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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취재파일] 특집-서울대 교수 성희롱 녹음파일 2탄 "듣는 게 괴로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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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영대 교수 성희롱 의혹을 단독 보도한 SBS 류란 기자는 팟캐스트 '오디오 취재파일'에 출연해 이번 A 교수 사건 전까지 서울대는 교수를 가해자로 지목하는 "익명의 신고는 접수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교수에게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실명 신고가 아니면 성희롱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SBS가 보도한 A 교수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면서 서울대는 처음으로 익명의 성희롱 신고를 정식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류 기자는 설명했습니다.

대학원생 뿐 아니라 학부생 피해가 많은 것에 대해선 "예전에 비해 취업과 관련해 학생들이 학점에 목을 매는 경우가 더 많다"며 "갑에서 더 갑이 된" 교수와 학부생 사이의 관계가 최근 발생하는 대학교 성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습니다.

류란 기자는 또 이미 성희롱 발언 녹음 파일을 입수한 뒤,  A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SBS 취재팀이 전화를 걸었는데도 A 교수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SBS의 격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고 반문했다는 사실도 털어놨습니다.

류 기자는 "20대 초중반 어린 친구들에게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10년 넘게 이어진 문제를 세상에 알린 학생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아직 사건 처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진행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팟캐스트 '오디오 취재파일' 서울대 교수 성희롱 녹음파일 2탄 대화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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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취재파일]1탄-서울대 교수 성희롱 녹음 파일 "훨씬 심한 발언 많다"

 ● "누군가 A 교수에게 우리가 취재 중이란 사실을 알려줬다"
 
[임찬종/SBS 뉴미디어부 기자·사회자] 그래서 사실 제일 궁금한 게, (사건 처리 절차가)진행되고 있는데 , (류 기자는) A 교수를 직접 만나보셨나요?
 
[류란/SBS 시민사회부 기자] 통화만 해보았습니다.
 
[임찬종] 만나러 가긴 했을 거 아니에요?
 
[류란] (A 교수가) 학교에는 없더라고요.

[임찬종] 사무실에 갔었는데, 연구실에는 없었고. 지금이 방학 중이죠?

[류란] 네.
 
[임찬종] SBS 취재팀이 (전화)연락을 했을 거 아닙니까? 첫 반응이 있을 거 아닙니까? 뭐라고 처음에 물어봤는데, (교수가) 뭐라고 대답하던가요?
 
[류란] 우선 저희가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교수가) 알고 있었고요,
 
[임찬종]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답니까?
 
[류란] 저희가 이제 피해를 주장한 학생뿐만 아니라, 목격자라든지 학교 측 관계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교수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임찬종] 학교 측 관계자나, 누군가가 어쨌든 그 사람에게 알려준 거네요?
 
[류란] 네, 그렇죠.
 
● "SBS 격(格)이 이것밖에 안되나?"
 
[임찬종] 굉장히 잘 나가시는 원로급이라는 그분한테 누군가가 알려준 거네요? '지금 SBS가 이걸 취재하고 있다' 그 다음 (교수의) 반응이 어떠했나요?
 
[류란] (언론사가 취재 중이란 걸) 알고 있으면 이런 정도의 일을 한 사람이, 조금은 당황하거나 변명을 할 만한데… (그 교수님은) 굉장히 여유로웠죠.
 
[임찬종] 어떻게?
 
[류란] '지금 무엇을 근거로 취재를 하고있는 거냐?','SBS가 격(格)이 이것밖에 안 되나요' 라는 말도 들었고요.
 
[임찬종] '격이 이것밖에 안 되냐'
 
[류란]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하면서) 이렇게 실체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진을 빼는 것에 대한 걱정까지 해주시더라고요. '그냥 소문만 듣고 너무 달려드는 것 아니냐.'라는 (SBS) 걱정을 하셨는데…사실 그 시점은 저희가 대강의 취재를 끝낸 시점이였죠.
 
[임찬종] (성희롱 발언) 녹음파일도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죠?)
 
[류란] 그렇죠.
 
[임찬종] 그런 걸 가지고 있었는데, 전화했더니 SBS 취재팀 걱정까지 해주셨다는 거군요. 저도 뉴미디어부 오기 전에 취재를 해본 적이 있지만, 보통은 전화를 잘 안 받거든요.
 
보통 언론사에서 어느 정도 취재를 하고 있다고 하면 정말 떳떳하신 분들이야 전화 통화에서 '억울하다.'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보통 전화 잘 안 받죠. 말 실수 했다가 꼬투리 잡힐 수 있고, 나중에 또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 분은 아주 여유롭게 전화받으면서 젊은 기자들 걱정들까지 해주시면서…
 
[류란] 증거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시고 있었어요.
 
[임찬종] 저희가 녹음파일이거나 증거가 있다는 것을 (교수에게) 알려 드렸습니까?
 
[류란] 전혀 알려드리지 않았죠.
 
[임찬종] 그 통화 외에는 없었어요? 의혹은 전면 부인한 거고… 오히려 SBS 걱정까지 해주셨던 분인데, 그 이후로는 다시 통화가 없었나요?
 
[류란] 제가 아닌 다른 SBS 보도본부 기자들에게는 전화를 한 것으로 들었지만 저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 서울대 고위관계자의 메일 "미안하다. 최선을 다하겠다"
 
[임찬종] 첫 보도를 했을 때 서울대 쪽도 알려졌을 거 아니에요? 보도한다고. 서울대 쪽 반응은 어땠나요?
 
[류란] (서울대 측은 SBS가) 빠르게 (사건을) 인지하고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놀랐고요. 피해자와 저희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준 셈이 됐는데…(서울대 쪽은 제게) 진상조사 착수한 게 맞단 사실을 알려주고 신뢰해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임찬종] 신뢰해 달라는 것은 무엇을 신뢰해달라는 거죠?
 
[류란] (성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수학과) 강석진 교수 사건 때 사실 서울대 내 인권센터가 대응 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었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번에는 실수없이 진행하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임찬종] '8시 뉴스' 보도가 나간 다음에 (서울대에서) 전화가 왔겠죠? 뭐라고 하던가요?
 
[류란] 서울대 관계자가 메일을 보내왔는데요, '해당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라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임찬종] 고위관계자가 연락을 해온 거죠?
 
[류란] 네.
 
[임찬종] 자 그러면, 또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서울대 사건이 많아요, 말씀드렸던 수학과 강석진 교수 사건도 있고 그 전에…
 
[류란] 치의학대학원 배 모 교수도 경찰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임찬종] 언론에서 보면 석 달안에 세번째 성추문이라고 나오는데…서울대가 유독 이렇게 많은 건가요? 아니면 서울대가 언론에 많이 노출이 되는 건가요? 어떻게 보세요?
 
[류란] 안그래도 서울대 학내 게시판에서 학생들 토론 비슷한 게 벌어졌더라고요. '이게 우리의 문제야, 아니면 우리가 유독 밝혀지는 거야.'라고 이야기가 되었더라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대학 내 이런 추문이 서울대 뿐이겠어요. 어떤 자료를 보니까 대학졸업 전까지 성희롱, 추행, 폭행의 경험이 있는 학생이 4명 중에 1명이라고 하더라고요.
 
[임찬종] 여학생 4명 중 1명이다?
 
[류란] 남학생 포함입니다.
 
[임찬종] 남학생 포함해서? 여학생만 따지면 훨씬 높겠네요?
 
서울대 교수 성희롱
● "서울대 교수들, '자존감'이 높은 듯"
 

[류란] 그렇게 치면,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봅니다.) 서울대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피해자가 좀 더 겁을 먹는 부분, 이를테면 가해자 교수가 서울대의 전공 교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전체 학문 분야에서 1인자일 확률이 높아지죠.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자신이 어떤 학계나 업계에 나가더라도 그 교수의 영향권에 있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좀 더 겁을 먹는다는 점, 그리고 이번에 A 교수도 그렇지만 가해자는 가문의 영광이나 조상의 은덕이라는 워딩을 쓸 정도로 잘못된 자존감이 높고…
 
[임찬종] 피해자들이 나를 좋아할 것 이라든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좋게 표현한 것이고, 뭐 다들 나를 좋아해. 여자들이 나를 좋아해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류란] 네, 그런 경향이 있더라고요.
 
[임찬종] 신기하네요. 연세들도 많은 분들이…
 
[류란] 글쎄 말입니다. (이렇게 서울대만의) 조금 더 특징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어떤 발생 건수라던지 이런 부분은 전국의 모든 대학이 해당사항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임찬종] 그렇지 않아도, 지금 서울대 게시판 이야기 했는데 그게 아마 스누라이프라고 학생들이 부르는 그 게시판이죠? 지금 거기 게시판이 제가 듣기로는 제가 직접 들어가 보지는 못했는데, 난리가 났다고 들었어요. (성희롱) 그런 제보도 많고 토론도 많고…류란 기자가 서울대 출입기자가 맞나요?
 
[류란] 네.
 
● 수학과 강석진 교수 사건 때 'A 교수 의혹' 인지
 
[임찬종] 그러다 보니까 스누라이프도 전해듣거나 직접 보거나 할 것 같은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그 게시판이?
 
[류란] 그 강석진 교수건 때는 정말 뒤집어졌던 것 같아요. 사실 A 교수라는사람의 존재를 (제가) 인지한 게 그 시점입니다. 강석진 교수 사건 때 '이 기회에 A 교수도…'이런 글을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썼었고, 그 때 당시에 올라왔던 익명의 제보들도 수십건이였어요.
 
[임찬종] 거기 익명 게시판이 있었나 보죠?
 
[류란] 거기 필명 숨김을 누르면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데 그때 제가 읽어보았을 때 놀란 것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학생들이 말하는 부분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제보가 수십 건이 올라오는데 학교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를 안 하지 않았을 텐데 어떤 조치를 하지 않더라고요. 거기에 A 교수라고 특정이 되어 있었는데도요.
 
[임찬종] (학내게시판에 A 교수 관련 제보를 한 게)한 두 명이였나요? 아니면 여러 명이었나요?
 
[류란] 수십 명이였습니다.
 
[임찬종] 그 A 교수라는 이름을 특정한 (게시물이) 스누라이프, 서울대생의 게시판에만 수십 건이다? 류란 기자가 본 것만?
 
[류란] 음…주로 이런 식이죠. A 교수의 실명이 언급되면서, 누가 글을 올리면 댓글이 수십 개 달리는 건데 제가 그렇지 않아도 강석진 교수건 때 그 교무처의 관계자와 기자들이 백브리핑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그런 질문을 던졌어요.
 
[임찬종] 백브리핑이라는 것은 같이 밥을 먹었다는 거예요?
 
[류란] 아니요. 그 때 강석진 교수에 사표 수리 관련에 의해서 사표수리와 관련해서 기자들이 모인 자리가 있었습니다..
 
[임찬종] 백브리핑이라는 것은 들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어떤 기관의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서 (말한 관계자의)실명을 박아서 보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사안의 내용에 대해서 맥락을 설명해주는 거죠. 이른바, 우리가 기사에서 보았을 때, 청와대 고위관계자, 서울대 관계자 이런식 으로 인용해서 보도하는 게 백브리핑에서 나온 말들을 보도하는 거죠.
 
[류란] 맞습니다.
 
[임찬종] (성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수학과) 강석진 교수 때 그런 자리가 있었는데요…
 
● "교수도 인권이 있다"…'익명 신고' 접수 안 받던 서울대

 
[류란] 제가 그 때 지금 학내게시판에 언급되는 A 교수의 사례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많은데, 이런 사례들을 보고 왜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때 그 관계자가 했던 말이 인권센터로 최초의 실명 신고자가 있지 않는 한 (학교는) 권한이 없다.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신분을 내걸고 이 일이 진짜임을 그만큼 확신을 주라는거죠, 학생 신분을 내검으로써, 그렇게 신고하지 않는 이상 게시판에 글이 수십 건 올라온다 한들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믿고 조사를 하겠느냐 맥락의 말을 (서울대 관계자가)했는데 제가 굉장히 놀랬죠.
 
[임찬종] 그러니까 (서울대에서는) 실명 신고가 아니면 소용이 없는 건가요?
 
[류란] 그게 바로 강석진 교수 건 때까지 그런 원칙을 지켰던 겁니다. 그래서 강석진 교수 피해자가 되는 22명의 피해자가 피해자 X라는 단체를 꾸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실명 신고를 해야되니까.
 
[임찬종] 그러면 궁금한 게, 피해자 X라는 이름으로 신고한 게 실질적으로 자기 이름으로 임찬종, 류란 이렇게 신고할 수 없으니까 피해자 X라는 어떤 가상의 이름을 만들어서 그 이름으로 인권센터에 강석진 교수를 신고한 거였습니까?
 
[류란] 강석진 교수 건 때 까지도 실명 신고를 학교가 강요했고,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피해자 X 중에 한 명이 실명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찬종] 학칙에 있어요? 실명신고를 해야 한다는 거?

[류란] 인권센터의 규칙인데요, 이를테면 거기에 대해서도 그 날 백브리핑에서 설명을 한것으로 예를 들면 인권센터가 하는 진상조사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로 나눠지는데요. 예비조사는 아직 실명신고가 들어오기 전 단계, 인지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한 학생이 실명으로 신고를 해야만 그때가 되어서야 본조사로 전환이 되고요, 익명신고가 추가로 들어와도 받아지지만 어찌 되었던 1명의 실명 신고자가 있어야되는거고 그걸 강석진 교수건 때 피해자 X 단체가 굉장히 저항을 했던 거죠.
 
우리가 이렇게 실체가 있는데… 우리 단체로 신고를 못하는 이런 경우가 어디있냐고 계속 저항했지만 학교에서는, 그 당시 백브리핑 설명은,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의 인권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무고하게 익명으로 신고를 다 접수해서 조사를 진행했다가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질 경우에 교수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최초의 1인은 실명 신고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A 교수 건 같은 경우에는 다수의 익명 신고로 들어갔는데도 학교가 진행조사에 착수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계기가 되는 (일이지요.)

[임찬종] 이번이 처음이 되는 건가요?

[류란] 최초가 되겠습니다.
 
[임찬종] 실명이 아닌 익명신고를 가지고 서울대 인권센터가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본조사에 착수 한 것은 처음이다.
 
[류란] 거기다가 심지어 본조사가 진행 중인 아주 초기 단계인데, 교수를 직무 배제 했다는 것도 굉장히 강한 조치인 거죠.

[임찬종] 그건 언론이 취재하는 거 알고 직무 배제 한 거 아닌가요?

[류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찬종] 실명신고를 해야된다는 규칙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럼 (이번에) 규칙을 바꾼 건가요?

[류란] 강석진 교수 건 때 너무 비난이 심했고. 거기에 대해서 인권센터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 검찰, 경찰에서 특히나 성 관계에 대한 사건을 조사할 때 가명수사라는 것을 한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밀폐된, 알려지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의 실명을 먼저 쓰고, 저 류란인데 제가 앞으로 하는 모든 진술은 김영미로 쓰겠습니다고 문서 하나를 작성하고 이 문서를 봉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계속 김영미로 진술할 수 있다는 거죠.
 
[임찬종] 그렇게 되면 피해자 조사라든가 참고인 조사라든가 아니면 나중에 심지어 가해자가 기소됐을 때 공소장에도 이름이 피해자 이름이 가명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류란] 인권센터가 이런 부분을 좀 도입한다는 것을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들었는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가명이 아니라 익명으로 들어왔는데도 사실 전격적으로 결정을 한 셈이죠.
 
[임찬종] 결국 그 전에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거네요?

[류란] 하려면 할 수 있었던 거죠.

[임찬종] 규칙이 어떻고, 교수 인권이 어떻고 결국 상황은 바뀐 것은 없는데 언론에서 비난이 심해지니까 이제는 익명도 받겠다.
 
뭐 이런 거죠? 그럼 결국 아까 말씀하셨듯이 그 전에 학내 게시판에 (제보가) 많았는데 우리가 뭐 나서서 조사를 어떻게 하겠느냐 했던 것도 결국에 상황이 바뀌면 할 수 있는 거가 되겠네요.
 
[류란] 의지의 문제인 거죠.
 
● 피해 학생들의 공포 "잔다르크가 되고 싶지 않다."


[임찬종] 제가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주변의 여성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왜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을 하지 않느냐. 이게 이렇게 보면 굉장히 명백한 성추행, 성희롱인데 그러니까 지금 아직 (고소나 고발을) 안 하고 있는 거죠? 왜 안 하는 거죠?

[류란] 학생들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경찰에 가서 신고를 한다는 행위 자체에 겁을 먹는 부분이 있고요.
 
아직까진 실명, 신분노출에 대한 위험도 크고 제가 의외로 취재하면서 놀랬던 게 이 친구들이 내가 당한 피해의 수위가 남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가를 굉장히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잔다르크가 되고 싶지않다.' 이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굳이 나를 기점으로 이 일이 터지는 것을 원치않아하더라고요.
 
[임찬종] 여러 명으로 같이 하는 거라면 이름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먼저 나서서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하거나 그런 투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인 거죠.)

[류란] 저는 그런 부분을 비겁하다 라고 비난할 수 있는 건 절대 없다고 보고요. 그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부분이고요. 이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도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자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리고 아직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학부생들에게 그런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부담이었겠죠.
 
[임찬종] 그 부분도 좀 이상한 게 사실 이 기사를 보면 학부생/대학원생 구분이 정확하게 명시가 안되어있잖아요. SBS 기사 두 개가 나갔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당연하게 대학원생들이다 라고 전제하고 읽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주변에.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대학) 성추행, 성폭행 사례를 봐도 교수가 절대적인 권위를 휘두르는 게 대학원생들이기 때문에 더 그랬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대학원생이 아닌 학부생들 위주로 피해자들이 있는 것 같아요.
 
[류란] 대학원생, 학부생 피해가 섞여 있고 기사를 (피해자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페이크를 좀 쓰기 위해 학부생이라든지 대학원이라는 말을 교차해서 쓴다든지 그런 게 있었지만 일단 학부생, 대학원생이 다 피해가 포함이 되고요.
 
이번 같은 경우는 교수가 학점을 빌미로 학점으로 겁을 주는 일이 있었고요.
 
이 교수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연구실 조교로서 직접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더라도 경영학을 전공한 학부생들에게는 영원히 갑을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교수였던 거죠.
 
[임찬종] 그러니까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 또는 이 교수가 관계가 있는 분야로 사회에 진출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영원히 갑을 관계가 될 수 있는…

[류란] 마주칠수 있는 사람이라 본 거죠.
 
[임찬종] 그러니까 문제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였네요. 이 정도까지 되었는데 A 교수 실명을 기사에 밝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류란] 공인을 어디까지 개념으로 볼 것인가인데 아주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 서울대 교수는 법인화 이후에 국가 공무원이 아니고 교직원이에요. 이건 아주 방어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그런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이 어떤 학계의 1인자이고 서울대 교수 정도는 공인이 아닌가. 이런 접근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부분으로 말씀하자면 이 사람이 공인이 아니겠다 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고요. 무엇보다 검찰,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인지를 해서 사건을 수사한다면 모를까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점도 염려했고요

[임찬종] 그러면 이제 서울대에서 직무를 배제하고, 학생들이랑 접촉을 못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갔어요. 그러면 앞으로 어떤 단계가 있고 결론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겁니까?

[류란] 지금 진상조사 단계이고 지금 인권센터가 최근 1,2년간 이 교수가 강의했던 수강생 가운데 여학생 전체 명단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일이 전수조사 단계이고요 이렇게 지금 익명으로든 신고가 들어온 상태에서 신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학교가 좀 더 전방위로 조사할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피해 사례를 유형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충분히 징계위 회부 감이라고 판단이 되면 법인 이사회에다가 징계위를 회부하면서 인권센터가 이를테면 경찰에서 기소의견 밝히듯이 어느 정도 징계가 합당해 보입니다 라고 의견을 밝힐 겁니다.

그러면 징계위가 열리고 거기서 A교수가 자기 소명하는 절차가 있겠죠. 그거까지 들은 다음에 징계위에서 결정을 하고 이것은 어찌 되었든 간에 학내에서 벌어지는 징계고 해임이나 파면 같은 면직 같은 단계가 있겠죠. 그리고 경찰이나 검찰이 인지를 하든 아니면 어느단체가 고발을 하든 아니면 피해 학생들이 입증되면 직접 고소를 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수사를 통한 처벌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서울대 게시판은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분위기"

[임찬종] 류란 기자도 여성기자인데 굉장히 많이 제보를 받고 취재를 했을 거예요, 우선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가 있을 때 과거 취재나 보도를 보면 특히 대학사회에서 그런 경향이 있는데, 피해자를 나쁜 사람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2차 피해자로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이 발생하잖아요. 지금 서울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류란] 그렇잖아도, 피해자 친구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이 '내가 꽃뱀으로 몰릴까 봐.' 이런 표현을 쓰더라고요. 아직도 21세기에도 그런 표현을 쓰는구나 싶었는데, 학생들은 그 분에 대해서 굉장히 두려워하죠. 상대가 권위 있는 교수일 때 그 교수에게 20대 여성이 어떻게든 어필했다, 의지를 가지고 접근했다. 라는 식으로 해석이 되는 부분을 걱정하더라고요. 지금 같은 경우는 피해자가 다수이고 저희 보도 뿐만아니라 가해 교수가 한 행동이 기상천외한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여론은 안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학내게시판에서는 피해학생들을 응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A 교수 음성 녹음파일 "(기자로서도) 듣는 것이 괴로웠다"

[임찬종] 류란 기자가 서울대를 취재하고 있기도 하고, 여성 기자로서 이렇게 최근 강석진 교수라든가 다른 교수라든가 잇따라 (성추문을) 취재하게 되었는데 어떤 생각을 했나요?

[류란] 아까 녹음을 듣고 텍스트화 하는 과정에 9시간이 걸렸다고 했는데, 일반적으로 하면은 그렇게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거에요. 두시간 반 짜리 (녹음을) 푸는데. 제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제가 계속 일시정지를 누르면서 녹음을. 그러니까 그 음성 듣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일시정지를 누르면서 하게 되는… 그 상황에서 피해학생이 겪었을 모멸감이나 그 당혹스러움이 녹음파일로도 충분히 전달이 되더라고요.
 
학생이 교수가 하는 말을 어떻게든 저항하고 다른 화제로 옮기기 위해서 정말 발악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을 한 두명이 아닌 수십 명이 십 몇 년에 걸쳐서 한 교수 때문에 이런 피해가 이어져 왔다고 하니까 기가 차기도 하고…

피해 학생들이 이 일을 해결하고자 저와 접촉을 했는데도 중반에는 제가 그 친구들을 설득해야만 하는 과정이 생겼어요. 그 친구들이 분명 낮에는 '정말 처벌하고싶어요. 다 말씀드릴게요.' 하다가 새벽 3,4시에 '안 되겠어요. 빠지겠어요.' 하는 자기고민이 몇 주동안 지속 되더라고요.
 
그만큼 이 학생들은 너무 고민되고 이 일로 너무 겁이났고 여러 명이 한번에 진행하는데도 이로 인해서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무한대 상상을 하더라고요. 이런 피해 학생들의 심리를 같이 보듬으면서 진행하지 않고 이건 거악을 처벌하는 일이야 라는 정의감으로만 접근했다면 일이 조금 틀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감정노동이 심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기자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임찬종] 듣는 일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일인데, 저도 많이 풀어봤지만 두 시간 반 짜리 여유롭게 해도 한 다섯 시간이면 풀잖아요. 아홉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마음이 좀 괴롭고…

[류란] (사실) 잘 안들리기도 했어요.
 
● 요즘 대학 성폭력 왜 많나? "갑이 더 갑이 된 셈"

[임찬종] 그런 것을 겪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까 더더욱 감정 노동이 심적으로 힘들었고. 실제로 새벽에 '못하겠다.'라는 문자가 오기도 했고요.
 
대학사회에서 최근 이러한 문제가 많은데, 교수가 학생을 성희롱, 성추행하는. 서울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에 이렇게 불거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류란] 제가 2003년 기사에서 보니까 2003년 서울대 학생 1/3이 추행의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가 있더라고요.
 
아까 최근에 1/4이였잖아요. 과거에 더했으면 더했지라는 생각도 했고. 이번 기사 나가고 나서 조금 연배 있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 우리 때는 더한 것을 강의시간에 하기도 했어 이런 얘기를 하시기도 하는데 인식의 변화도 있는 것 같고. 학생들이 반응하는 역치가 조금 더 낮아졌죠.
 
예전이라면 넘어갔을 일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충분히 교육이라든지 인권이 신장이 되면서 이 정도면 '나 너무 힘들어.'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 거고. 가해자가 조금 더 자기가 가진 힘이 막강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학 나오면 다 어느 직장 가고 진로가 결정됐지만, 지금은 사실 교수가 주는 학점에 학생들이 목메거든요.
 
아주 갑이 더 갑이 된 셈이죠. 실제적인 내 진로를 결정하는 갑이 된 셈도 있는 것 같고… 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잘못한 사람이 벌 받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임찬종] 거의 정리하는 단계인데요, 마지막으로 피해학생들 많이 만났을 텐데요. 학부생들이 많으니까 류란 기자도 솔찬이 나이가 들었으니까. 하하.
 
어쨌든 인생 후배거나 나이가 어린 친구들일 텐데 나이가 더 많은 언니로서 인생선배로서 기자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류란] 제가 그 친구들에게 말했던 중 하나가 '이게 기사가 끝까지 못 나갈 수도 있어.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래도 기사가 못 나가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너희가 제기한 이 문제를 완성하도록 (내가) 노력할 거야.' 라는 말을 했는데…

십 년 넘게 이어온 피해를 처음으로 구체화해 가지고 행동으로 옮긴 이 친구들 용기가 엄청난거 거든요. 엄청난 용기를 낸 학생들이 결국에 이 교수가 처벌을 못받는다든지 이러면 받게 될 스트레스나 회의감, '내가 이럴 줄 알았어.안하려고 했는데.' 이런 회의를 느낄까 봐 잘못된 사람이 벌을 받는다라는 모습을 20대 초 중반 어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지금도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죠. 이 교수가 어떻게 될지 아직 몰라요. 진행과정에서 책임감 있게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여성단체 쪽에서 연락이 와서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왜냐면 이번 사건이 서울대 안에서 이를테면 삼진아웃인 셈이잖아요.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서는 서울대가 어떻게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잘 해결될 선례로서 이번 사건이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학내외 인사도 다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 "A 교수에 대한 평가 일방적이지 않아…미안한 마음 가지면 좋겠다"

[임찬종] 마지막으로 A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해주세요. 솔직한 이야기

[류란] A교수에 대한 학생들 평이 아주 일방적이지는 않았어요. 어떤 피해자들은 호방한 성격이라든지 학생이랑 어떤식으로든 교류하고 진솔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노력은 인정하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인물도 절대적인 선과 악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A 교수도 강력한 장점이 있었고 학문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 자리까지 올라갔을 거라고 보여져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이 본인 인생서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어떤 그런 사고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피해자들이 느끼는 감정의 농도로 보았을 땐 절대 사고가 아니고 본인의 업보라고 저는 봐요.
 
그래서 겸허하게 조사에 응했으면 좋겠고 적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임찬종]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오디오 취재파일 서울대 경영대 A교수 성희롱 의혹을 단독보도한 류란 기자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오늘 이야기 들으신 분들 잘 아셨겠지만 이 사건을 제보한 피해자들이 굉장히 큰 용기를 내서 사건을 외부에 알렸고요. 앞으로도 많은 단계가 이 사건이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이 남았지만 SBS는 이 사건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결론이 날 때까지 끝까지 취재하고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디오 취재파일>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아이튠즈'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 취재파일] 특집-서울대 교수 성희롱 녹음파일 "훨씬 심한 발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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