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중국 술 주의보…한인 사망 40% 술 원인

[월드리포트] 중국 술 주의보…한인 사망 40% 술 원인
중국인들과의 교류, 중국에서의 비지니스에 있어 술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관시(關系)와 비즈니스의 성공에는 거나하게 취해 흉금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진한 술자리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대륙에서 비지니스하는 사업가들이나 주재원들, 중국 각계 인사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외교관들이나 저같은 특파원들 할 것 없이 술자리에 대한 의미 부여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긴 하지만 중국과 우리의 술 문화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중요한 손님에게는 반드시 '바이주(白酒)'를 대접합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가급적 알코올 도수 50도가 넘는 독주를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술 문화처럼 2차, 3차, 4차로 장소를 옮기며 이어지는 시리즈 술자리는 거의 드물고 처음 앉은 자리에서 끝을 보는 방식입니다. 정말 흥이 나면 노래방 기계를 들여와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차수를 변경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와 달리 첨잔 문화가 발달하다보니 술잔이 조금만 비어도 바로바로 술을 따라 줍니다. 물론 우리의 '원샷!'에 해당하는 '깐뻬이(乾杯 혹은 干杯,잔을 깨끗이 비워라)!', '먼치엔칭(門前淸, 당신 문 앞을 치워라)', '셴간웨이징(先干爲敬, 먼저 비워 존경을 표합니다)'같은 수많은 건배 독려 구호들이 쉴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금새 술기운이 오르게 마련입니다.

어느새 술자리는 비즈니스고  뭐고 자연스럽게 한중 주력 대결장으로 뒤바뀝니다. 지는 거 죽도록 싫어하는 한국 남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국가 대표가 되어 필살기인 '폭탄주'를 꺼내 듭니다. 독주에는 단련됐지만 혼합주에는 취약한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와 친구들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모습을 보면, "오늘 술자리는 성공이야" 이런 자기 만족감에 다시 한 번 취하곤 합니다. 홈그라운드도 아닌 타지에서 적지 않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동반한 강도 높은 술자리들을 감당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주중한국대사관 영사부가 만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숨진 우리 국민은 모두 118명이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39.8%인 47명의 사인은 돌연사였습니다. 그 뒤로는 병사 29명(24.5%), 자살 19명(16.1%), 사고사 17명(14.4%), 자연사 6명(5%) 순이었습니다. 돌연사의 대부분은 심근경색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돌연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중국 땅에서 사망한 10명 가운데 4명이 돌연사 했다는 건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을 듯 싶습니다.

영사부 관계자는 돌연사의 원인으로 조심스레 과도한 음주를 꼽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들은 주로 비즈니스 종사자들이고 단기 체류자들의 상당수는 출장자들이라 스트레스와 과로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업무상, 직업상 알코올 도수 높은 중국술에 만취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칭다오(33명)와 선양(18명), 광저우(17명) 등 한국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사망한 한국인의 숫자가 베이징(17명)이나 상하이(15명) 등 대도시 지역을 앞지른 것을 봐도 이런 추측이 꽤나 설득력이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주중한국대사관 영사부 측은 이런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조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어서 조만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체류 우리 국민이나 단기 출장자들을 위한 절주, 금주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주로 인한 불행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건배 구호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원샷!', '깐뻬이!' 같은 강제적이고 무모한 구호 대신 건강을 생각하며 술자리 참석자들을 배려하는 구호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당신의 건강을 위해' 라는 뜻으로 "아보뜨르 샹떼!", "아레 상태!"를 외치고 스페인에서는 "살루트 아무르 이페세타스! (당신의 건강과 사랑과 돈을 위해서)"라 말하고, 바이킹의 후손인 북유럽에선 "스콜(건강)!"이라고 소리친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건배 구호 몇 가지를 적어 봅니다. "샤오허지우, 두오츠차이!(少喝酒,多吃菜 - 술은 적게, 음식은 많이)" "웨이러지엔캉, 샤오허웨이샹!(爲了健康, 少喝爲上 - 건강을 위해, 절주가 최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