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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진핑 40대 이 모습?' 시진핑 판박이 식당주인

[월드리포트] '시진핑 40대 이 모습?' 시진핑 판박이 식당주인
 17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파스칼은 자신의 명저 팡세(Pensées)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비슷한 얼굴 둘이 하나씩 따로 있으면 조금도 우습지 않지만 두 얼굴이 같이 있게 되면 그 닮은 점 때문에 웃게 된다.” ‘생각하는 갈대’로 정의한 인간의 가벼움과 한계를 일갈하며 파스칼이 남긴 말입니다. 유일 전능한 신도 아니면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과 흡사한 또 다른 존재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기 마련인가 봅니다. 특히 힘 있는 권력자의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어딘가에 닮은 꼴이 있다는 자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꿈꾸는 권력자에 대한 희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그 권위를 훼손시킨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닮은꼴 외모로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난성 창사시 루산난루에서 고기 전병(肉餠 러우빙)을 파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샤오 씨가 주인공입니다. 후덕해 보이는 턱살에 점잖은 풍모까지 샤오 씨는 누가 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목 늘어난 때 절은 라운드 티 대신 질 좋은 슈트만 걸친다면 언제라도 시 주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역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짝퉁’ 시 주석을 코 앞에서 보겠다며 각지에서 찾아 온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지난 2009년 음식점 개점 이래 최고 호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1천6백 개의 러우빙을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샤오 씨는 시 주석의 40대를 연상시키는데 누리꾼들은 숨겨둔 시 주석의 동생아니냐며 DNA검사를 해보라는 둥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낙 화제다보니 일부 언론들도 이야기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재미있는 건 이 언론들 모두 하나같이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만 샤오 씨가 비슷한 외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만 보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중국 언론은 왜 누구를 닮았는지 말을 못하냐", "정부 눈치 보기에 바쁜 중국 언론의 한계다" 라며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나 희화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여전히 뉴스 시작과 함께 처음 5~10분 정도를 당 서열 1위인 시 주석부터 서열 7위까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의 시시콜콜한 동정을 내보내는 ‘땡 시’ 뉴스를 고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닮은꼴
권위주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자 닮은꼴들의 수난사가 있었습니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생업인 방송 출연을 정지당했던 탤런트 박용식 씨와 영부인 이순자 여사의 주걱턱과 비슷하다며 이런저런 불이익을 받았던 코미디언 심철호 씨의 웃지 못할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닮은꼴
올 초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노점상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과 닮은 외모로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바리코트에 헤어스타일까지 그대로 판박이 한 이 꼬치구이 장사는 손님을 끌기 위해 일부러 외모를 꾸몄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자신의 신상은 ‘안전’을 이유로 한사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닮은꼴
역시 김정은 판박이로 유명한 홍콩의 한 가수는 지난해 북한 영사관이 입주해 있는 건물로 찾아가 북한의 인권 개선과 정치범 수용소 폐지를 촉구하며 반북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북한 당국에게는 눈의 가시와 같은 존재가 됐을 겁니다. 반북 시위 자체보다도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를 웃음거리로 만든 괘씸죄가 더 클 겁니다. 2011년 사망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대 중반부터 건강악화설과 사망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대역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미디어 발달로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최측근 고관들이나 궁궐 사람들 말고는 황제나 왕의 얼굴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최고 권력자와 닮은꼴이 꽤나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16세기 막부 시절 영주와 닮은꼴을 대역으로 삼아 암살 위협에 대비하거나 영주의 빈자리를 적에게 들통나지 않도록 위장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카게무샤(그림자 무사, かげむしゃ, 影武者) 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는 1980년 33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재작년 개봉한 우리 영화 ‘광해’도 비록 픽션에 가깝지만 왕의 대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용도 폐기된 이후 권력자 대역들의 끝은 하나같이 불행했습니다. 높은 분 닮았다는 이유로 불이익 받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어쩌면 감사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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