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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노키오 가이드북 ② 취재원과 내부고발자, 그리고 특종

[취재파일] 피노키오 가이드북 ② 취재원과 내부고발자, 그리고 특종
드라마 ‘피노키오’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가이드북. 지난 글에 이어 오늘은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 고민해 봤을 ‘특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2) 취재원과 내부고발자, 그리고 특종

“기자들은 어떻게 특종보도를 하는 걸까?” ”누가 몰래 알려주는 걸까?’

똑같이 보도 자료를 보고 쓴 발표기사도 있지만,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이른바 ‘특종’ 기사를 쓰고 싶어 합니다. 동종업계의 사람들끼리 (좋은 의미로) 특종 경쟁이 벌어지다 보면 긴장도 되고, 기자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하죠.

“특종은 그렇다 쳐. 단독기사는 무슨 뜻이야? 가장 먼저 알았다는 건가? 남들보다 가장 먼저 알았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확인하지?”

역시,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단독 보도는 ‘남들보다 먼저 알아내다’ ‘첫 번째로 해당 사안을 기사화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 적어도 SBS 조직 안에선 ’특종‘이라는 단어보단 ’단독‘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종은 조금 거창한 느낌이랄까,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요. 그에 반해 ’가장 먼저 알아내다‘라는 사실에 근거한 ’단독‘이라는 단어는 더 정확한 느낌이죠.)

(* ‘단독이라는 사실은 누가 인정해 주는 걸까?’ ‘단독이라고 냈는데 알고 보니 나 말고 다른 기자들도 이미 취재한 것이면 어떡하지?’ 저 역시 기자가 되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정말 궁금했는데요, 기자들끼리 해당 보도가 단독인지 앞서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루트‘같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질서라면 질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은 어렵네요. ^^)

그런데 사실 단독도, 특종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점에선 같습니다. 특정 조직에서만 공유되는 내밀한 정보가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두고 ‘내부고발자’라고 하는데요, 안에서 곪아 터지기 전에는 문제제기할 수 없었던 부조리한 일들이 이들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세상에 알려지는 겁니다.

내부고발자와 특종에 대한 기자들의 생각을 들어볼까요. 다음은 SBS 보도국 경제부 하현종 기자 선배의 생각입니다. 제가 이런 내용의 취재파일을 쓴다고 알린 후 도움을 요청했더니 이렇게나 진솔하고 좋은 내용을 들려주셨어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자가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노출되거나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자 경험칙이다. 내부고발자 역시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고, 만약 모른다면 (기자가) 특종 욕심을 내기 이전에 그런 상황을 충분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부고발자가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하겠다'는 결의가 없으면 내부고발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결의는 기자의 설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개 사회 정의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개인적인 분노에 의해 피해를 보더라도 이건 밝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신해철 씨 유가족, 박창진 사무장 등도 참다 참다 상대측의 어이없는 행태에 폭발해 언론을 찾는 경우였다."

"평소에 신뢰관계를 쌓아둬야 내부고발자가 결의를 했을 때, 해당 기자를 찾게 되는 측면이 있다. 신뢰관계는 기자가 특종 욕심을 온전히 버리고 관계를 쌓을 때 가능하다. 내부고발자는 '기자나 언론에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 '이 사람은 특종 욕심에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기자가 마음 한구석에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들킬 수밖에 없다.

"고발 내용을 입수하더라도 그가 원치 않을 경우 특종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기자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 자기기만이자 오만일 뿐이고 다만 내부고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서로 충분히 인지, 또는 고지 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내부고발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사실 좀 위태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게 고발자의 입장과 시선에 공감하고 동화(?)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자 본연의 역할과는 살짝 동떨어질 수 있는데 너무 동화되어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고발자의 입장과 시선에 공감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거."
피노키오

다음은 기자들이 ‘빨대’라고 부르는 긴밀한 취재원에 대한 생각입니다. 얼마 전까지 사회부 사건팀에서 특종 기자로 맹활약하다가 뉴미디어부로 자리를 옮긴 김도균 기자 선배의 이야기입니다.

"'빨대'라는 표현에 대해선 일단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꼭 그 사람을 목적이 있어 사귀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지. 결국 하려는 행동은 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러한 내부고발자 혹은 제보자에 대해 정말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고, 또 내가 그 불이익을 막아줄 힘이 없기도 하지. 그렇게 취재원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다 보면 세상의 모든 취재원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딱 한번 도움을 받고 끝낼 사안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 추가 제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을 잘 써야 하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는 취재원이 다치는 게 가장 싫은 것 같아. 그래서 특종을 보도하고 나서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도와줬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일부러 다른 취재 방법과 루트를 흘리기도 하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가 결정적인 특종, 단독 기사를 만든다는 점에서 두 선배의 의견은 일치합니다. 기자를 두고 ‘사람 장사하는 직업’이라고들 하는데요, 거친 의미에서 맞는 말입니다. 기자의 생명은 다양한 취재원들과 교류하고, 그들과 관계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이는(들리는) 사실을 기사로 작성해 세상에 공개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두 선배 기자가 앞서 말했듯, 어떤 특종이나 단독 보도에서든지 내부고발자와 긴밀한 취재원에 대한 배려와 보호는 필수입니다. 해당 조직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을, 내부고발자, 혹은 긴밀한 취재원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유자재로 제공받기 위해선, 그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겁니다. 기자에게 취재원 보호만큼 제1의 원칙 버금가는 것은 없습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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