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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유차 조기 폐차 확대한다더니…

[취재파일] 경유차 조기 폐차 확대한다더니…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立春)도 지나 포근한 봄날이 성큼 다가오는가 싶었는데 다시 반짝 추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대신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어제(4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었고 시야는 꽤나 답답했습니다.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사정이 좀 나은 듯합니다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도 크지만 사실 국내 대기오염(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게 바로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배출가스입니다. 특히 경유차가 그렇지요. 경유를 쓰는 SUV 차량이나 트럭, 버스를 뒤따라 차를 몰아보신 분들은 한 번쯤 경험해보셨을 텐데요. 앞서 가던 경유차가 가속할 때나 언덕을 올라갈 때 보면 차량 뒤꽁무니에서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차량일수록 배출되는 매연의 농도가 진하고 양도 많지요.

오래된 경유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런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제라는게 있습니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노후 경유차를 조기에 폐차하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재원은 환경부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해당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합니다. 2005년부터 시행됐으니 벌써 10년째인데요. 경유차의 경우 특히 매연이 문제가 되니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저감장치를 장착하든가 아니면 엘피지(LPG)로 차량을 개조하거나, 이도 아니면 아예 노후 차량을 조기 폐차시켜 매연 배출의 근원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경유차가 조기 폐차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되는데요. 7년 이상 된 차량이어야 하고, 운행 가능한 상태 그리고 배출가스 저감장치 미부착(정부 지원을 받아 저감장치를 장착한 경우 이중지원이기 때문) 등등의 요건을 갖춘 경유차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기관리 권역에 2년 이상 등록된 차량이 대상입니다.
승용차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면 중, 소형의 경우 최대 150만 원, 대형차는 최대 700만 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개발원이 산정한 중고차 가격의 80% 정도인데, 지원금과는 별도로 차량 소유주는 폐차장에서 고철값도 받을 수 있습니다. 차량 상태와 주행거리, 연식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중고차로 파는 경우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2년만 봐도 지난해는 3만 대, 2013년에는 3만 2천 대가량이 지원금을 받고 조기 폐차된 걸 보면 적지 않은 경유차 소유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경유차 조기 폐차 업무를 위탁 받아 처리하고 있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02-1577-7121)는 노후된 경유차를 조기 폐차함으로써 차량 소유주는 보조금과 함께 깨끗한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노후 경유차는 매연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신차보다 5.8배가량 많아 대기를 오염시키고 연비도 20% 이상 낮아 연간 100만 원 이상 연료비가 추가로 든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경유차 1만 대가량이 폐차돼 1천100톤가량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저감됐고, 2013년에는 8천800대가량이 조기 폐차돼 대기오염 물질 992톤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년 1월 2일, 정부 업무 개시일에 맞춰 지난 10년간 지속되온 조기 폐차 지원제가 올해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접수조차 받지 않으면서 사실상 시행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앞서 조기 폐차 지원제에 필요한 예산은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지난해의 경우 예산이 조기에 소진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10월에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기 폐차를 신청하려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새해 업무 재개만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한 달이 넘도록 신청 접수가 시작되지 않고, 언제부터 업무가 재개된다는 소식도 없다 보니 연초에 신청하려던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새해에 맞춰 노후 경유차를 폐차 처리하고 새 차를 장만하려고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고, 폐차가 지연되면 지연 기간 동안의 자동차세와 보험료도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취재 중 만난 중고차 부품 수출업을 하는 분은 폐차 과정에서 나오는 부품을 동남아에 수출해야 하는데 폐차가 지연되면서 선적을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유차 비중 늘어
환경부에 문의해보니 사정은 이랬습니다. 지원 대상 차종과 금액 등을 정한 '고시'를 개정하는 작업이 늦어져 올해는 아직 관련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조기 폐차 지원제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보험개발원이 산정한 차량가액의 80% 지원에서 90% 지원으로 지원금을 늘리고 차종별 상한액도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 중'이라는 겁니다. 개정 작업이 안 끝나 차종별 지원 금액 등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2월 중순 정도면 관련 '고시'가 개정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고시가 개정되기전에 신청을 받는다면 개정 이전과 이후 신청자들 사이에 지원금액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아예 지원 신청 자체를 중단했다는 겁니다. 고시 개정으로 사업이 한달 반 내지 두달 정도 늦어졌지만 경유 차량 소유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는만큼 소유주들이 양해해 주실거라고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환경부의 이 같은 설명에 1월 업무 시작을 기다려온 신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해 줄 지 모르겠습니다. 환경부의 기대대로 한 두달 기다리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으니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고시' 라는게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법률도 아니고 환경부 자체적으로 개정하면 되는 데 1월 2일 업무 개시일에 맞춰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도 이미 확보됐었는데 말이죠.

또 올해는 조기 폐차 지원제가 2월 중순 이후로 늦게 시행된다는 설명이 제대로, 충분히 안되면서 신청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항의성 문의가 빗발치게 한 점도 문제입니다. 수도권 폐차장에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 외에 언론 브리핑도 없었고 환경부나 자동차환경협회 인터넷 홈페이지 어디에도 언제부터 접수를 시작한다든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뭔지, 언제쯤 재개될지에 대한 안내나 설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청 접수를 받는 콜 센터에 전화가 폭주하는 이유입니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올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를 지난해 보다 4천 대가량 늘어난 3만 4천 대로 확대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당시 예년과는 달리 올해 업무는 시작도 못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고시 개정 작업으로 이처럼 한 두달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고됐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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