡아도 업체에서는 이득이 있고, 사육 효율이 떨어지는 데도 이득이 있는 게, 우리는 가게에서 닭을 주문할 때 마리당으로 주문을 하죠. 한 마리, 두 마리, 이렇게요. 보통 소나 돼지고기는 몇 그램 단위로 파는데 닭은 마리로 판다는 게 이게 함정입니다. 1.5kg짜리나 1.7kg짜리나 다 같은 한 마리니까 손해 볼 것이 없죠.
그래서 소비자들은 맛없는 닭을 요즘 비싸게 사 먹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뭐 영계라고 해서 좋은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영계’라는 말은 원래 ‘연계(軟鷄)’, 연한 닭이라는 뜻이고요. 보통 3월 정도에 병아리가 까서 한 3,4개월 정도 자라는 단계, 보통 복날 7월이나 8월 정도 이르렀을 때, 그때 보통 연계라는 말을 쓰거든요.
그러니까 최소한 100일 이상 자라야만이 영계라고 그럽니다. 30일짜리 이런 것은 영계라고 그러지 않습니다. 병아리죠.

▷ 한수진/사회자:
아. 전혀 몰랐던 얘기네요. 우리나라 사람들 1인당 닭 소비량은 어느 정도 될까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10kg 정도 좀 넘는 것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닭을 많이 먹습니다. 소 돼지에 비해서 많이 먹는데 싸니까 많이 먹는 것이다. 이렇게 봐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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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이게 많은 편인 건 분명하고요. 싸니까 많이는 먹고 있는데 근데 그동안 맛없는 닭을 먹고 있었던 거다. 하는 말씀이세요, 근데 어떤가요?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프라이드 치킨 좀 즐겨먹는 편인가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원래 닭은, 우리가 먹는 닭은 이 육계라는 닭은 구이용 닭입니다.
보통 국물 내는 용 닭과 구이용 닭 이 두 개로 종자 개량이 만들어졌는데 보통 로스트라고 하죠. 외국의 경우는 오븐에 굽거나 팬 위에서 구워서 먹죠. 이렇게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는 방식을 우선 그렇게 많이 먹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라이드치킨이 크게 번지는 이유 중에 하나도 닭 자체가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닭이 맛이 없어서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또 요즘 양념치킨이 크게 번지고 있거든요. 그 안의 닭은, 닭의 맛은 중요하지 않고 튀김옷에 발라진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저희가 양념옷, 튀김옷 맛으로 먹는 거지 치킨 자체의 맛은 즐기지 못하는 거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그렇죠. 거기서 닭 빼고 그냥 튀김옷과 양념 맛으로 먹어도 맛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사실 그래요. 그렇게도 저는 뜯어먹기도 하는데 말이죠.
아니 근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도 프라이드치킨 즐겨먹지 않나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한 집 건너 치킨집이 있는 이런 현상이 외국에도 있는 것은 아니고요. 한국만의 특별한 현상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게 산업이 만들어 내놓은 것이기도 하고, 치킨이 맛이 없으니까 프라이드 치킨을 찾는 방향으로 흐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저희 SBS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 있었는데, 그 드라마 덕분에 중국에서 치맥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잖아요. 치킨 소비가 급증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중국에서.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일종의 마케팅에 우리 국민 스스로가 환각을 일으키는 거죠. 그게 뭐 중국에서 외국에서 치맥 열풍이 어떤지는 사실 그쪽 산업에서 일이니까. 근데 그걸 왜 우리가 좋아하게 만드는가가 더 중요하죠.

한국 사람들은 원래 치킨을 좋아해. 치킨을 사랑해서 한민족이 그것을 ‘사랑’, ‘치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공경해야 되는 것처럼 이렇게 만드는 산업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

이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산업이 만들어놓은 것을 언론들이 계속 반복해서 재생산해내는 이런 방식으로서는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구할 수가 없죠.

‘프라이드 치킨은 맛없는 닭을 겨우 먹을 만하게 만들어놓은, 내놓은 음식이다.’라는 것으로 인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이 우리가 ‘맛있는 치킨이 뭐지?’ 이렇게 생각을 좀 하게 되고 그런 닭을 또 찾게 되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쉽지 않겠는데요. 당장 저만 해도 아니 뭐 야구장에서도 그렇고, 우리 뭐 한강에 놀러가도 그렇고, 치킨이 좀 있어야 되거든요, 이게 항상. 근데 이걸 뭐 맛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맛 없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 왜 그러냐 그러면, 원래 인간은 많이 주어진 음식을 두고 ‘맛있다’라고 생각을 하게 돼 있습니다. 많이 주어진 음식을 ‘맛없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조직이나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욕구 중에, 가장 강렬한 욕구 중에 하나가 ‘집단 안정 추구 욕구’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예를 한 번 생각해 보죠.
집에서 아빠가 월급 받아와서 맛있는 상을 차렸는데 막내 하나가 이 밥이 맛이 없다고 징징 반찬투정을 한다 그러면 어머니가 등짝에다 스매싱을 날리죠. ‘왜 반찬 투정하느냐,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밥을 벌어왔는데 넌 그러느냐’하고 야단칩니다.

그렇게 야단치는 이유가, 이 주어진 밥을 맛있게 먹어야만이 가정이 안정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것을 가르치는 거죠. 사회도 똑같습니다. 많이 주어진 음식에 대해서 그냥 이것을 맛있다라고 서로 최면을 거는 거죠. 그래야만이 이 사회가 안정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치킨을 많이 먹는 사회’라는 것 자체가 좀 보수화되어 있는 사회라는 이런 뜻으로 그렇게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하는 말씀이시네요. 오늘 치킨 한 마리를 통해서 소비심리 문제까지 오늘 아주 다 이야기를 나눠본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들어야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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