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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수술실 그들의 '살인' 미소…마취 환자에게 무슨 짓을?

[월드리포트] 수술실 그들의 '살인' 미소…마취 환자에게 무슨 짓을?
여느 수술실과 마찬 가지로 그곳에도 진한 알콜향과 비릿한 피 냄새가 뒤섞인 채 팽팽한 긴장감이 휘감고 있었습니다. 온몸을 빈틈없이 뒤덮은 녹색 수술복에 눈을 뺀 나머지 얼굴을 큼지막한 마스크로 가린 의사와 간호사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습니다. 말은 필요 없었습니다. 처음이 아닌 듯 그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뭔가 약속된 대형을 이루듯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일제히 한 곳을 응시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어떤 미동도 없었습니다. 무리의 몇몇은 팔을 들어 서로의 팔에 걸었고 또, 누군가는 슬며시 메스를 쥐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벌려보였습니다. 무슨 표시일까요?

그 사이 수술실에 걸린 디지컬 시계의 초침은 쉼없이 정해진 시점을 향해 부지런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수술대 위에는 전신 마취에 취해 자는 듯 아니 죽은 듯 편안해 보이는 환자가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 하는 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누워있습니다.

찰칵! 찰칵! 크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또렷한 기계음이 수술실을 짓누르던 고요를 깼습니다. 그렇습니다. 수술 집도 중이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단체 인증샷을 찍고 있었습니다. 마스크 뒤에 숨겨진 그들의 얼굴은 아마도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겁니다. 이름하여 ‘살인’ 미소!

중국 산시성 시안의 한 대형 병원에서 촬영된 이 기괴한 수술 인증샷 모음은 웨이보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들이 왜 생사가 오가는 수술실 안에서 이런 해괴한 일을 벌였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연출된 상황이 아닌 실제로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맡긴 환자는 의료진에게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자신들의 직업이나 업무 환경, 혹은 동료애를 과시하기 위해 찍은 인증샷 속에서 환자는 사진의 리얼리티를 살려주는 한갓 배경이나 소품에 불과했습니다. 환자의 인권과 생명권을 무시한 비윤리적인 의료진들의 몰상식을 나무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블로그 운영자는 사진을 내리고 블로그를 폐쇄했습니다.
수술실

여론이 들끓자 당국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추적에 나섰습니다. 조만간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테고 이들에는 중한 처벌이 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형수들의 장기 적출이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약자인 환자를 홀시하는 의료진의 윤리의식 부재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과 피해의식이 커지면서 관련 사건이 일어나면 당국이 상당히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엄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몇몇 공론화된 사건들에 국한돼 의료계 전반에 팽배한 부조리를 치유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마왕’ 고 신해철씨의 어이없는 죽음은 환자의 동의도 없이 무리하게 자의적인 수술을 감행한 의료진의 과실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술대 위에서 마취상태의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의사들의 추태 소식도 심심찮게 뉴스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마취한 뒤 대리 의사가 수술하는 이른바 ‘셰도우 닥터’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술 취한 의사가 수술 집도 중 실수를 연발하다 끌려나와 음주 측정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런 의료 범죄들을 막기 위해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해 수술 전 과정을 녹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의료 관련 이익 단체들은 의사에 대한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수많은 수술을 하다보면 예기치않은 의료 사고가 불가항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의료 윤리 의식을 갖추지 못한 의사만큼은 절대로 수술대에 서게 해서는 안됩니다. 절체절명의 환자에게 날카로운 메스 위에서 작두를 타 듯 목숨 건 모험을 강요하는 건 소위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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