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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객기로 인한 손해, 배상받을 수 있을까?

항공기 이착륙 지연 배상의 이모저모

[취재파일] 여객기로 인한 손해, 배상받을 수 있을까?

지난 6월, 300명 넘는 승객을 태우고 미국 LA를 향하던 여객기가 12시간 넘게 연착했습니다.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승객에 따르면, 여객기는 운항 도중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회항했고, 승객들은 공항에서 대기했다고 합니다. 몇 시간 뒤, 대체 항공편이 마련됐다는 안내가 나오고 승객들은 다시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그나마 대체편이 제공돼서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현지 도착시간에 맞춰 준비해 둔 숙소와 렌트카 등에 차질이 빚어진 승객들은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때, 승무원들이 다가와 봉투 한 장씩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승객들은 이착륙 지연에 대한 성의겠거니, 받아두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피해승객(제보자) : 사업 때문에 가는데 굉장히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에 울화통이 터진 거죠. (그랬더니) 면세품 할인 쿠폰 을 주더라고요.]

항공사 측이 제공한 건 50달러 상당의 쿠폰 2장이었습니다. 여객기 탑승 시 수하물의 무게를 업그레이드하거나, 해당 항공사의 여객기 내에서 파는 면세품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이었습니다.

[출장 갈 때마다 짐을 가볍게 가지고 다니는데다, 기내에서 면세품 살 일도 없으니 한 마디로 무용지물인 쿠폰을 준 거였어요. 그것도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때에나 찬찬히 읽어보고 알게 된 거라 무를 수도 없고.]

여객기 이착륙 지연 사고 발생 시, 손해 배상액과 방식은 피해승객과 항공사가 합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경우에도 승객이 항공사가 제안한 액수(100달러)와 방식(마일리지나 현금이 아닌 쿠폰)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절하거나 새롭게 합의를 시작할 수 있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제공한 것을 받을 필요가 없는 거죠(다만, 이 사고의 경우 해당 항공사가 배상을 요구해 오는 승객들에겐 따로 합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14일 내에 피해입증 뒤 합의…항공사 '과실여부' 부터 파악해야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항공기 이착륙 지연으로 인한 분쟁도 크게 늘고 있는데요, 피해 배상을 받으려면 승객은 발생 14일 이내 항공사에 피해 입증한 뒤 상호협의해야 합니다.<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대체편 제공 여부와 총 운항시간에 따라 운임의 30%까지 요구 가능한데요, 국제항공의 운송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대체편이 제공됐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에 각각의 배상기준이 적용됩니다.

운항시간이 4시간 이내라면 4시간 이내에 대체편 제공시 100달러를, 대체편 제공 시간이 4시간을 넘었다면 200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운항시간이 4시간을 넘은 상황에서 4시간 이내 대체편이 제공시에는 200달러를, 대체편 제공 시간이 4시간을 초과하면 400달러를 배상받게 됩니다. 대체편을 제공하지 못했다면 불이행된 해당구간 운임 환급과 함께 400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을 따져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연 사유입니다. 1)기상상태 2)공항사정 3)항공기 접속관계 4)예견하지 못한 정비일 때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정받아 면책되는데 많은 항공사들이 '예견하지 못한 정비'을 지연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마침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국내취항 중인 항공사의 안전정보를 공개했는데요, 올 상반기 국내 항공사들이 정비결함을 이유로 지연한 건수는 모두 277건으로 지난 한해 정비결함으로 지연된 건수 총 412건의 70%에 육박합니다. 특히 황금연휴가 집중됐던 5월과 6월, 정비결함으로 인한 지연·결항이 급증했습니다.

또한 2014년 상반기(‘14.1∼’14.6) 정비사유로 인한 지연⋅결항률 분석 결과, 연 100회 이상 운항한 항공사 중 일본항공, 싱가폴항공, 전일본항공, 산동항공, 에바항공 등 22개사가 지연⋅결항이 없는 매우 높은 정시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부 항공데이터
국토부 항공데이터
* 정비로 인한 지연·결항 : 국제선 정기여객 출발편 기준이며, 출발 예정시간 보다 1시간을 초과한 운항 또는 해당편이 결항된 것을 말함.

실제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예견하지 못한 정비'라며 12시간 가까이 이륙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그 중차대한 정비라는 게 '화장실 변기 고장' 때문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피해 승객들은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다보니 이착륙 지연 피해를 보상받으려다가도 협의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거나 항공사의 일방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항공사가 밝힌 지연사유가 미심쩍거나 직접 협의가 어려울 경우 한국소비자원(한국소비자원 : 국번없이 1372,  www.kca.go.kr)같은 제 3기관에 의뢰하면 국토부 정보공개청구 등 배상 절차를 대신 이행해주기도 합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저가 항공사의 경우는 사정이 또 다릅니다. 국내에 지사가 없다는 이유로 합의하는 경우가 전체 15% 정도밖에 안 되는데, 아직까지 뾰족한 제재수단은 없는 실정입니다.

▶참고자료 - 국토교통부, 국내취항 중인 항공사 안전정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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