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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남 '학범슨' 감독의 '회식 리더십'

김학범 감독, '위기의 성남'을 바꿔놓다

[취재파일] 성남 '학범슨' 감독의 '회식 리더십'
끝을 향해 달려가는 K리그 막판, 이 팀이 뜨겁다.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했던 성남 FC가 그 주인공이다. 구단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성남은 ‘시즌 내내 우울했다가’ 막판에 꽃을 피웠다.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첫 해,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고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지만 지난 주말 FA컵 우승으로 반전 드라마를 찍었다. 강호 전북과 서울을 잇따라 꺾고 들어올린 우승컵이라 더 값졌다. 사흘 뒤 정규리그에서는 인천을 1대 0으로 누르고 K리그 클래식 잔류에도 파란불을 켰다.

그 배경에 ‘김학범 리더십’이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K리그 감독 세대 교체를 이룬 스타 사령탑들에 빛이 잠시 가리긴 했지만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이야 한국축구에서는 일찌감치 입증된 바다. 맨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박종환 전 감독이 폭행으로 물러나고, 대행을 맡은 이상윤 코치도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9월 초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팀을 바꿔놨다는 평을 듣고 있다.

비결이 뭘까. 흔히 축구에서 ‘명장’의 자질로 용병술과 전술 이해, 팀 관리 능력 등을 꼽지만 성남 선수들은 ‘김학범 감독 부임 이후 바뀐 것’으로 뜻밖의 요소를 꼽았다.
취파

  “회식을 자주 하세요”

부임 이후 김 감독은 두 가지를 열었다. 첫째, 마음을 열고, 둘째, 지갑을 열었다. 구단 운영비가 아니라 본인 사재를 털어 선수들을 먹였다. 주 메뉴는 추어탕 또는 개고기.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보양식이 밥상 위에 올랐다. ‘밥’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성남 선수단은 달라진 모습으로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그럼 그동안 못 먹어서 못 했을까? 물론 그건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프로 선수들이 고기 사먹을 돈이 없었을 리도 없다. 선수들은 회식의 미덕으로 ‘소통’을 꼽는다.

“예전에는 회식이나 선수들끼리 같이 하는 자리가 없었는데요, 감독님이 오시고부터는 그런 부분도 많아지고, 미팅하면서 선수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런 부분들이 팀이 하나가 되고 그래서 더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성남 주전 공격수 김동섭의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옮겼다. 날마다 같이 모여 운동하고 때로는 숙소도 같이 쓰는 프로 선수들이지만, 막상 훈련 시간 이외에는 끼리끼리 자기 시간을 갖는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잘 될 때도 물론이지만, 안 될 때는 특히 서로 이야기하고 문제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성적도 바닥을 기면서 선수들은 자신감과 함께, 말수를 잃었다. 김학범 감독은 우선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 자신감을 길러주는 데 집중했다.

“처음에 와서,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했죠, 혼란스러우니까 사실 팀 성적도 그렇고 집중력, 단합된 힘을 많이 못 보여줬어요, 제가 와서 가장 첫 번째로 한 게 그걸 어떻게 하면 털어낼 수 있을 것인가, 선수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에 집중을 했죠.” (김학범 감독 인터뷰 中)

고작 밥 몇 번 같이 먹었을 뿐이지만, 김학범 감독의 ‘회식 리더십’이 힘을 냈다. 축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은 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회식의 사회학’을. 선수들은 서로 이야기하고, 팀워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미 2년 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강등권에 있던 강원을 6달 맡아 잔류시켰다. 김 감독은 당시의 경험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회상한다. 반대로 그때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강등권 팀의 선수들을 어떻게 북돋워 위기로부터 탈출하는지, 어떤 시나리오로 매 승부에 대처해야 하는지. 질책보다 칭찬하고, 격려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진력하고 있다.
김학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러잖아요, 그건 누구나 다 똑같다고 봐요. 잘 한다는데, 더 잘할 수 있게, 또 지도할 때도 선수들의 장단점이 있다면 단점을 고치라기보다는 장점을 더 부각시키는, 장점을 더 발전시키라고 이렇게 주문을 많이 해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게 보이죠, 아, 내가 잘하는 게 있구나, 우리 감독이 이런 걸 나를 인정을 하는구나 했을 때 선수들은 힘을 더 낸다는 거죠. 사실 기성 선수들은 실력이 는다거나 부쩍 향상되지 않아요 그건 다 유소년 때부터 했어야 하는거고, 이런 프로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느냐 아니냐에 따라 경기력에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는 거죠.”

막판 빛을 보긴 했지만 김학범 감독의 ‘해피 엔딩’은 아직이다. 부산전 한 경기가 남았다. 부산을 이길 경우 자력으로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하지만 비기거나 질 경우 요행을 바래야 한다. 전망은 쉽지 않다. 부산과는 올 시즌 세 번 만나 세 번 모두 졌다. 어찌 되든 강등 싸움이 이렇게 축구판의 주목을 끈 적이 있었나 싶다. 대개는 해당 구단과 팬들, 그들만의 싸움이었다. 일찌감치 챔피언이 정해진 K리그 클래식의 막판 스포트라이트는 강등권으로 쏠리고 있다. ‘학범슨’이 이끄는 성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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