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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살리에르’ 주인공 최수형 “끈질긴 노력파,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르에 더 가깝다”

[인터뷰] 뮤지컬 ‘살리에르’ 주인공 최수형 “끈질긴 노력파,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르에 더 가깝다”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음악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던 안토니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독살한다는 내용의 영화 ‘아마데우스’처럼, 1등에게 극단적인 열등감을 느끼는 2인자의 심리 상태를 이르는 용어로 흔히 쓰인다.

수년전 한 개그맨의 유행어인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박한 경쟁 속에서 살리에르로 살아가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모차르트의 천부적 재능을 질투했던, 그래서 자신을 파멸시킬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음악가 살리에르의 삶이 국내 창작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그려진다. ‘카르멘’, ‘두도시 이야기’, ‘삼총사’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최수형이, 정상윤과 함께 살리에르의 비극적 운명을 연기한다.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 푹푹 찌는 무더위에 만난 최수형은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남산의 연습실에서 '살리에르' 막바지 연습에 피크를 올리고 있다는 최수형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침 10시에 연습실에 와서 밤 10시까지 연습에만 매진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해요. 배우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데 그래서 더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다행인 건 배우들끼리 워낙 호흡과 팀워크가 좋아서 인상 한번 찌푸릴 일 없이 웃으며 연습하고 있어요.”

살리에르는, 모차르트 만큼 천부적 재능은 없었지만 실제 삶에서 그는 궁정 악단을 이끌 정도로 상당한 실력과 명망을 보유한 음악가였다. 이후 모차르트와의 경쟁과 질투 때문에 삶은 점차 극적인 위기에 봉착하며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최수형은 살리에르를 표현하면서 ‘삼총사’의 아라미스, ‘두도시 이야기’의 찰스 다네이, ‘카르멘’의 가르시아 등의 단면을 복합적인 내면연기로 꺼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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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점은, 공연에서도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경쟁은 불가피 하다는 것. 이미 공연 중인 뮤지컬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는 약 2주 공연 시기가 겹친다. 공연관은 다르지만 세종문화회관이란 공통점도 있다. “기막힌 우연”이라고 말문을 열자 최수형은 “전혀 다르다.”며 손사래를 쳤다.

“‘살리에르’는 순수창작 뮤지컬이고 또 초연이다 보니까, 라이센스 뮤지컬인 ‘모차르트’와는 성격이 많이 다를 거예요. 어떤 사람은 ‘극장 사이즈부터 살리에르가 2인자가 아니냐’라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살리에르'는 음악과 고증에서 시대성을 더 잘 살렸고 또 인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모차르트’와는 다른 매력을 분명 느끼실 거예요.”

최수형은 살리에르를 설명하면서 거듭 ‘공감’을 강조했다. 0.1%의 모차르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리에르에 더 가깝기 때문에 공감의 여지가 많다는 것. 최수형은 스스로 배우 인생을 돌아볼 때, ‘살리에르’를 닮았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정말 잘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 저도 사람인지라 그 재능이 질투가 많이 나요. 열등감은 되도록 갖지 말자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연습했던 배우가 계속 발전해서 TV에 나와서 유명해졌을 때 아쉽다는 생각이 들죠. 물론 살리에르에 비할 바는 아니에요(웃음). 살리에르는 숱한 밤 엄청난 고뇌를 하면서 작곡을 해요. 그렇게 한 곡을 어렵사리 내놓았는데 자유분방한 모차르트가 즉흥적으로 내놓은 곡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보세요. 두 분 모두 훌륭한 음악가였겠지만, 살리에르가 느끼는 괴로움과 고독이 엄청나지 않았을까요.”

최수형과 살리에르의 닮은 점은 하나 더 있다. 최수형 역시 엄청난 연습벌레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 적이 있는데 신물이 목으로 넘어오면 목에 굉장히 안 좋아요. 그래서 공연 앞두고는 누워서 자지 않고 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서 잔 적이 있어요. 공연 앞두고 잘 때 마스크를 쓰는 건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고요. 가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대에 올라서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면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뮤지컬 ‘살리에르’는 시대성과 인물에 대한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고민 끝에 탄생한 넘버들은 적잖은 관객들이 느껴오던 음악적 갈증을 말끔히 풀어줄 계획이다. 초연이기에 최수형은 ‘최수형의 살리에르’를 하얀 백지의 힘찬 붓 놀림으로 거침 없고 또 단단하게 그려내겠다는 포부다.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어요. 전혀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아요. 한가지 바람은, 더 많은 관객들과 살리에르의 음악가적 고독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교감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 교감 속에 탄생한 살리에르의 삶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지 않을까요."

뮤지컬 ‘살리에르’는 오는 07월 22일 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크리컬처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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