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오존, 식량 안보 위협…기후변화 영향보다 더 크다

[취재파일] 오존, 식량 안보 위협…기후변화 영향보다 더 크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철,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종종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특히 최근 들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늘어나고 발령되는 지역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50km 상공의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성층권 오존)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95%이상 흡수해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오존이라도 지상 10km이하의 대류권, 특히 지표 부근에서 존재하는 오존(지표면 오존)은 호흡기와 눈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이다.

산업화 이전의 지표면 오존 농도는 10ppb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 전 세계 여름철 낮 동안 오존 농도는 평균 50ppb 정도까지 치솟았다. 특히 2050년까지는 현재보다 20~50%나 증가한 최고 75ppb 정도까지 농도가 높이지고 2100년까지는 지금보다 40~60%나 농도가 높아질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Feng and Kobayashi, 2009).

지표면 오존은 주로 자동차나 산업체로부터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있는 상태에서 광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만들어진다. 급증하는 지표면 오존은 사람뿐 아니라 작물이나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오존은 식물의 기공을 통해 식물체 내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 다양한 반응이 생길 수 있다. 강력한 산화제인 오존은 식물 세포를 산화시켜 광합성에 지장을 초래하고 노화를 촉진하고 심지어 염색체 변이까지 일으켜 생장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Booker et al.,2009). 보통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은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잎에 얼룩이 생기고 색깔이 변하게 된다.

실제로 지표면 오존이 작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다. 기후변화가 작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과 마찬가지로 오존이 작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작물의 종류나 재배 지역, 연구 방법, 지구온난화와의 상호작용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Tai et al, 2014).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 결과 한국과 중국, 일본 지역에서는 1990년대 이미 지표면 오존의 영향으로 밀과 쌀 옥수수의 생산량이 1~9% 떨어졌고, 대두(soybean)의 경우는 23~27%나 생산량이 감소했다(Wang and Mauzerall, 2004). 최근 일본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2000~2005년 일본의 쌀 생산량은 지표면 오존의 영향으로 평균 9%나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Nawahda, 2014).

오존은 동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Avnery 등(2011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한 해 동안 지표면 오존으로 인해 대두는 생산량이 8.5~14%나 감소했고 밀은 3.9%~15%, 옥수수는 2.2~5.5% 생산량이 줄었다. 감소한 곡물의 양은 7천 9백만~1억 2천1백만 톤이나 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문제는 앞으로 오존 오염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Avnery 등(2011b)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계속해서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환경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경우(A2 시나리오) 지표면 오존 증가로 인해 2030년 밀 생산량은 2000년에 비해 5.4~26%나 더 줄어들고 대두는 15~19%, 옥수수는 4.4~8.7%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온난화가 서서히 진행되더라도(B1 시나리오) 오존 오염으로 인해서 밀은 4~17%, 콩은 9.5~15%, 옥수수는 2.5~6% 생산량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출판된 81개의 논문을 종합 분석(meta-analysis)한 연구 결과에서도 지표면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서 곡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앞으로도 크게 감소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Feng and Kobayashi, 2009).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곡물 생산량은 지금 보다 오존 농도가 절반(26ppb) 이하였던 때와 비교해 콩(bean)은 생산량이 평균 19%나 떨어졌고, 쌀은 17.5%, 밀 9.7%, 보리 8.9%, 대두(Soybean)는 7.7%, 감자는 5.3% 생산량이 감소했다. 오존 농도가 지금(약 50ppb)보다 50%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하반기에는 콩의 생산량은 지금보다 평균 41.4%나 더 감소하고 쌀은 약 30%, 대두는 21.6%, 밀은 21.1%, 보리와 감자도 10~20% 정도 생산량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평균적으로 볼 때 현재 지표면 오존이 곡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상대적으로 적게 진행된 21세기 전반기에는 기후변화가 작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보다 오히려 지표면 오존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대기오염인 지표면 오존이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후변화에 쏠려있는 관심에 비해서 지표면 오존이 곡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다. 국민 건강보호 차원에서 이제 오존 예보를 시작하는 수준이다. 식량 안보를 위해서 정책 결정자나 학계 모두 지표면 오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Avnery, S., D.-L. Mauzerall, Junfeng Liu, Larry W. Horowitz, 2011a :Global Crop yield reductions due to surface ozone exposure : 1. Year 2000 crop production losses and economic damage. Atmospheric Environment 45 2284-2296, doi:10.1016/j.atmosenv.2010.11.045

* Avnery, S., D.-L. Mauzerall, Junfeng Liu, Larry W. Horowitz, 2011b :Global Crop yield reductions due to surface ozone exposure : 2. Year 2030 Potential crop production losses and economic damage under two scenarios of O3 pollution. Atmospheric Environment 45, 2297-2309, doi:10.1016/j.atmosenv.2011.01.002

* Booker, F., R. Muntifering, M. McGrath, K. Burkey, D. Decoteau, E. Fiscus, W. Manning, S. Krupa, A. Chappelka, and D. Grantz, 2009 : The Ozone Component of Global Change : Potential Effects on Agricultural and Horticultural Plant Yield, Product Quality and Interactions with Invasive Species, J. Integrative Plant Biology 51 (4): 337–351

* Feng Z. and K. Kobayashi, 2009: Assessing the impacts of current and future concentration of surface ozone on crop yield with meta-analysis. Atmospheric Environment 43, 1510-1519.

* Nawahda,A, 2014 : Effect of Ozone on the Relative Yield of Rice Crop in Japan Evaluated Based on Monitored Concentrations, Water Air Soil Pollution 225, 1797 doi: 10.1007/s11270-013-1797-5.

* Tai, A.P.K, M.-V. Martin and C.-L. Heald, 2014 : Threat to future global food security from climate change and ozone air pollution,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317.

* Wang, X. and D.-L. Mauzerall, 2004 : Characterizing distributions of surface ozone and its impact on grain production in China, Japan and South Korea:1990 and 2020, Atmospheric Environment 38, 4383-4402, doi:10.1016/j.atmosenv.2004.03.067.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