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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운명의 날 맞은 '의족 스피린터'

[취재파일] 운명의 날 맞은 '의족 스피린터'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인간승리를 보여주며 희망을 줬던 그가 지난해 밸런타인데이에 자신의 집에서 모델 출신 여자친구 스틴캄프를 살해한 혐의로 한순간에 몰락했는데요. 여자친구를 안타깝게 잃은 순정남으로 동정심을 한몸에 받을지, 아니면 여자친구를 죽인 난폭하고 고약한 범죄자가 될지, 1년 반이 넘었던 공방 끝에 재판 결과가 곧 나올 예정입니다.  남아공 언론 뿐만 아니라 외신의 반응도 이미 뜨겁습니다. CNN은 판결문 낭독을 하고 있는 현지 법정을 생중계로 연결까지 하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피스토리우스는 두달 전, 요하네스버그의 나이트클럽에 가서 몸싸움까지 벌여 화제가 됐었죠. 어쨌든 피스토리우스는 사건 발생시점부터 지금까지 침입자가 들어온 줄 알고 총격을 가했을 뿐, 여자친구였는지 몰랐다며 억울함을 줄곧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그가 침입자가 있었다고 정말 믿은 걸까. 침입자가 아니라 여자친구라는 걸 알았다면, 고의로 죽인 건지 아닌지가 쟁점입니다. 침입자로 생각해 쐈다면 과실치사, 아니면 무죄까지 바랄 수 있지만, 여자친구임을 알고 그랬다면 남아공에선 종신형으로 적어도 2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검찰과 변호인들은 그동안 여러 정황을 수집하며 서로의 주장이 맞다며 대립해왔습니다. 피스토리우스의 이웃 주민들이 사고 당일 저녁 그들이 싸우고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고 그 이후 총소리가 났다고 말한 것을 두고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와 싸우다가 여자친구가 달아나면서 욕실 문을 잠갔고, 격분한 그가 문이 닫힌 채로 총을 쏴 여자친구를 죽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변호인들은 이웃들이 들은 건 싸움소리가 아니고, 피스토리우스가 실수를 저지른 후 지른 비명이고, 총격을 가한 후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문을 때려부순 소리가 난 거라고 항변합니다. 심지어 피스토리우스가 비명을 여자처럼 지른다는 황당한 말도 늘어놨습니다.

검찰은 여자친구가 피스토리우스에게 “당신이 무섭다”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증거로 들이댔지만, 변호인들은 그들이 넉달동안 사귀면서 주고받은 메시지 개수가 1700개인데 그 중 사이가 안좋다고 의심할 문자는 단 4개뿐이며, 오히려 애칭으로 범벅이 된 문자들이 주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아공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침입자로 알았든 아니었든 닫힌 문 밖에서 누군가를 쏘는 것은 생명 존중 차원에서 어떠한 정당성이 없고, 그가 만약 살인 혐의는 벗더라도 과실치사로 인한 다툼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아공은 배심원 제도를 백인 배심원들의 차별을 우려해 1969년 폐지했는데요, 마시파 또한 화제입니다. 남아공에서는 역사적인 인물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남아공에서 흑인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판사가 됐고, 판사가 되기 전 사회운동가, 언론인으로 활동했습니다. 피스토리우스가 재판 중에 울고 구토를 할 때 걱정해주고 측은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이제 피스토리우스의 운명은 흑인여성판사 마시파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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