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닮은꼴 외모로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난성 창사시 루산난루에서 고기 전병(肉餠 러우빙)을 파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샤오 씨가 주인공입니다. 후덕해 보이는 턱살에 점잖은 풍모까지 샤오 씨는 누가 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목 늘어난 때 절은 라운드 티 대신 질 좋은 슈트만 걸친다면 언제라도 시 주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역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짝퉁’ 시 주석을 코 앞에서 보겠다며 각지에서 찾아 온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지난 2009년 음식점 개점 이래 최고 호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1천6백 개의 러우빙을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샤오 씨는 시 주석의 40대를 연상시키는데 누리꾼들은 숨겨둔 시 주석의 동생아니냐며 DNA검사를 해보라는 둥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낙 화제다보니 일부 언론들도 이야기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재미있는 건 이 언론들 모두 하나같이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만 샤오 씨가 비슷한 외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만 보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중국 언론은 왜 누구를 닮았는지 말을 못하냐", "정부 눈치 보기에 바쁜 중국 언론의 한계다" 라며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나 희화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여전히 뉴스 시작과 함께 처음 5~10분 정도를 당 서열 1위인 시 주석부터 서열 7위까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의 시시콜콜한 동정을 내보내는 ‘땡 시’ 뉴스를 고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은 미디어 발달로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최측근 고관들이나 궁궐 사람들 말고는 황제나 왕의 얼굴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최고 권력자와 닮은꼴이 꽤나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16세기 막부 시절 영주와 닮은꼴을 대역으로 삼아 암살 위협에 대비하거나 영주의 빈자리를 적에게 들통나지 않도록 위장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카게무샤(그림자 무사, かげむしゃ, 影武者) 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는 1980년 33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재작년 개봉한 우리 영화 ‘광해’도 비록 픽션에 가깝지만 왕의 대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용도 폐기된 이후 권력자 대역들의 끝은 하나같이 불행했습니다. 높은 분 닮았다는 이유로 불이익 받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어쩌면 감사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