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히든 싸커] '11m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에 얽힌 이야기

독일 전승·잉글랜드 전패 '극과 극'

[히든 싸커] '11m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에 얽힌 이야기
[월드컵 채널 SBS]

1930년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월드컵은 다가오는 브라질 월드컵까지 어느덧 20회째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84년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숱한 스토리를 쏟아냈습니다. 매 대회 승자와 패자가 갈렸고, 환희와영광 그리고 아쉬움과 탄식이 교차했습니다. 세계 축구팬들을 다시 한 번 설레게 할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오늘은 그 첫 편으로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며 살얼음판을 걷게 하는 승부차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독일·잉글랜드 승부차기 극과 극

독일과 잉글랜드는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앙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차군단'과 '축구종가'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두 팀은 승부차기에서 만큼은 극명하게 희비가 갈렸습니다.

- 독일 4전 전승

독일은 명실상부한 승부차기의 최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에서 4번의 승부차기를 모두 이겼습니다.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된 것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입니다. 독일이 바로 그 대회에서 첫 승부차기의 승자가 됐습니다. 프랑스와 준결승에서 연장전까지 120분간의 혈투에도 3대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부차기는 최고로 치열했던 승부차기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습니다. 결과는 독일의 5대4 승리. 당시 독일에는 당대 최고의 골키퍼였던 해럴드 슈마허가 버티고 있었는데, 프랑스 선수의 슛을 2개 막아내며 이름값을 했습니다.

슈마허는 4년 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도 승부차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번에는 개최국 멕시코와 8강전에서 멕시코 선수 3명 가운데 2명의 슛을 막았습니다.

독일의 승리 행진은 그 다음 대회인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잉글랜드와 준결승에서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고 결국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독일이 가장 최근에 승부차기에 나선 것은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이었습니다.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난 독일은 아르헨티나의 공세에 고전하며 1대1로 간신히 비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승부차기에서 이겼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4번의 승부차기에서 키커로 나선 18명의 선수 가운데 17명이나 성공시켰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한 번의 실축도 1982년에 나온 것입니다.

- 잉글랜드 3전 전패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만 나서면 작아졌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당한 패배가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는 아르헨티나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그 유명한 마라도나의 '신의 손' 논란 속에 아르헨티나에 당한 억울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결의를 다졌지만 승부차기에서 울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포르투갈과 8강전에서는 간판 키커인 램파드와 제라드가 연이어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며 다시 한번 고개를 떨궜습니다.
승부차기 역사

잉글랜드의 승부차기 악몽은 월드컵 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선수권 대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1996년 자국에서 열린 '유로 1996'때부터 1승 3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 1승도 1996년 스페인과 8강전에서 거둔 것으로 이후 3연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잔혹사가 이어지자 이번에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로이 호지슨 감독은 최근 '승부차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까지 고용했다는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이탈리아 '악몽을 떨쳐내다!'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도 승부차기에서는 잉글랜드 못지 않게 약했습니다. 1990년 아르헨티나, 1994년 브라질, 1998년 프랑스에게 3대회 연속 쓴 맛을 봤습니다. 잉글랜드와 다른 점은 지금은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우승의 감격을 맛봤습니다. 1982년 이후 24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승부차기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이어서 이탈리아로서는 더욱 뜻깊었습니다.

- 플라티니·마라도나·바지오
승부차기 실패자_게

이들의 공통점은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는 점입니다.
1984년 프랑스를 유럽선수권 우승으로 이끌며 1980년대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미셸 플라티니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브라질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공을 허공에 날렸습니다. 하필 이 날이 6월 21일 자신의 21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라는 개인기로 아르헨티나를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축구신동' 마라도나 역시 승부차기에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유고슬라비아와 8강전에서 힘 없이 찬 공이 그만 골키퍼에게 막혔습니다.

그나마 플라티니와 마라도나는 자신들의 실축에도 팀은 이겨서 다행이었습니다.

가장 아픔이 컸던 선수는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지오일 것입니다. 수려한 외모와 트레이드마크인 말총머리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던 바지오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5골을 기록하며 조국의 결승 진출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브라질과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그만 공을 골문 위로 넘겨버렸습니다. 자신의 실축으로 브라질의 우승이 확정되고 환호하는 브라질 선수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그의 표정은 아직도 많은 축구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다가오는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어떤 승부차기 드라마가 펼쳐지고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요?   

▶ [캡틴 코리아 ①]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홍명보 감독의 '큰 형님 리더십'     
최희진 배너 수정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