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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생을 분노케 했던 김무성 대표의 문제 발언은 어디 갔을까

[취재파일] 미생을 분노케 했던 김무성 대표의 문제 발언은 어디 갔을까

● 새누리당 당사에 모인 '분노한 알바생들'

새누리당사 앞에는 평소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시민들이 시위를 하곤 합니다.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부터 비판하는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자회견도 하고 유인물을 뿌리는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당사 앞에는 좀 이례적으로 알바생들이 모였습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원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한 겁니다. 기자회견 현수막 제목이 '새누리당 김무성, 넌 방법이 없다'였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알바노조원들은 지난 26일 타운홀 미팅에서 김무성 대표가 대학생들에게 했던 말에 화가 단단히 나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많은 발언을 했지만,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한 여성 참석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조윤(제과점 아르바이트생)

“김무성 대표 말처럼 저는 지금 젊어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경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중략) 그런데 이제는 알바마저도 쉽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악덕 사장인지 아닌지 이제 제가 구별도 할 줄 알아야 하고요, 손님이 돈을 던지든 반말을 하든 설득시키면서 이해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다 갖춰야지 알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표께서 방법이 없다고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알바노동자들의 문제를 그리고 제일 힘든 것들을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게 무슨 말입니까.”


● 김무성 "오해를 받고 있어 전문 공개"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서 잘못 알려지고 있다며 몹시 억울하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오늘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에게 자신이 했던 발언 전문을 담아 보도자료로 돌렸습니다.

김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아르바이트 관련 내용이 진의와 다른 오해를 받고 있어 발언 전문을 게재한다"며 자신은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청년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고, 공권력으로 다스려야하며, 정치권이 더욱 노력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물론 논란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오해든, 의도하지 않은 다른 의미였든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발언 전문을 보면 김 대표가 다양한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도 고난의 연속이었고, 아무 걱정 없이 보낸 적이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어서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많을 때 아르바이트로 고생하는 걸 큰 약으로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달라는 당부가 나온 겁니다.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 악덕업주 구분하는 능력까지 알바생들이 가져야 하나

하지만 그 전문을 꼼꽁히 봐도 아르바이트생들이 들으면 상처가 되는 말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전체 맥락을 살펴봐도 분명 문제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보도자료 전문 일부

[김무성 대표] 근데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해가지고, 비용을 제대로 안주고 하는 악덕 업주, 나쁜 사람들이 많아요.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이 사회가 법도 필요 없는데, 이것도 아르바이트 구하러 가서 그런 사람인가 아닌가 구분하는 능력도 여러분이 가져야지요.

[사회자] 그런데 처음에 갔을 때는 사장님도 선하게 웃어주시고, 나중에는 조금 더 기다려라~하시고...

[김무성 대표] 그런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상대한테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가지고, 그 나쁘게 먹었던 마음도 바꾸게 하는 것도 여러분들 능력입니다. 아버지, 엄마한테 용돈 받아 낼 때도 어떻게 엄마, 아버지를 잘 설득해가지고... 보통 나도 어릴 때, 나도 엄마한테 용돈 받아 나갈 때 아예 상대도 안하면 용돈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화를 내게 되면, 아! 이건 야단치고 용돈 줄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계속 달라 붙어서(ㅎㅎ)... 그러면 주게 되어 있어요.


김 대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업주와 알바생의 관계를 비유했지만,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악덕 업주는 말 그대로 악덕이기 때문에 이런 업주는 법의 심판을 받는 게 사회 정의에 더 부합할 수 있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업주를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하라고 하는 알바생의 부모는 많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

● 해명자료에는 빠진 문제의 "방법이 없다"는 발언

알바생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김무성 대표가 "방법이 없다"고 발언한 부분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의 현수막도 이 발언을 근거로 만들어졌고, 참석자들도 이 부분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해명자료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 발언은 빠져 있습니다. 알바생들이 가장 분노했던 문제의 발언을 쏙 뺀 채 발언 전문이라며 해명 자료를 낸 던 겁니다.

@ 보도자료 전문 일부

[김무성 대표] 내 막내아들도 내가 용돈을 안 주니까 아르바이트 했대...

[사회자] 저와 비슷한 분이 가까이에...

[김무성 대표] 사회자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일단 열심히 해...


실제 발언이 녹화된 부분을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김무성 대표] 그런데 막내 아들은 내가 용돈을 안 주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더라고. 허허.

[사회자] 저와 비슷한 분이 가까이에 계셨네요.

[김무성 대표] 그래서 그건 인생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하여튼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어.

[사회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도 조금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은 해법이 없다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집권 여당의 대표에게 청년들이 듣고 싶었던 발언은 분명 아닌 거 같습니다.

● 이 땅의 미생들이 왜 분노하는지 새누리당은 더 고민해야

사실 이 땅의 청년들은 집권 여당의 대표에게 알바생들을 착취하는 사회 구조를 바꿔놓겠다는 발언을 더 듣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최저임금도 안주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업주는 더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그런 사람은 알바생을 고용할 수 없도록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면 박수를 받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더 나아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겠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모순을 외면하고 무조건 참고 감내하라며,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건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알바생들의 현실은 치열하고 일부는 비참하기까지 합니다. 단순한 용돈벌이를 넘어 알바가 아니면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방법이 없다고 한 것은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완생을 바라는 이 땅의 미생들이 왜 분노하는지 새누리당은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 [생생영상] 김무성 "부당 대우, 인생의 좋은 경험"…알바 청년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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