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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어벡 "판 선배, 한국 감독 만만치 않아요"

[취재파일] 베어벡 "판 선배, 한국 감독 만만치 않아요"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판 마르베이크(62세) 전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가운데, 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언급한 '일주일 시한'이 다 됐습니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한국은 잠재력 있는 팀이다", "한국을 맡는다면 내 지도자 인생에 마지막 계약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 코치진과 한국 코치진의 훌륭한 하모니를 기대한다"라며 마치 한국팀을 맡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아직 축구협회에는 확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네덜란드 언론이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메트로(Metro) 네덜란드판에 실린 기사로 제목은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지난주 대한축구협회 측과 2시간 동안 만난 이후 매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한국행 가능성을 또 한번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67세) 감독, 핌 베어벡(58세) 감독으로부터 정보를 얻었고, "대한축구협회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고 협상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트로의 보도에 따르면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고향인 네덜란드 메르센을 떠나지 않으면서 한국 감독직을 수행하길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10명이다. 그들을 지켜봐야하기 때문에 내가 늘 한국에 머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유럽과 한국을 균형 있게 오가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판 감독은 가족 사랑, 특히 손주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로 그 손주들이 판 감독 고향 근처에 산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대표팀 사령탑 선배(? 판 감독이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인 베어벡이 판 감독에게 전한 충고가 눈길을 끕니다.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1. "한국과 유럽을 오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전에 히딩크나 아드보카트가 2주 이상 자리를 비우면 꼭 뒷 말이 나왔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10명이라지만 대표팀은 25명이다. 대표팀 스태프도 챙겨야 하고 축구협회와 관련된 업무, 참가해야 할 대회, 행사도 많다. 주말마다 왔다갔다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 "국민들이 늘 지켜보는 자리"
"(2018년 월드컵까지) 4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한국에서의 삶은 네덜란드 고향에서의 삶과는 다를 것이다. 실수는 용납이 안 된다. 축구대표팀 감독은 국가의 공공재산과 같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2천만 명 넘는 사람이 사는데, 다들 당신과 같이 사진 찍고 싶어 할 것이고,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워낙 말들이 많은 만큼 고향처럼 평화로운 시간은 갖기 힘들 것이다."  

3. "히딩크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히딩크와 내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했을 때는 월드컵을 앞두고 5개월 동안이나 합숙 훈련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훌륭한 팀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특별한 상황이었다."

베어벡의 충고는 결국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결코 만만치않다. 쉽게 보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베어벡은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2006년 월드컵 때 아드보카트 감독을 수석코치로 보좌했고, 2006년 6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우리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로는 히딩크를 시작으로 본프레레, 아드보카트에 이어 네번째로 한국대표팀 감독을 지냈죠.

충분히 일리 있는 내용들입니다. 특히 유럽과 한국을 오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대목에 공감이 갑니다. 물론 판 감독이 가족들이 있는 네덜란드 고향에 주로 머물면서 필요할 때만 한국을 다녀가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꼭 한국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는 대목을 너무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판 감독은 지난주 네덜란드 <데 텔레그라프>와 인터뷰 때도 이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것처럼 한국축구에 필요한 대표팀 감독은 '유소년축구에 이르기까지 한국축구의 변화를 이끌 비전을 갖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경기가 있을 때만 '원포인트 레슨'을 해줄 '파트 타임' 감독이 아닙니다. 



   
판 마르베이크가 베어벡의 조언을 듣고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그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한국축구를 위해 '올인'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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