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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공지능' 친구인가, 적인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확장하고, 감정을 지니며 생각하는 로봇이 만들어진다면... 그런 시대는 과연 올까. 온다면 그건 인류에게 득일까, 독일까….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었다면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신의 역사를 다시 쓰는 거죠.”
  “곧 인간은 AI(인공지능)들에게 아프리카의 화석 같은 존재로 기억될 거야”

  지난 달 개봉한 영화 ‘엑스 마키나’에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의 정보량 전체를 두뇌로 갖추고 거기에 인간과 똑같은 감정까지 소유한 AI, 즉 인공지능의 탄생에 관한 얘기다.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는 지난 연말부터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커피머신 판매를 돕고 있다. 키 120cm, 몸무게 28kg에 흰색의 페퍼는 한국계 일본인 거부 손정의 회장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프트뱅크에 의해 개발됐다.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휴머노이드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 손님맞이부터 제품설명까지, 사람처럼 고객의 반응을 살펴가며 재치 있게 응대하는 로봇 점원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페퍼는 지난 해 12월 일부 기업에 시범 판매됐고 이달 중 우리 돈 200만 원 정도에 일반에게도 판매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된 세계 첫 사례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인류의 관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해 12월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 게이츠도 지난 달 28일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레딧’에 작성한 글에서 “인공지능은 분명히 인간의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총괄책임자인 에릭 호비츠는 “인공지능은 매우 창조적일 수 있다”고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구글의 기술담당 임원이면서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것” 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때맞춰 지난 해 ‘허(그녀)’‘트랜센던스’에 이어 올 들어서도 ’엑스마키나‘ ’빅히어로‘ ’이미테이션 게임‘ 등 인공지능 관련영화들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논란과 관심이 가열된 건 지난해 세계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 나왔기 때문이다. 튜링테스트는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름을 딴 테스트. 전문가 30명이 인공지능과 진짜 사람을 대상으로 5분 동안 채팅을 한 뒤 어느 쪽이 진짜 인간이고 기계냐를 가리는 방식인데, 우크라이나 출신의 13살 소년으로 프로그래밍 된 유진 구스트만이란 인공지능 기계덩어리가 전문가들을 사람으로 믿게 만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이 도입된 1950년 튜링테스트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이야기처럼 사람인지 기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로봇은 언제쯤 출현할 수 있을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문상 박사팀은 지난 2011년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키보’를 개발했다. 키보는 울고 웃고 찡그리는 등의 표정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얼굴. 음성 등을 식별할 수 있다. 얼굴 표정까지 표현하는 휴머노이드는 세계에서도 독보적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김 박사팀은 이밖에도 치매 방지 교육로봇인 ‘실벗’과 안내 로봇인 ‘메로’를 개발해 지난 연말부터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김 박사는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인간의 지능과 감성을 로봇이 똑같이 갖는 것은 사실상 신의 영역”에 속하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물론 인공지능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겠지만, 인간은 여전히 우리 두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대해서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게 밝혀져야 기계로 옮겨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선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는 스스로 학습하면서 정보체계를 확장시켜 나가고, 어느 정도 사람과 같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인공지능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10년 뒤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7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이나 제품들이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은 차세대 사업의 흥망을 인공지능에 있다고 보고, 이미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의 장병탁 교수팀은 최근 애니메이션을 보고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상상력 기계’ 개발에 성공해 세계 인공지능학회에서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상상력 기계가 인간의 뇌 신경망을 닮은 연상 메모리 구조를 갖고 있어서 그림으로 표현된 물체와 언어 사이의 관련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점점 인간의 뇌를 닮아가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의 진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멍청하다. 사람은 느리고 부정확하지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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