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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대물림 '얼다이'에 멍드는 중국

[월드리포트] 대물림 '얼다이'에 멍드는 중국
중국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접하는 용어 중에 ‘얼다이(二代)’가 있습니다. 부모에 이어 그 자식에 까지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어 세습이 이루어지는 사회 현상을 의미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대물림, 세습은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대국 중국에서 ‘얼다이’는 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사회주의 중국이야말로 역설적이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자본주의, 금권주의에 적합한 나라라고! 세습과 겸직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견고하게 짜여진 폐쇄적 사회구조 속에서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게 바로 오늘날 중국의 지도층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수직 구조인 세습의 고리가 바로 ‘얼다이’인 겁니다. 먼저,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얼따이’ 몇 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선친의 부를 불려받은 재벌2세를 뜻하는 ‘푸얼다이(富二代)’, 고위 관직의 대물림을 뜻하는 ‘관얼다이(官二代)’,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혁명원로의 자식이 영도자 자리에 오르는 ‘홍얼다이(紅二代)’, 인민해방군 장성 자리의 대물림을 뜻하는 ‘쥔얼다이(軍二代)’, 스타 연예인 2세들의 활약을 뜻하는 ‘싱얼다이(星二代)’, 문화예술인 자제들을 뜻하는 ‘이얼다이(藝二代))’ 등등 용어 만들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인지라 수없이 많은 ‘얼다이’ 시리즈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실업난 속에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대형 국영기업의 직원들이 퇴직 한 뒤 자기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즈얼다이(職二代)’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얼다이’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타고난 배경 덕에 시작부터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 속에서 부와 권력, 자리를 대물림해 독차지한 2세들을 허탈하게 바라 봐야 하는 절대 다수 보통 중국인들의 박탈감이 담겨 있습니다.

직장인 관련
막돼먹은 2세들의 갖은 악행과 추문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보통 중국인, ‘라오바이싱(老百姓)’들의 분노와 반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 중국인들의 70% 이상이 자기 주변에 '얼다이'가 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얼다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변변한 뒷 배경 하나 없는 ‘라오바이싱’을 가리키는 ‘얼다이’ 시리즈도 있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권세와는 거리가 멀어 높은 분들 뒷수발이나 들며 살아가는 ‘민얼다이(民二代)’, 대를 이어 도시 빈민에서 벗어나기 힘든 농민공 신세를 뜻하는 ‘농얼다이(農二代)’, 찰거머리같은 가난의 대물림을 일컫는 ‘핀얼다이(貧二代)’ 등등...역시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사유재산 소유가 본격화 되면서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이 밟았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며 중국에도 부의 편중이 시작됐고 30년이 넘은 지금, 중국의 빈부 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의 지도층이 국영기업은 물론, 민영기업까지 손에 쥐고 금권주의의 단맛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회를 순식간에 대 혼란으로 몰아갈 수 있는 숨은 뇌관인 부와 권력의 세습, 그리고 권력과 부를 넘나드는 겸직의 만연에 대해 중국 지도부 역시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은 공산당이나 국무원 등 정부 부문의 간부들이 기업체의 경영자나 임원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겸직이 정경유착의 고리가 되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에 따라 기업체에서 쫓겨난 당,정 간부의 숫자는 이미 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장차관 급만 2백 명이나 됩니다. 수평적 불공정 구조인 ‘겸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해 보입니다.

수직적 불공정 구조인 ‘얼다이’가 더 심각하고 척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혁명 원로로 공산당 요직에 올랐던 부모를 둔 예비 영도자 집단을 가리키는 '태자당'이란 용어는 중국에서 관용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 역시 아버지인 시중쉰 전 부총리의 후광에 힘입어 최고 영도자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홍얼다이(紅二代)’이자 ‘관얼다이(官二代)’ 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얼다이’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야 할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분제 봉건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을 경험했던 중국인들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져버린 이 새로운 신분사회를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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