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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14 K리그, 월드컵 특수 이어갈까?

'부진한 월드컵' 휴식기 마치고 오늘부터 후반기 열전 돌입

[취재파일] 2014 K리그, 월드컵 특수 이어갈까?
'C U @ K리그!'

4강 신화를 이뤘던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마지막 카드 섹션은 ‘K리그에서 만나자’는 뜻을 담은 메시지였습니다. ‘꿈은☆이루어진다’ 같은 명문장을 탄생시키며 숱한 화제를 모았던 카드 섹션치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한국축구의 신화를 한 때에 그치게 하지 말고, 기본기를 탄탄히 해 계속 이어나가자는 의미를 지닌, 참 바람직하고 ‘개념 찬’ 문구였습니다. K리그가 살아야 한국 축구가 산다는 대명제는 2002년이나 2014년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2002년 K리그에는 한동안 구름 관중이 몰렸습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2002년 전반기 43만 3천 2백 16명에 불과했던 관중 수는 후반기 213만 8천 2백 8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평균 관중은 9천8백 46명에서 1만 5천 8백 39명으로 훌쩍 늘어났습니다. 2002년 전반기 월드컵 휴식기를 길게 가지면서 44경기만 치룬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관중 수가 전년 대비 60%나 증가했던, ‘K리그의 르네상스’였습니다.

강청완취파

‘K리그의 월드컵 특수’는 지난 2006년과 2010년 월드컵 때도 비슷하게 이어졌습니다. 2006년 평균 관중 수는 전반기 7636명에서 9887명으로 늘었고 전체 관중 수는 전년 대비 29.5%가 늘었습니다. 2010년 월드컵 뒤에는 전반기 대비 40만 관중이 늘었고 평균 관중은 10,537명에서 10,805명으로 늘었습니다. 해외파가 주축을 이루기 시작한 2010년 월드컵 대표팀의 특성을 감안하면 ‘특수’라고 할 만큼의 덕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4년 뒤 올해는 어떨까요?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월드컵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 때문입니다. 연맹 관계자도 “축구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커 K리그로서는 걱정이 많다”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굳이 월드컵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프로축구 자체가 긴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4년간 K리그 클래식 평균 관중은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0년 1만 771명에 달했던 평균 관중은 지난해 7,656명까지 떨어졌습니다. 너무나도 명백한 감소세 속에 돌파구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특수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K리거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상입니다. 월드컵 대표팀 가운데 역대 최소였던 6명의 K리거들은 이번 대회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습니다. ‘병장’ 이근호는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고 김신욱은 공중을 장악하며 벨기에전에선 롬바르츠와 뎀벨레를 달고 다녔습니다. 김승규는 본인 생애 월드컵 첫 경기에서 7개의 세이브를 선보이며 당당하게 대표팀 골키퍼 세대교체를 이뤄냈습니다.

역대 최다인 17명의 해외파 틈바구니에서, 세 선수는 K리그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사람들이 굳이 이 세 선수를 보러 몰려들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외파에 익숙해졌던 팬들이 “아 K리그 선수들도 해외파 못지않게 잘 하는구나”하고 K리그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K리그에는 김신욱, 이근호를 막아내는 수비수도 얼마든지 있고 그들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공격수들도 즐비합니다.

어떻게 될 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무거운 분위기에서는 전자가 유력하지만, 아직 애정을 가진 팬들도 많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월드컵 휴식기를 마친 K리그 클래식이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합니다. 10월 말까지 정규 리그 결과로 상하위 스플릿을 나누기 때문에 전반기 탐색전을 마친 12개 구단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1무 2패, 조 최하위. 월드컵 16년만에 무승’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축구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에 ‘K리그가 살아야 한국축구가 산다’는, 이제 구문이 되어 버린 대명제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다가오게 됐습니다. 성나고 실망한 팬들이 등을 돌릴까, 아니면 오히려 진지한 마음으로 K리그를 찾을까? 하는 전망은 2014년 K리그 후반기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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